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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Oct 11. 2018

네거티브 전략이 쉽지만 파지티브를 택하겠어~

마케팅일기 - 2018년 10월 11일 목요일 날씨:겨울인가 봐

며칠 전부터 목이 아프고 기침이 좀 나오고 가래가 끓고 게다가 혀 주위로 궤양(의사에게 설염이라고 했더니 궤양이라고 정정해줌)이 3개가 생겨서 참아선 안 될 거 같아 새로 생긴 이비인후과에 갔다. 기침감기도 문제지만 혀에 난 궤양들은 먹고 말하는 일이 대부분인 내 일상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치료를 받고 약을 좀 받아야겠다 생각했다. 설염이나 구내염에 대해서는 할 말이 너무나 많지만 나중에 한번 하기로 하고^^

의사가 내시경으로 목과 후두를 들여다보더니 우선 목 입구에 농이 찼다며 주사기로 빼야겠다고 했다. 두 번이나 했다. 목에 바늘을 찌른 것이다. 문제는 혀를 빼고 목 안쪽 농을 누르니 헛구역질이 나서 힘들었다. 후두도 심각한 상태여서 약과 주사(수액+항생제)를 처방하겠다고 했다. 주사실에 앉았는데 오~ 전동식 리클라이너였다.

항생제 거부반응까지 체크하고 주사를 놓았는데 제일 비싼 마늘주사를 처방했다.ㅠㅠ 그런데 들어가다 팔이 부어서 다시 맞으며 시간을 보내는데 리클라이너 옆에 붙은 안내문구가 내 관심을 끌었다.

<이런 문구까지 적어놀 필요가 있는 곳인지 모르겠지만...>

우선 카피에 대한 몇 가지...하드웨어라는 리클라이너와 같은 말을 써서 중언부언이고 '마십시오'란 말을 써서 부정적 안내를 하고 있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어 보이는데... 철저히 제조사 또는 공급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다.  아래처럼 써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1인용 리클라이너입니다. 2인 이상 앉지 말아 주세요."

"리클라이너에서 일어나시면 떨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1인용 제품이기 때문에 2명이 올라가도 될 만큼 튼튼하게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다. 병원도 고장나기 쉬우니 강하게 어필하고 싶었을 것이다. 누가 붙인건진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리클라이너를 이렇게 젠틀하게만 사용할까? 가정이라면 영화도 많이 찍을 텐데^^ 2명 정도가 올라가도 전혀 무리 없이 만들면 돈이 많이 들겠지?

리클라이너를 밟고 일어서도 될 만큼 튼튼하게 만들면 안 될까? 아이 같은 심성을 가진 어른도 많을 텐데^^


진앤준 브라더스에게 나는 네거티브한 아빠인 거 같아서 항상 미안하다. 하루에도 안 되는 것을 열개는 이야기하는 거 같아서 말이다. 입에 손 넣지 마라, 밥 먹을 때 돌아다지니 마라, 동생 때리지 마라, 형 때리지 마라, 엄마 괴롭히지 마라, 냉장고 세게 닫지 마라, 목욕탕에 왜 불 안 끄고 나오냐 등등등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훨씬 좋다는 걸 알면서도 항상 네거티브한 말이 먼저 나오는 것은 내 마인드가 네거티브 쪽에 더 많이 할애되어 있기 때문일거다.

마케팅에서도 Positive전략과 Negative전략은 항상 동전의 양면처럼 고민해야 하는 시소 같은 거라 생각한다. 마케팅 전략의 전 과정에 파지티브와 네거티브를 선택하는 순간이 계속되는데 상품 기획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https://www.youtube.com/watch?v=bWaITEGDYxo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현대그룹!!>

상품이나 서비스에 기본으로 들어갈 성능이나 옵션들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항상 이래서 빼고 저래서 빼고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위해서는 포지티브 한 선택과정을 거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니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에서는 항상 최대한 많이 넣었지만 점점 줄이는 과정을 지나다 보면 소비자들이 받아볼 때는 그저 그런 상품이나 서비스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책을 정하는 토론에서도 이런 상황을 많이 발견하게 되는데 인간적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제일 쉽다. 대학원 다닐대 학회에 가서 관광지구 폐지냐 유지냐를 놓고 학부생들과 배틀이 붙었는데 대부분 네커티브한 부분을 부각하여서 전승을 거둬서 동료들한테 애들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반대할 것은 천만 가지일 수 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소위 체리피커를 제거하는 작업이 디마케팅중 하나다>

마케팅 전략 중에 디마케팅이란 말이 있다. 원래 술이나 담배 같은 부정적 인식을 가진 해로운 상품에 경고문구를 넣는 사용을 막는다는 의미에서 시작을 했지만 지금은 상품이나 소비자를 고의적으로 구분하여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뜻으로 쓰인다. 돈 안 되는 고객을 의도적으로 줄여 판관비 부담을 줄이고 특정 고객들의 충성도와 수익기여도를 강화시키는 전략이다.

마지막 직장에 있을 때 디마케팅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하나의 카드를 세분화시키다 보니 거의 20종류의 카드가 출시되었고 이 카드가 애초에 설계했을 때보다 손익이 좋지 않은 데다 서비스 종류가 너무 많아 운영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서 이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카드(서비스도 좋아보이고 손익도 좋은)로 옮기게 하고 기존 카드를 가지신 분들에게는 최대한 불편함을 줘서 이동시키면서 점점 사용하지 않게 하는 전략이었다. 새로운 카드 만드는 것보다 2만 배는 힘들었던 거 같다.

좋게 말해서 선택과 집중이지만 돈 안 되는 상품과 서비스는 정리해야 한다는 비즈니스의 냉정한 논리다. 일부 고객들은 여전히 불편함이 없고 자신이 좋아서 쓰는 서비스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바꿔야 하는 것이었다. 비즈니스에서 누구에게는 포지티브가 누구에게는 네거티브가 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디마케팅 하는 몇 가지 비법

1. 상품이나 서비스에서 좋아 보이는 것을 제거하라. 엄청 떨어져 나간다. 

옵션이 많이 들어가는 상품 서비스에서 제일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한 가지 서비스가 히트하여 설계 당시보다 손익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면 온갖 이유를 대서 옵션의 제한을 걸어야 한다.

반대로 이런 서비스가 좋다면 차라리 이 서비스를 살리고 돈은 들어가고 쓸모없는 것들을 정리할 수도 있는데 이런 방법이 거의 쓰지 않더라~

2. 가격을 올린다. 그래도 쓸 사람은 쓴다. 

이익이 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당연히 소비자를 몰리게 한다. 계산된 계획하에서는 매우 좋은 일이나 너무 많이 팔려도 사실문제다. 이를 생산하거나 유지보수하거나 유통하는데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가격을 손보는 것이다. 가격정책은 매우 쉽게 손댈 수 있고 프로세스도 간단하면서 효과는 확실하다. 우리나라에서 명품백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도 쓸 사람은 쓴다. 이러면 수반되는 비용은 줄면서 손익에는 영향이 없거나 좋아진다.

<가격을 올리고 할인을 해줄까? ^^ 출처 : CartoonStock>

3. 눈에 띄지 말게 하라. 찾는 게 일이 된다.

좋은 상품, 서비스는 입소문도 잘 나서 소비자들이 알아서 잘 찾아온다. 그리고 이를 파는 세일즈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도 봉 잡았다 하면서 터보를 돌린다. 이럴 때는 바로 눈에 띄지 않도록 유통망을 줄이거나 공급을 줄이는 방법을 슬 수 있다. 좋은 것도 손 가까운 곳에 있지 않으면 서서히 잊히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런 거 찾는 걸 업이나 재미를 삼는 덕후들이 문제긴 하지만^^


네거티브 전략은 매우 달콤한 악마의 유혹이 될 수 있다. 책임회피를 하기 쉽고 손쉬운 방법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지티브 전략은 손가는 것도 많고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남의 집 흉보기는 쉽지만 우리 집이 흉 보이는 집이 아니게 만드는 것이 어려운 거처럼 말이다.

정치인들이 네거티브 전략에 쉽게 손을 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남의 약점 찾는 거처럼 쉬운 일이 어디 있나? 상대방 장점 3가지만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한참 생각해야 할걸~~

제목은 Positive 전략을 이야기하면서 디마케팅하는 이야기만 하고 말았다. ^^

단순히 마케팅영역에서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직장생활에서도 사회생활에서도 항상 네거티브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관계자들에게 모두 좋은 방법은 포지티브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네거티브에 길들여진것이 아닌가 싶다.

오늘 이 글을 쓰면서 진 앤 준 브라더스에게 파지티브한 아빠가 되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http://cl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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