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명광 Oct 10. 2018

보디가드로 업그레이드하면 힙은 팬티업 프로

마케팅일기 - 2018년 10월 10일 수요일 날씨:겨울기다림

제목에 나오는 광고 카피를 알고 있다면 옛날 사람이다. ^^ 주병진이란 개그맨이 최근에 <미운우리새끼>라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다. 그의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보며 자랐던지라 익숙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그와 만난 적이 있다. 뭐 그렇게 대단한 인연은 아니고 1999년 홍대 앞 카페에서 알바를 하던 때였는데 당시 그는 공전의 히트를 하던 속업 스타트업인 (주)좋은사람들의 CEO였다. 와인과 안주를 시켰는데 나가기 전 계산을 하면서 남은 잔돈이 2천 원뿐이라 미안하다며 팁으로 주었다. 당시 시간당 알바비가 시간당 2천 원 정도였으니 작은 돈은 아니지만 큰돈이라고 하기에도 그랬다. 보통 미국에서 팁은 10~15% 주니까 계산서 금액에 비하면 작아서 미안했나 보다.

홍대 앞이 지금과 같던 시절이 아닌지라 그리 복잡하거나 10~20대 만의 공간은 아니었다.(자세한 내용은 '해가지지 않는 핫플레이스 홍대를 가다'을 참고하시길 https://brunch.co.kr/@clncompany/140)


주병진 이야기를 꺼낸 것은 무슨 연예인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고 콘텐츠 마케팅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광고가 있기 때문이다.

주병진은 1990년대 초반 연예계 은퇴 선언을 하고 카페와 속업 사업으로 남들이 말하는 성공을 거두었는데 사실 돈을 많이 벌었다 보다는 당시 그가 만든 속옷 브랜드인 제임스딘과 보디가드(제임스딘의 상표권 문제로 보디가드란 브랜드를 만들었단다)가 광고계에 큰 획을 그었다. 아마도 그가 경영자로서 인정을 받은 가장 큰 공로도 이 광고들이 없었다면 힘들었지 않을까 싶다.

가장 센세이션 했던 광고는 1995년 그가 옷을 벗겠다고 선언한 광고였다. 이때는 아마 이 회사를 자기가 운영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몰랐을 것이고 지금으로 생각해보면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시도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외국의 광고를 모방해서 했다 말도 많았지만 어쨌든 이 광고 시리즈로 세간의 주목과 시기 질투를 한 몸에 받았으니 말이다. 참고로 아래 사진의 돌사진은 자신의 벗은 백일사진이 없어서 직원 사진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 광고하나로 속업업계에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출처 : 아시아경제>

이 광고 이후로 더 히트작이 있었으니 신문 및 지하철 광고 시리즈였다. 90년대 후반이니 이제 핸드폰이 보급되기 시작했던 때라 지금처럼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다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지 않았고 벽에 붙은 광고에도 꽤 많은 시선을 주던 때다.

그때 시리즈로 나오던 보디가드의 광고 카피들은 세간의 집중이 되었다. 아마 지금이라면 디씨나 오유 등등에서 회자가 많이 되었을 것인데 자료 찾기도 힘들었다.

한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것도 글씨를 쉽게 알아보기 힘들었는데

몇 개만 써보자면

"보디가드로 업그레이드하면 힙은 팬티업 프로"

"목욕탕 안에서는 기죽었다. 탈의실에서는 기살았다."

"혈압이 높은 그이를 위해 첫날밤, 눈물을 머금고 추리닝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성적인 내용을 연상시키는 내용도 많으나 대체로 유머와 위트와 해학으로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그나마 구글링으로 찾은 보디가드 카피 일부, 출처 : https://m.blog.naver.com/ygy100/60132141066>

오래된 광고를 회상하자고 꺼낸 이야기는 아니다.

이 광고들이 세상에 나왔을 때는 한참 취업을 준비하던 때였고 방송과 광고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 유심히 보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콘텐츠 마케팅을 이리 잘했던 회사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말하는 콘텐츠 마케팅이란 말이 저 시절에는 있지도 않았지만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를 시리즈로 만들어서 소비자의 눈에 들기 위해 밤새 고민한 흔적이 남아있다는 것은 콘텐츠 마케팅이라는 것이 디지털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지금이야 콘텐츠 마케팅이라 하면 영상을 대부분 떠올리는데 시대에 따라 환경에 따라 매개체만 달랐을 뿐 항상 존재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콘텐츠 마케팅 그러면 사실 있어빌리티가 넘쳐나는데 고객의 시선이나 관심을 모으기 위한 설득적 커뮤니케이션의 하나로 흔히들 말하는 광고와 다름없다. 다만 대놓고 상품이나 서비스의 성능이나 차별점을 설명하는 직접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그와 관련된 정보나 스토리를 가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구성하고 이를 소비자가 보거나 읽거나 하여 인지 혹은 관심을 유도하는 간접적 방법의 광고라 하면 이해가 쉬울 거 같다. 이런 콘텐츠 마케팅이란 용어가 흥한 이유가 몇 가지 있다.


1. 그만 쏟아내라 광고야 정보야~ 마케팅 피로도 상승이다.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서는 일정한 정보만 제공하여도 소비자들은 반응하였다. 이를 닦으면 개운해지는 치약, 이를 하얗게 만드는 치약 등 1차적인 정보만 제공해도 소비자는 주머니를 열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런 기능들은 기본적인 치약의 효능이 되었고 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더욱 차별화가 필요했다. 이런 시대가 결국 브랜드의 시대를 만든 것인데 20대 치아를 80대에게 이런 메시지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소금이 들어가면 좋다는 것이 좋다는 것은 죽염, 송염 치약 등으로 사람들이 다 알게 되자 히말라야에서 공수해온 핑크 솔트가 들어가야 좋다는 광고가 나오게 한다.

지하철역에서 나오면 손을 잡아 쥐어주는 식당의 전단지처럼 소비자들은 이런 광고의 홍수에 누적된 피로도에 대놓고 광고를 기피하게 되었다. 이것이 콘텐츠 마케팅을 등장시킨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치약의 종류가 이리 많아야하는 이유는? 출처:Comfort Dental of Lafayette>


2. 보이는 거만 챙기기 힘들다~ 콘텐츠 자체의 양과 채널이 늘어났다.

콘텐츠를 만드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늘었고 이는 채널의 증가와 운명을 같이한다. 둘이 따로 떼어놓고 설명할 수는 없다. 과거에는 TV, 신문, 잡지, 라디오로 불리는 올드미디어뿐이었지만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블로그, SNS, 유튜브로 대표되는 OTT 등 온라인과 모바일의 발전이 가져다준 콘텐츠의 범람의 시대와 채널의 홍수 시대가 동시에 오게 된다. 콘텐츠를 유통시킬 채널이 늘고 채널을 봐줄 시간이 늘어났다. 이는 움직이는 기기의 시대 즉 모바일 시대가 만든 현상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볼 시간이 늘어난 만큼 볼게 많아져서 눈에 들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3. 필부필부 컨텐츠 크리에이터다~콘텐츠 프로슈머의 시대의 개막이다.

유튜브나 아프리카 TV로 대표되는 채널에 크리에이터 혹은 인플루언서라 불리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기존의 연예인이나 셀럽이라 불리는 유명인사가 아니라 일반인이 셀럽이 되고 영향을 퍼뜨리는 미디어가 될 수 있게 되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구분이 없어지고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다 보니 엄청난 콘텐츠들이 쏟아지게 되었다. 이들을 수용하는 미디어들이 기존 올드 미디어를 밀어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4. 콘텐츠를 먼저 팔아야 한다~콘텐츠가 상품이 되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보조하던 콘텐츠 자체도 상품이 되었다. 콘텐츠 자체가 매력이 있어야 이어지는 상품이나 서비스도 연결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기업이나 개인들이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스토리와 이를 콘텐츠로 만들고 송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콘텐츠 마케팅이 대세가 되었는데 이를 부르는 용어도 가지가지다. 이도 일종의 광고지만 대놓고 광고는 아니라고 네이티브 애드(Native Ad)라 불리는 것이 있다. 예를 들면 결혼정보회사는 과거에 짝을 찾아드립니다 같은 원초적인 메시지를 보냈지만 지금은 미래의 배우자 얼굴을 보고 싶으세요? 같은 콘텐츠로 느낄법한 내용들을 내보낸다. 사실 이런 내용과 유사하게 애드버토리얼(Advetorial)이라고 해서 기사처럼 쓰는 광고가 있는데 이도 비슷한 패턴이라고 볼 수 있다.

<광고인듯 광고아닌 그거 잘하게 해주는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한때는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사용되었는데 이도 콘텐츠 마케팅 안에서 해석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메시지에 스토리가 담겨야 한다는 의미에서 스토리텔링(Storytelling) 마케팅이라고도 불렸지만 해석에 따라서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고 콘텐츠 마케팅이 스토리가 필요해서 서로 섞여 있다고 보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브랜드 저널리즘(Brand Journalism)이라는 말도 있다. 각 브랜드를 위한 스토리를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기존의 저널리즘에서 사용하던 방식을 가져와 브랜드의 이야기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런 다양한 용어들이 콘텐츠 마케팅이라는 범주에서 이리저리 변주가 되고 있으니 트렌드를 잘 지켜보는 것도 콘텐츠 마케팅을 제대로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면 콘텐츠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들은 뭐가 있을까? 이에 대한 다양한 책들이 나와 있는데 정답이나 정해진 룰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니 기업이나 브랜드 자체가 이를 어떻게 정의하고 실행할 것인지 나름의 원칙과 전략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1. 우리에게 콘텐츠란 무엇인가를 정의하자.

앞에서도 콘텐츠 자체도 상품이 되는 시대라고 했다. 우리가 판매하고 거래하고 유통시키는 것들이 어떤 성격의 것인지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 슘페터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비누를 파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가 씻고 싶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이다. 이 말이 콘텐츠 마케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등대가 되어줄 수 있다. 우리가 파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고 소비자가 어떻게 이를 받아들이게 할 것인지 정의하는 것에서 콘텐츠 마케팅이 시작될 것이다. 우리가 전달하는 콘텐츠가 이미지를 만드는 역할을 하게 할 것인지 어떤 구체적 행동을 유도하게 할 것인지 또는 재미와 감동으로 놀이터가 되게 할 것인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이 가능하니 상응하는 콘텐츠 정의부터 하는 것이 순서가 되겠다.


2. 우리에게 맞는 스토리를 발견 혹은 창조하라.

우리가 파는 것이 세제라면 단순히 때를 빼는 것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이 세제는 환경에 무해하다든가? 아이들과 함께 쓸 수 있다든가? 가장 최신의 과학기술이 들어있다든가? 하는 스토리를 담아야 한다. 코카콜라가 파는 것은 청량음료가 아니다. 코카콜라의 광고에서 항상 강조하는 Happy 한 사람들과 시간을 팔고 있다. Happy가 정해지면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되는 것이다. 상품이나 서비스 그리고 브랜드까지 유형이건 무형이건 발생에서부터 소비자에게 건나갔다가 사용되고 폐기되는 전 과정에서 어떤 이야기들은 자연스럽게 혹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이를 잘 잡아서 어울리는 옷을 입히고 적절한 교통수단을 태워 소비자의 집을 방문하게 해야 한다.


3. 우리만의 전략이 필요하다.

남들이 한다고 해서 다 따라 할 필요는 없다. SNS가 생겨나고 거의 모든 기업들이 SNS에 돈을 쏟아부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기업들이 SNS에서 사라졌다. 왜일까? 반응하지 않는 소비자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과거 TV에서 하늘에 대고 우리 상품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았다. 물론 타깃팅을 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흥미나 재미를 유발하는 거 까지는 좋으나 실질적 행동이 일어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을 배운 것이다. 마케팅은 신규 고객을 이끌고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마케팅 목표라고 했다. 이는 마케팅의 전부라 해도 좋은데 이를 위해서 꼭 모든 채널을 활용하거나 남들이 하는 모든 것을 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메인 고객들이 있는 곳 그들이 좋아할 콘텐츠를 선별하는 것이 콘텐츠 마케팅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콘텐츠가 왕인 세상이다. 어떤 왕이냐에 따라 태평성대 혹은 폭정의 시대가 될수도 있다. >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콘텐츠 마케팅의 일부다. 과거에는 읽히기 위해 글을 썼지만 요즘은 꼭 읽으라고 쓰지만은 않는다. 볼거리나 읽을거리가 너무나 많아서 그리고 유사하고 복제되는 것들도 많아 이제는 마케팅에도 시뮬라르크가 넘쳐난다. 콘텐츠도 기호가 된 것이다.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느냐가 스스로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장 보드리야르가 이야기했듯이 기호를 소비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콘텐츠가 그들의 기호가 될 것인지가 중요하다. 페북에서 공유하기는 많이 하지만 정작 뷰수는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가 단적인 예라 하겠다. 콘텐츠는 상품이나 서비스와 달리 생명이 매우 짧다. 회자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생산과 함께 사라지기도 한다. 이런 콘텐츠의 특성과 소비자의 소비 행태 그리고 채널이나 사회의 트렌드에 맞춰서 조변석개하는 콘텐츠 마케팅을 수시로 점검해보고 두드려보면서 실행해야 실패의 확률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주병진 나오는 미우새를 보다가 옛날 광고 생각이 나서 어쩌다 콘텐츠 마케팅 이야기를 겉 핥기 해보았다.

책이 한 권 나올 정도의 이야기를 이 잠깐의 시간에 다 할 순 없지만 잊지 말고 기억할 것은 콘텐츠의 존재 이유는 공감이라는 것이다. 세상이 두쪽 나도 이는 변하지 않을 거 같다.  


http://clnco.kr/


매거진의 이전글 공공시설에도 비즈니스 마인드 도입이 절실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