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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Oct 09. 2018

공공시설에도 비즈니스 마인드 도입이 절실합니다.

마케팅일기 - 2018년 10월 9일 화요일 날씨:측우기 준비

쉬는 날마다 아이들과 어디를 또 가야 하나 고민하는 게 모든 부모의 고민일 것이다. 그런 부모 중에 한 사람이라서 한글날을 맞아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면서 페북 탐라나 여러 가지 앱 또는 네이버 등을 검색해보다가 한 페친이 올린 서울 새활용 플라자 방문기가 기억나길래 여기를 가야겠다 맘먹었고 검색하려니 그곳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전에 방송에서도 한번 본 적이 있던지라 서울에 있으니 '서울'과 재활용 관련이라서 '재활용'을 검색어에 넣어보았더니 온통 재활용센터만 검색이 되었다. 다행히 어떤 글에 같이 검색이 되어서 이곳이 '재활용'이 아니라 '새활용'(재활용은 Recycling이고 여기서 새활용은 재사용인 upcycling인데 새활용이라고 한 거 같음)이라는 한글날에 어울리는 이름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T맵을 켜고 출발했다.

집에서는 20분 정도 거리인 데다 휴일 점심시간 언저리라 차도 그다지 밀리지 않았다.

장안평 근처에 있어서 몇 번 가본 곳이라 어렵지 않게 찾았고 들어가는 입구도 잘 정비되어 있었다. 건물도 작년에 개관한 상태라 주차장 들어가기도 편했다. 그런데 주차장 차단기가 열려있는 것으로 봐서 차가 많아 안 들어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0월경부터 유료화 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중랑하수과학관쪽에서 본 서울새활용플라자의 모습>

주차하고 어떻게 움직일지 살펴보니 동선 안내가 있어서 어렵지 않게 지하 1층 소재 은행부터 1층에 있는 전시장, 2층에 상점과 학습센터 등을 둘러보고 진앤준 브라더스가 배고프다고 난리를 쳐서(이런 애들이 아닌데 왜인지 배고프다고 괴성을 지름) 5층 식당을 갔는데 허~ 식당이 한식뷔페 같은 형태였고 애들도 4천 원씩 내라고 하길래 그냥 나와서 장안평 근처 칼국수집에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차를 세우고 하수도 과학관이라는 곳에 가서 정수처리 과정을 살펴보고 주위에 펼쳐진 코스모스 밭과 공원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이곳이 하수종말처리장이었단 것을 누군가 말해주지 않는다면 좋은 공원이라고 할만한대 냄새가 어떤 곳인지를 알려주었다. 곳곳에서 풍기는 하수의 냄새를 막을 수는 없었나 보다. 이러니 그 넓은 공간에 그것도 빨간 날에 채 50명도 안 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었다.

이 두시설 모두 개장한 지 1년 정도 된 거 같은데 이 시설에 투입된 비용을 찾아보니 중랑 하수종말처리장이란 이름이 중랑물재생센터로 바뀌었고 지하화 및 현대화로 3,600억이 들어갔단다. 그리고 새활용 플라자는 12년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건축비만 373억이다. 12년 보고서니 아마도 이보다 더 들어갔을 거고 연간 운영비 계획은 6억 정도에 3억 정도 수익이 날 것으로 보고서가 쓰여있었지만 안 봐도 적자일 거 같다.

<재밌게 놀다 왔지만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중랑물재생센터>

좋은 세상이다 보니 서울 새활용 플라자 기본계획 최종보고서도 검색이 되었는데 당시에는 재사용 플라자였나 보다. 거기 비전은 재활용 수도 서울 조성~ 뭐 비전인데 뭔들 못써^^. 목표에 재활용 시스템 전환도 좋다, 다만 제대로 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두 번째 목표는 세계적 관광명소였는데 여기서 실소가^^

이 보고서에는 다양한 운영계획들이 들어있는데 다 언급하기는 불가능하고 눈에 띄는 브랜드가 있었다. 바로 프라이탁이었다. 이런 브랜드를 육성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런데 사진을 찍지는 않았는데 유사한 제품들이 있어서 보았는데 그냥 동네 장바구니 같은 상품들이었다. 가격이 5만 원 정도씩은 하던데 그 가격이면 인터넷에 좋은 것들이 얼마나 넘쳐나는데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스토리도 없는 품질도 조악해 보이고 딱히 기능도 없는 상품에 5만 원 들일 생각을 할까?

애초에 여기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아마도 중고물품이 좀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름다운 가게 작업장이 있었으나 문 닫아 있었고 대로변에 있는 아름다운 가게도 문 닫아 있었고 내부에 있는 상품판매장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중고판매장이 같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서울 시내 한복판에 이런 넓은 장소가 흔하지 않은데 잘좀 어떻게 해보지^^>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공공성을 담보로 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의 한계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좀 더 세련되고 제대로 할 수 없을까라는 아쉬움이 컸다.

하수종말처리장이 1976년에 세워졌다니 현대화의 필요성은 당연한 것이고 이후에 주변에 주택들이 들어섰을 테지만 냄새 등으로 인한 민원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대화를 무기로 정치권도 표장사를 했을 것이다. 2단계 활용계획은 민간에 맡겨서 뭘 하겠다고 용역 발주도 나와있던데 8억이나 주고 ~

아마도 공원은 그냥 현대화 계획에 더해진 포장 같은 것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어차피 돈 들어가야 하는데 지하로 내리고 위에는 공원으로 해서 사람들이 즐기는 장소로 만들면 동네에서 좋아하지 않겠어? 정도

하지만 다시 가라고 하면 안 갈 거 같다. 날이 흐려서 일수도 있지만 여기저기서 하수냄새가 역하게 났다.

빨간 날 놀러 온 사람들을 셀 수 있을 정도였으니 할 말 다한 거다. 1년밖에 안되어서? 그건 이유가 안될 거 같고...


새활용 플라자도 도심재생계획의 일환으로 장안동 일대를 중고차 시장과 엮어서 잘 해보려 한 거 같은데 입지도 썩 좋지 않고 제대로 메카를 만들려면 사람들이 모여야 할 텐데 중고상품 거래가 활발한 시장을 생각하고 간다면 오산이고 그냥 잘 지은 건물에 환경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정도라고나 할까? 2차 건물이라고 보고서에는 나와있던데 주로 상업시설로 쓰겠다고 제대로 못 본 건지 아직 시작을 안 한 건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된 시장(마켓)의 역할이 되지 않으면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 모습일 거 같다는 생각이다.


일전에 공공마케팅에 대해서 언급한 적도 있지만 마케팅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존재의 이유를 찾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두 곳이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사람들에게 돌려줄 공간이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였다.

이런 일들은 당연히 공공의 몫이고 이익이라는 기업의 목표와 다른 목표가 존재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제대로 길게 지속가능성을 갖게 하는 것은 공공과 민간의 목표가 다르지 않다고 본다.

훈수를 두기에는 조사해봐야 할게 많을 거 같아서 그냥 두기로 하고 둘러본 소감만 정리하고 오늘의 마케팅 일기를 마친다.

한마디만 더 하자면 세계적인 재활용 관광명소가 되려면 자국민 아니 시민부터 오게 하셔야...

http://cl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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