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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Oct 15. 2018

드레스코드는 데님입니다.

마케팅일기 - 2018년 10월 15일 월요일 날씨:야리꾸리 

지난 금요일에 성수동에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문을 열었다. 스피닝울프 성수가 그곳인데 지인의 초대로 오프닝 파티에 가볼 수 있었다. 이곳은 '음악과 이야기와 마음이 떠들썩하게 어우러지는 다이닝 라운지'로 플레이스 캠프 제주에 이어 서울에 오픈하는 공간이었다. 얼마 만에 심장을 울리는 바트를 느끼며 사람들과 즐겼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야 홍대 락카페를 섭렵하고 다녔지만 결혼 이후에는 그리고 특히 두 아이의 아빠가 되고 나서는 언감생심, 핫플레이스를 찾아다니는 것은 호사 중에 호사가 되었는데 이런 핵신싸들이 모이는 장소에 가볼 수 있는 영광을 얻은 것이다. 

<성수동 핫플 예약 스피닝울프, 제주에서 상경한 다이닝라운지>

이날의 드레스코드는 데님이었다.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청바지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하니 매우 쉬운 드레스코드이고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는 코드지만 데님이기 때문에 돋보이기 어려운 드레스코드이기도 했다. 추측컨대 젊음과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옷을 그렇게 입고 오라는 주최측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이제 젊은이라고 치장하기에는 올드해버린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다. (데님의 대표주자 청바지의 상징이 무엇인가? 젊음과 자유 등등등이다, 여기서 잠깐 다 아시겠지만 광부의 옷 청바지가 젊음과 자유의 상징이 된 것은 2차 대전 이후 전 세계로 퍼진 미국 문화의 영향에 말론 브란도와 제임스 딘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의 모습에서 시작된 패션코드다)~~


드레스코드는 꼭 어떤 파티에 갈 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학생일 때는 교복이 드레스코드가 되고 직장인이 되면 정장이 드레스코드가 된다. 물론 과거보다는 일상에서 드레스코드는 많이 사라져가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도 좀 더 자유로운 사고에서 근무하라고 비즈니스 캐주얼을 거쳐 거의 자유복까지 입게 하는 등 전형적인 드레스코드는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 곳이 아닌 이상 자유로워졌다. 

드레스코드는 긴 역사로 보자면 계급의 상징이다. 전 세계 어디서나 역사를 보면 계급마다 다른 복장을 통해 권위를 상징해왔고 이런 부분은 여전히 우리의 일상에서도 적용된다. 가끔 복장을 다르게 하고 상점에 가거나 길에서 도움을 청하는 상황을 촬영할 때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지는 것은 DNA에 박힌 드레스코드가 주는 의식의 흐름에 따르는 거뿐일 게다.  

https://www.youtube.com/watch?v=MQcN5DtMT-0

<유니세프가 길에 있는 어린아이 옷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 관찰한 영상>

마케팅에서도 코드는 매우 중요하다. 코드란 말을 좀 더 알아봐야 하는데 영어로는 Code다. 영어에서는 암호, 부호라는 뜻이고 불어에서는 법규를 의미하는데 정해진 규칙이라고 하면 되겠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도 코드이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우리가 다 같은 환경에서 사용하려면 정해진 코드를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코드가 맞아'라는 말은 서로 가진 인식체계가 비슷해서 말이 통하거나 취향이 비슷함을 이야기한다. 마케팅에서도 기업과 소비자간 코드가 맞아야 상호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즉 기업과 소비자는 서로 동일한 인식체계 안에서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서로가 원하는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케팅이란 말을 다른 말로 하자면 코드 일치 작업이라고도 하겠다. 

소비자가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 자체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것과 같은 것이니 말이다. 

소비자의 코드를 잘 읽는 기업은 성공하는 것이고 읽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소비자의 선택은 자신들의 변화하는 코드에 맞게 지속적인 코드 변화를 해주는 기업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코드의 변화는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시간에 따라 계속 바뀌기 때문에 지금처럼 스피드가 그 무엇보다 변화의 변수로서 가장 중요한 시대에는 코드 변화에 따라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마케팅 성패를 좌우한다. 게다가 글로벌 시대이다 보니 과거에는 지역 내에서만 같은 문화를 공유한 사람들의 코드를 맞추면 되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의 많은 다양한 문화코드에 공통적으로 어울리는 코드를 구사하거나 서로 다른 코드에 맞게 제안을 던져야 하니 마케팅이 어려운 일임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거기다가 세분화되어가는 취향이라는 코드까지 신경 써야 하니 보통일이 아니다. 


준이가 며칠 전에 양치를 하다가 감기 때문에 코를 흘리길래 유한킴벌리의 상품인 마이비데로 코를 닦아주었다. 그랬더니 "아빠 왜 똥꼬 닦는 걸로 코 닦아!!"라고 말하여 나를 웃게 만들었다. 이는 준이에게 마이비데는 배변 후에 똥꼬를 닦는 것으로 코드화 되어 있는데 내가 이를 어긴 것이다. 받아들일 수 없다는 항변이었으리라.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문화충격을 받는 것들 중에 아주 유명한 것이 두루마리 휴지가 밥상에 올라오는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런 현상에 대해서 그냥 웃고 넘어갈지도 모르겠지만 마케터들은 매우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현상들이다. 


2013년 유한킴벌리는 마이비데를 시장에 내놓았는데 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아마도 공중용 화장실에 설치된 비데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사를 보고 이를 대체할 물티슈를 고민했을 것이고 팔릴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출시를 했고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장 규모가 크다고 할 순 없지만 여성이나 유아를 위한 시장은 충분하다고 보인다. 아이러니는 공중용으로 생각했는데 가정용으로 더 팔린다는 것인데 이는 사용습관 차이를 더 관찰하지 않아서 일 것 같다. 집에서는 내가 준비하는 것이고 공용은 내가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는 기본적인 코드 체계가 다름에 기인하지 않았을까? 

마이비데는 화장실 문화코드가 변해가는 것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상품이다. 신문이나 달력 시대를 벗어나 화장지 시대가 오고 비데 문화가 등장했고 문제가 되는 것들을 자꾸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화장실 코드를 선점한 사례가 아닐까? 먼 미래에는 조개껍질이 올 거 같은데...(데몰리션 맨을 보신 분이라면 이해할 듯^^)

<조개 사용법을 이해하신 분 제보 바랍니다. >

클로테르 라파이유의 책 <컬처 코드>에서 저자는 우리가 속한 문화를 통해 일정한 대상에 부여하는 무의식적 의미라고 정의한 바 있다. 세상이 아무리 글로벌화가 되었고 더 가속화되어 간다고 하더라도 쓰는 말이 다르고 사는 지역이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면 코드는 다를 수밖에 없다. 마케팅은 이런 복잡 다단한 환경의 변화에 따라 모습을 바꿔가는 혹은 그대로 유지되는 숨겨진 코드의 의미를 찾는 작업이다. 

마케팅에서 코드를 찾는 방법은 다양한다. 과거에는 시장조사라는 이름으로 많이 이뤄졌던 설문조사, FGI(Focus Group Interview) 등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SNS에 넘쳐나는 고객들의 자연어를 분석하여 취향까지 예측해보는 시대가 되었다. 이렇게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코드를 100% 이해하기는 힘들다.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기여하는 코드를 다 이해하기에는 변수가 너무나 많고 상황과 환경에 영향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마케터들이 소비자의 코드를 이해하기 위해서 버려야 할 혹은 조심해야 할 몇 가지를 한번 살펴보자

1. 편견과 선입견

자신도 소비자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제일 먼저 자신의 코드에서 현상을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마케터가 경계해야 할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이미 편향된 코드로는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없음을 이름이 말해주고 있다. 

2. 올드 데이터

사람의 삶이 뭐 그렇게 대단하게 급격한 변화를 겪지 않고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요즘은 기존에는 이랬는데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하기에는 변화가 너무 빠르다. 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위해서 기존에 만들어 두었거나 2차 자료로 인터넷에 존재하는 많은 데이터 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것이 많으니 너무 기존의 것에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 

3. 전문가의 의견

전문가의 의견은 의사결정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업들도 전문가를 모셔와 의견을 듣고 최종 결정들을 하고 하지만 전문가와 소비자의 코드에 괴리가 많다는 것은 여러 현상에서 나타난다. 영화평론가와 일반인의 평점이 다르듯 사용자와 평가자의 시각은 언제나 같을 순 없다. 전문가가 가진 의식체계의 코드와 일반인의 코드는 같을 수 없으니 이를 잘 감안할 필요가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의 숨겨진 목소리와 진짜 행동이니 이를 찾는 노력이 바이어스(Bias)를 잡아주는 유일한 방법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 기업들의 마케팅 실패사례를 보거나 국내 기업이 해외에 나가서 문화적 코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좀 더 깊은 고민을 하지 않는 거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 나라의 문화를 다 알고 들어갈 수는 없겠지만 그 나라 소비자들은 어떤 문화적 코드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 좀 해본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이는데 아쉽다. 물론 우리나라 기업이 더 잘되고 시장을 많이 차지하면 좋겠지만 글로벌 시대에 마냥 자국 기업만 챙기는 것도 좋은 현상은 아니니 소비자 기호에 맞는 코드 찾기를 잘해서 기업이나 소비자 모두에게 좋은 일이면 좋지 않을까 싶은데...

<개성을 중시하는 미국에서 호평을 얻은 YF소나타는 한국에서는 고전했다. 추러처:머니투데이>

현대 자동차의 YF소나타가 미국에서는 매우 인기가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곤충 같다는 둥 혹평을 받은 적이 있다. 이는 미국인들이 차를 선택하는 기준에 개성이라는 요소가 강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성보다는 평준화된 고전적 스타일이 더 잘 먹히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미국 중심으로 상품 설계를 했으니 국내에서 외면 받은게 당연한 일이지만 효율을 위해서 그리 선택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다음 모델은 한국적으로 했다가 다시 미국에서 소외되는 ㅜㅜ

자동차를 타는 이유는 자동차를 발명했을 때나 지금이나 근본적으로는 같다. 장소의 이동이다. 하지만 장소의 이동이 전부가 아닌 시대다. 자동차는 계급이기도 하고 패션이기도 하다. 또한 구매 기준으로 삼는 코드가 10년 전과 지금이 같을 수가 없다. 코드를 연구하고 분석하는 마케터가 급변하는 시대에 생존할 확률이 가장 높다. 그래서 마케터들이 나이를 먹으면 점점 쓸모가 없어지나 보다. 코드를 읽는 눈에 노화가 오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ㅜㅜ 진짜 눈도 안 보이고 미래도 안 보이고 ㅎㅎ

드레스코드가 정해졌다고 해서 모두 같은 코드를 갖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명심하고 오늘도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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