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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Oct 16. 2018

'타다'의 자발적 탑승 인증 릴레이 이유는?

마케팅일기 - 2018년 10월 16일 화요일 날씨:

강남에서 오랜만에 약속이 있었다. 전 직장 후배와 그의 팀원(커뮤니티 모임에서 만나게 되었다)과 함께 만나는 약속이었는데 오랜만에 직장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마음이 복잡다단하였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수다파티를 마무리하고 강남에서 마포로 이동할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페친들이 계속 탑승 인증을 올리던 '타다'앱을 미리 깔아놓은 것이 생각이 났다.(카드까지 다 등록해 두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평상 시라면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걸려서 돌아갔겠지만 몸 컨디션도 좋지 않았고 탑승 인증이 올라오는 걸 보고만 있을 수만 없어서 카페를 나오기 전 바로 호출을 했다. 연결이 바로 되었고 8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올라왔다.

기존에 콜을 불렀다면 큰길에 가서 기다렸을 텐데 골목길 위치도 정확하게 파악해서 그냥 가게 앞에서 기다렸는데 시간에 맞춰 전화가 왔고 바로 탑승을 할 수 있었다.(오 이런 매끄러운 연결이라니)

<흰색 카니발에 BI만 깔끔하게 인쇄된 차가 도착했다. 그리고 웰컴 킷도 받았다.>

문을 바로 열어주었고 이름을 확인하고 탑승하였다. 첫 탑승임을 확인하더니 바로 웰컴 킷을 건네주었고 어떤 경로로 갈 것인지 물었다. 그냥 맵이 가는 길로 가달라고 하였고 응대 매뉴얼인지 형식을 갖춘 질문을 주고받았다. 드라이버는 정장을 입고 있었고 요즘 인증 후기가 페북에 핫하다고 했더니 본인도 찾아봐야겠다며 몇 가지 운행 정보를 알려주었다. 운전만 하면 되고 일급제라서 본인이 원하면 주말만도 일할 수 있고, 콜을 15초 안에 승인을 해야 하고 목적지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콜을 거부하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우버 블랙 같은 경우는 차값이 부담스러운데 운전만 하면 돼서 지금은 만족하고 운전하고 있다고 했다.

나도 인증 행렬에 뒤지지 않으려 페북 탐라에 외관과 웰컴 킷 받은 사진을 올리고 마케팅일기로 후기를 남기리라 포스팅을 했다.

집에 와서 웰컴 킷을 열어보니 인사말 카드와 자일리톨 캔디, 쿠폰북 그리고 브랜드북이 들어 있었다. 최근에 본 BI 설명서 중에 타다의 브랜드북이 가장 인상 깊었다.

직관적인 브랜드 네임 '타다'의 아이덴티티를 설명해주고 로고타입이자 심벌의 디자인 컨셉을 적어두었다.

다음장엔 브랜드 에센스인 '더 나은 이동'을 도출한 이유를 그리고 이 에센스를 구현하기 위해 브랜드의 속성을 정의해 두었다.

1) 바로 배차 : 호출하면 시스템이 바로 배차를 지정

2) 공간 : 쾌적한 이동 경험을 위한 매일 내외관 세차

3) 타다만의 향기 : 직접 조향한 유칼립투스 향기를 통해 공간을 채움

4) 든든한 드라이버 : 안전한 운전 안전한 사람(깐깐한 채용과 운행 매뉴얼 교육)

5) 승객 대응 매뉴얼 : 꼭 필요한 그리고 부담 없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응대 과정

6) 브랜드 확장 계획 : 타다 에어(공항) 그리고 타다 어시스트(장애인)

7) '더 나은 이동'에 대한 Statement와 고객에 대한 약속

16P 짜리 리플릿 하나는 이 서비스의 지향점과 고객과의 약속을 간단하지만 매우 꼼꼼하고 꼭 필요한 것만 담아 정리해 두었는데 최근에 본 브랜드 중에 자신의 정체성을 가장 담백하고 명확하게 고객에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거기다 넉넉한 쿠폰 인심까지(두 달 동안 한 달에 한번 1만 원씩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이었다)...

<화려하거나 개성이 강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심플하고 브랜드 철학이 고스란이 담겨있는 웰컴킷>

이 글을 쓰면서 제목을 고민했다. 왜 가장 평범한 이동수단의 조건이 이렇게 자발적 인증 릴레이를 불러오고 있는지 그 자체가 의아했다. 그래서 평범함 이동수단 '타다'가 왜 이슈가 돼야 하는지로 써야겠다란 생각을 했다가 제목은 그냥 끌리는 제목으로 썼다.

<택시업계의 반발과 관련된 기사들이다. 카카오카풀과 타다에 대한 것이다.>

왜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는 한쪽에선 저항을 한쪽에선 환호를 받는 것일까?


1) 안전 운전 VS 총알택시

어떤 이들은 밤 시간에 빠르게 집에 간다고 좋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동수단이 지켜야 할 것 중에 가장 궁극적인 것은 안전이다. 자동차의 발명과 함께 교통사고도 발명되었다고 했다. 기존에 없던 것들이 세상에 나올 때는 꼭 긍정적인 것만 태어나지 않는다. 이동수단에 타면서 목숨을 담보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급출발이나 급과속, 추월 등은 없었다.


2) 유칼립투스 향기 VS 담배 냄새

비용을 내고 이동하는 것이 더 이상 장소에서 장소만 옮겨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른 교통수단들은 다 그렇게 변화해 가는데 왜 가장 소비자의 니즈를 받아들여야 할 이동수단은 여전히 쾌쾌한 담배냄새를 품고 달리고 있을까?


3) 바로 배차 VS 승차거부

출퇴근 시간, 늦은 시간 택시 호출 시스템은 잘 되어 있음에도 호출에 응답하는 차는 없다. 적지 않은 돈을 내고 타는 구매로부터 거부받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4) 네버엔딩 설교 VS 적재적소 응대

택시를 타자마자 정치적 이슈나 사회 현상에 대한 설교를 듣고 싶은 소비자는 없다. 피곤하면 조용히 가고 싶기도 한데 동방예의지국의 후손으로서 대꾸해주는 것도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5) 모르면 돌아간다 VS 최적의 길은 티맵이 안다

아무리 차가 막혀도 가는 길이 뻔한데 모르는 길이라고 돌아가면 안 된다. 스마트폰과 내비게이션이 최적의 길을 보여주는데 왜 자꾸 돌아갈까?


몇 가지 이슈만 정리해 보았다. 왜 소비자가 이동수단에 대한 재정의를 원하는지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거 같다. 가장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할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 서비스에 더 이상 기득권을 용인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기존 업계의 이슈 제기가 마냥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기존의 기득권이 누구를 위한 기득권인지에 대한 고민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순서다.

관련 업계의 연일 시위를 내 밥그릇 지키기로만 보지 않을 이유들도 있다. 제도적 허점이나 관리 미비 문제 그리고 정책적 지원과 업그레이드를 위한 법규 및 제도 개선이 적시에 이뤄지지 않는 등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더 이상 소비자가 참아야 한다는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유통업에서 시작한지라 CS교육을 자주 받았고 내가 이를 관리하기도 했었다. 그때 일본에 벤치마킹을 간 회사가 있었는데  일본의 MK택시라는 곳이었다. 이 회사의 서비스 혁신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는 사례는 한국 서비스 업계에 전설 같은 케이스로 소개가 되었다. 하지만 정작 한국의 택시업계에서 이런 택시회사는 나오지 않았다. 소비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한 장소와 시간에서 제공받기를 원해왔지만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이 최근 변화된 이동수단의 등장에 열광하는 가장 근본적 이유다.

https://www.youtube.com/watch?v=RGrEt8tdyBc

<MK택시 광고영상>

타다의 서비스에 열광하는 이유를 서비스 이론에 비추어 설명해 보자.

서비스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무형성, 비분리성, 이질성, 소멸성인데 이 특징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물리적 증거와 고객 경험을 유형화하는 노력이 서비스의 질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한다. '타다'의 서비스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1. 서비스 스케이프의 설계(서비스를 전달하는 데 사용되는 유형적 요소를 모아 환경을 만드는 것)

무형적 형태의 서비스는 불확실성과 예측가능성 저하로 이어지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타다는 차량 선택과 드라이버의 복장, 실내 청결, 와이파이 이용, 안내 매뉴얼, 웰컴 킷, App, 결제 프로세스 등등 모든 터치 포인트를 고객의 의식의 흐름에 맞게 정리해 두었다.

2. 공급자와 소비자의 접점 최소화

서비스의 비분리성은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진다는 의미로 서비스 품질을 통제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서비스의 특성상 공급자와 소비자의 접촉이 많을수록 문제는 발생하는데 앱을 통한 호출과 결제 그리고 이동경로 제공, 응대 매뉴얼 등을 통해 언택트를 지향하고 있다.

3. 꼼꼼한 고객 응대 매뉴얼

서비스의 이질성은 품질이 고르지 못하다는 뜻인데 이를 보완하는 것이 매뉴얼이다. 하지만 형식화된 고객응대가 최고의 서비스 제공 형태는 아니다. 소비자의 특성에 따라 형식적 응대가 아닌 유연한 대응이 현재의 서비스 제공에는 더 적절한 모습이다. 이는 최적화된 서비스 환경에서의 이야기이고 20~30분 이동수단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다. 이를 드라이버의 매뉴얼 숙지를 통해 고른 품질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4. 웰컴 킷과 후기 릴레이

서비스의 특징 중 하나는 소멸성으로 그 시점이 지나면 아무리 좋은 형태의 경험도 사라지고 만다. 소비자의 기억 속에만 남는 이런 현상이 바이럴이 되는 것은 이런 소멸성을 보안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는데 페북의 인증 릴레이만 봐도 이런 소멸성은 소비자의 의해서 해결이 되고 있다.

<더 좋은 경험을 위한 고민한다는 것>

'타다'를 한번 이용해 보고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고 한 번의 경험이 수만 번의 서비스 기회를 다 대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존의 이동수단과 서비스 정책이나 환경이 가장 기본적인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더욱 자명해졌다. 보통 처음 시작하는 서비스들이 약간의 어설픔과 부족함을 동반하는 것을 애교로 봐주기도 하지만 '타다'는 이런 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였다.

미디어 시장이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로 나뉘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해 갑론을박하면서 소비자 편익을 고민하는 것처럼 모빌리티 시장도 올드 모빌리티와 뉴모빌리티 사이에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해결하고 소비자 편익이라는 기준에 맞춰 고민한다면 이제부터라도 해결책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타다' 탑승 인증 마케팅일기를 정리해 보았다.

가격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이 이야기까지 하면 너무 복잡해질거 같아 제외했는데 14,900원이 나왔고 첫 탑승 할인을 받아 4,900월이 결제되었다. 메일로 날아온 영수증만 첨부한다. 

 


http://cl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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