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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Oct 14. 2018

브런치 먹을 시간에 브런치 쓰는 남자 이야기

마케팅일기 - 2018년 10월 14일 일요일 날씨:봄인가?

9월 초쯤 지인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내일 급하게 방송 출연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다행히 그 시간에 스케줄이 있지 않아서 바로 오케이 했다. 연합뉴스 TV의 한국 직업방송이고 <취업이 보인다>라는 프로그램이었다. 한 코너에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꼭지였는데 단독 출연에 18분 정도 진행되었으니 나에게는 엄청남 호재지만 국가적으론 전파낭비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며칠 전에 유튜브에 영상이 올라와서 짧은 시간만 잘라 페북 탐라에 올렸다.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셨다고 댓글도 남겨주시고 예상외로 많은 재생수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내 영상이 호가든 광고 페이지에 붙어서 탐라에 올라온 것을 페친이 제보를 해준 것을 보고 재생수가 많았던 이유를 알았다. ㅎㅎㅎ호가든 고마워요~

이 방송에서 나는 평소 소신인 인간 모두가 시장에서 마케팅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지금 나는 어떻게 생존하고 있는지 회사 소개도 했다.

길게 보실 분은 없겠지만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첨부해본다. (시작 후 3분부터 나와요^^)

https://www.youtube.com/watch?v=YZJoM5gZZh4&t=237s

이 브런치 글은 어떻게 조명광이라는 사람이 방송에도 나오고 야생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퍼스널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는 것이다. 내가 퍼스널 마케팅을 잘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잘하고 있다면 이렇게 브런치에 맨날 글 쓸 시간이 없을 것이다.

지금의 나를 존재하게 하고 있는 많은 것들 중에 큰 역할을 한 것이 브런치라서 브런치는 어떻게 운영했는지와 이를 활용하여 내가 살아가게 하는 전략으로서 퍼스널 마케팅을 어떻게 했는지 써보려는 것이다.


지금 쓰고 있는 테마(브런치에서는 매거진으로 구분하고 있다)인 <마케팅 일기>를 시작한 게 지난 8월 24일이고 지금 41번째 브런치 글을 쓰고 있으니 7주째 주 6일 브런치를 쓰고 있다(하루는 쉬기로 처음에 결정을 한 바 있는데 이를 후회하고는 있다.^^). 초반에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점점 힘들어지고 있음을 고백한다. 사서 고생을 하고 있다는 게 맞을지 모르겠다. 이실직고하자면 매일 하나의 마케팅 관련 글을 쓴다는 걸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다. 그래도 20년 가까이 마케팅 근처에서 일을 했고 일상이 마케팅이라고 주장하고 다녔으니 뭐 일기 쓰듯이 조금씩 쓰면 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첫 몇 개의 글이 다음 직장인 페이지에 올라가면서 주변에서 응원까지 해주시니 쉽게 내리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

<배달의 민족이 효자손을 배달한 이유 https://brunch.co.kr/@clncompany/146>는 10만 뷰가 넘게 나와 버리는 사태가 나기도 했다. 물론 이는 다음의 힘이지만.  몇 개의 글이 연속해서 다음에 오르면서 쉽게 시작한 글쓰기가 챌린지가 되어 가고 있다. ㅠㅠ

브런치는 내 마케팅의 알파와 오메가다.^^


2015년 12월 31일 자로 16년에 걸친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자연인이 되었다. 소속이 대한민국 하나만 남으니 참 맘이 이상했다. 그냥 한두 달은 머리 좀 식히고 계획을 세우는데 보내야겠다 생각하고 못 만나던 지인들도 만나고 했는데 나만 한가해졌지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바빠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러던 중 지금도 프로젝트를 같이 자주 하는 패스파인더넷의 강재상 대표를 만나게 되었다. 전전 직장 동료였고 옆팀이라서 그렇게 교류가 많지는 않았지만 당시 브랜드 회사로 이직한 상태라 궁금한 것도 있고 해서 회사 근처로 찾아가 만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좀 쉬면서 나를 만들어가야겠단 생각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더니 브런치에 글을 써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다. 당시 브런치는 론칭한 지 6개월 정도 되었는데 나는 그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으니 직장인이 제일 바쁘게 사는 거 같지만 세상사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란 걸 실감했다.

직장생활 동안 써 본 글이라곤 기획안이나 품의서가 전부였던 내가 글을 쓸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학창시절 문학소년을 꿈꿨고 문학을 전공했는데 뭐 일기 쓰듯 써보자 하고 시작을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브런치에 처음 쓴 글이 2016년 2월 23일에 쓴 <나는 똥이다> https://brunch.co.kr/@clncompany/1 였다.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영 마음에 차진 않았다. 똥과 변화관리에 대해서 써보려고 했는데 뭐 그다지^^

그리고 이어서 시작한 게 <기업이 취준생에게 숨기는 비밀>이라는 매거진을 만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회사 문을 나서면서 지금 취업을 하는 그리고 준비하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기업 내부를 좀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며 쓰기 시작했는데 이 글들이 다음 직장IN 페이지에 오르면서 브런치에 글 쓰는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다음에 오른 첫 글은 <기업이 취준생에게 숨기는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다.

<썸네일을 바꿔서 어떤 내용이었는지 생각이 안난다.^^>

그리고 마케팅을 오랫동안 했으니 직장생활 동안 겪었던 많은 마케팅 실무 이야기를 써보자고 시작한 다른 테마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마케팅 이론>이었다. 경영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인문학도가 기업에서 마케팅을 직접 몸으로 배우면서 얻은 경험을 나누고 싶었는데 이글도 올리자마자 바로 다음 직장인 페이지에 올랐다.

그러면서 브런치를 사랑하게 되었다.^^ 뭐 거창한 이름 있는 작가가 된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내 생각을 같이 호흡해준다는 것은 꽤 신선하고 재밌고 신나는 일이었다.


한 번은 지인이 초대해 준 회사 창립파티에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만난 한 건축회사의 법무팀장과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하는데 혹시 브런치에 글 쓰시지 않냐고 물어보고 너무 잘 보고 있다며 아는 체를 해주니 내가 무슨 연예인이 된 기분이 들기도 했고 글이란 것이 참 무서운 것이구나란 걸 새삼 다시 느끼기도 했다. 내 글에 대한 책임감과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는 걸 마음에 새겼다.

<하루에도 수 많은 콘텐츠가 오르내리고 그중 일부일 뿐이지만 내겐 큰 힘이 되었다>

꽤 많은 글들이 직장인 페이지에 올랐고 글들이 쌓이다 보니 꽤 많은 양이 되었다. 그러다가 한 출판사 대표를 만나게 되어 책을 내게 되었는데...

그 이름하여 <21일 마케팅>이었다. 거기에 부제가 붙었는데 '16년 차 마케팅 전문가가 알려주는'이다. 여전히 너무나 부끄러운 부제다. 아마도 당시에는 대기업 16년 경력에 마케팅을 오래했다는 자부심과 자만심이 저 제목을 허락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여전히 부끄럽다. 저 제목이 여전히 나를 채찍질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나마 위안이 될 뿐이다.


브런치를 쓰면서도 느끼지만 브런치에 올라오는 수많은 작가들의 글을 보면서 세상에 이렇게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이 많구나 항상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직장생활하면서 얼마나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던가를 독립 3년 차를 맞으면서 더 실감하게 된다.

저 책이 나오면서 그래도 1년여간 모은 이야기가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로 내 손에 들어오자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과 뿌듯함으로 한동안 큰 에너지가 되기도 했다. 뭐 그리 인기 있을 장르도 아니고 유명한 이가 쓴 글도 아니어서 책이 많이 팔리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서 읽어주신 분들이 남긴 리뷰를 보면 힘이 되곤 했다.

<아마 8위가 가장 높은 순위였던거 같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책이 나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책이 나왔다는 브런치 글을 올렸고 그 밑에 특강이 가능하겠냐는 문의가 왔는데 알고 보니 한 정유회사 부사장님이 직원들과 마케팅 TF를 하려는데 와 달라는 것이었다. 브런치도 안 하시던 분인데 책을 보고 사서 단숨에 읽고 브런치에 가입하여 글을 남겼다고 하셨고 특강을 부탁해 오셨다. 나중엔 덕분에 TF도 잘 시작했단 이야기를 전해주시기도 했다.

이렇게 재야 마케터이자 마케팅 잡부로 3년째 살아오는 힘이 브런치에서 나왔다는 걸 이때 가장 크게 실감했다.


브런치를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하기는 그렇고 글을 쓰고 느낀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꼭 브런치일 필요는 없지만 내가 브런치를 선택한 이유는 마지막에^^)


1.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다.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고 행동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성격이 되고 성격은 운명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 말 전체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나 자신의 생각을 자신이 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임에는 동의한다.  

글이라는 것을 이렇게 많이 써보기 전에는 생각해 보지 못했던 깨달음이다. 글을 쓰는 것은 나에 대한 약속을 하는 것과 같고 나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글을 남기면서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2. 글을 쓰면서 공부를 더하게 되었다.

내가 가진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글을 쓰면서 절감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공부를 하게 되었고 하다 보니 얼마나 내가 부족했는지 새삼 부끄러웠다. 마케팅이란 일을 거의 반평생 하고 살았지만 내가 너무나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고 계속 나를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한량 팔자가 부지런을 떨게 만들어 주었다. 나를 페북에서 보시는 분들은 매우 부지런하다고 해주시는데 타고난 한량 성격이다. 무념무상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3. 글이 모이니 힘이 되었다.

한두 개의 글은 큰 파장이 없다. 물론 한두 개의 글로도 엄청난 영향력을 주는 분들도 봐 왔지만 일개 자연인이 쓴 글들이라도 쌓이고 쌓이면 누군가는 읽어주고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책이 나오고 이런저런 일들로 글 쓰기를 게을리했었다. 강의도 하고 컨설팅도 하고 마케팅 에이전시일도 하고 바쁘게 보냈지만 어디선가부터 다시 꼬이는 느낌이 들었고 살아가는 힘이 줄어드는 느낌이 들었는데 다시 글을 쓰게 되었고 조금씩 다시 정리가 되어가고 있고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힘이 난다.


4. 글은 힐링이 되었다.

글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가진 문제점이나 혼란 등을 정리하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도 그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였고 이는 내 삶의 동력이 되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것은 바로 내게 힘이 되었다. 글을 쓰고 얻은 것 중에 가장 큰 것일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는 곳으로 브런치를 선택한 이유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리 혼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존 다른 블로그나 SNS들도 있지만 서비스 초심이 사라지고 이용자의 성격도 바뀌는 중이었지만 브런치는 아직 때가 덜 묻었고 글을 쓰는 것도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가장 좋았던 것은^^ 용의 꼬리가 되느니 뱀의 머리가 되고자 했다. 이미 다른 곳에는 고수들이 너무나 많아서^^

브런치는 이렇게 독립하고 나서 나를 세상에 파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무기로 사용되었다. 내가 가진 것이 썩 대단하지는 않지만 모이고 쌓이니 나를 팔 수 있는 차별화 요소가 되었고 가끔씩 떨어지는 자존감을 살려주는 역할을 했다. 너무나 대단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작아지는 나를 보며 내 존재에 대한 의구심을 갖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글을 읽고 응원해주는 분들 덕에 지금까지 존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좀 브런치에 아쉬움도 많다. 많이 혼탁해지기도 하고 카카오의 관심도 덜한 거 같다.

쓰는 사람은 많아도 읽는 사람이 없는 트렌드를 조금 바꾸게 해 줄 수 있는 힘도 있을 거 같은데...

쓰는 사람에게도 더 힘나게 해 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 얘기는 담에 한번 마케팅 차원에서 함 다시 언급해 봐야겠다.

브런치 쓴 이야기를 넘 주저리주저리 쓰고 말았다. 일요일 글은 양해해주시길 애들을 옆에 두고 이것저것 챙기면서 쓰느라 개발새발이니...

주로 읽으시는 분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쓰기를 권해본다.

그리고 저의 이런 이야기를 함께 하고 싶으시다면 한번 여기 와보셔도 좋습니다.(이건 홍보글^^)

예약은 여기서

https://m.booking.naver.com/bo…/…/bizes/172623/items/2887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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