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마케팅 이론 3
필자는 아직도 허니버터칩이 팔리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수 많은 아류작들을 보았지만 정작 허니버터칩은 매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혹자는 허니버터칩을 다른 상품을 팔기 위한 인질이라고 하기도 하고 혹자는 허니버터칩의 명성을 이용하여 다른 아류작들을 팔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하기도 한다. 매장에 가면 같은 회사의 허니통통만 있다. 일리 있는 말 같기도 하다.
허니버터칩은 제조사의 주가를 200% 이상 올려준 효자 상품이다. 기업에게 이런 대표 상품이 있다는 것은 천우신조다. 평생 1등 상품 하나 없이 사라져간 기업이 어디 한둘 이겠는가?
마케터에게 훌륭한 상품이나 서비스는 삼국지 속 관우의 청룡언월도라 해도 되겠다. 관우의 청룡언월도는 관우가 무려 석 달에 걸쳐 담금질한 칼로 불에서 꺼내는 순간, 칼끝에서 하늘을 향해 한 줄기 빛이 솟았는데 하늘을 날던 청룡이 그 빛에 맞았고, 청룡이 흘린피로 담금질되어 '청룡언월도'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길이가 2.4 미터에 무게가 50kg에 육박하였으니이 칼에 죽어나간 장수들이 한둘이겠는가?
마케터에게 휘두를 칼이 있는 것은 천운이다. 시장에서 통할 만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가지고 마케팅 전략을 짜고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한다면 그보다 더 금상첨화가 있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항상 좋은 상품과 서비스가 마케터를 기다리고있지는 않다. 물론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한 사람들이 메가 히트할 만한 상품을 만들지 몰라서 안 만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리소스의 한계, 의사결정권자의 헛발질, 유관부서들의 뒷발잡기 등으로 상품은 중간에 누더기로 변하는 운명을 맞기도 한다. 이런 누더기가 마케터에게 온다면 신이 아닌 이상 어찌 감당하겠는가? 좋은 상품을 데리고 마케팅을 하는 것도 천운이요 걸레가된 상품을 마케팅하는 것도 운명아니겠는가?
이런 운명을 가진 마케터들에게 짜증 나는 일이 있으니 잘되면 상품 탓이요 안되면 마케팅 탓을 하는 사람들이다.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잘 팔리면 상품을 만든 사람들은 자기들이 잘 만들어서 그렇다고들 한다(모든 상품개발자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사전에 시장조사를 해보고 분석을 해보니 이런 상품이 먹힐거 같아서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상품판매가 정체되고 제품에 대한 피드백이 뜨뜻미지근 하다면 사내에선 마케터들이나 세일즈부서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다른 회사들은 이런 마케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혹은이런 홍보나 PPL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는 둥 광고가 왜 이 모양이냐는 둥 말할 가능성이 높다. 가끔 마케터의 실력이건 실수건 입소문을 통해 잘 팔리는 상품이 생겨서 대박을 치게 된다면 상품기획자들은 원래 상품이잘 개발되었다고 할 것이다. 마케터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면 마케팅의 기본은 상품이기 때문에 잘 팔리는 것도 상품 탓 안 팔리는 것도 상품 탓일 가능성이 마케팅의 성공여부 보다는 더높기 대문이다. 이런 마케터의 운명을 받아 들인다면 마케팅은 재미있어 질 것이다. 잘 되는 상품을 잘 포장하는 것도 마케터의 실력이요. 안 좋은 상품을 있어 보이게 만드는 것도 마케터의 자질 중 하나가 아닐런지. 미운오리새끼가 백조로 변하는 순간이, 신데렐라가 마차를 타고 공주가 되는 순간이 마케터에게는 마약 같은 마법이 통하는 시간이 된다.
상품팀에서 미투상품 만들어놓고 히트상품과 같은 반열에 올려달라고 주문하거나 부화뇌동하여 CEO나 의사결정권자들이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면 마케팅 담당 임원이나 담당자들은 머리에 라면을 익히고도 남으리라.그래도 방법이 있는가? 칼자루가 썩었어도 칼이고 도끼자루가 문드러졌어도 도끼 아니겠는가? 마케터는 상품에 혼을 담는 사람이다. 혼을 담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더 받을 수 밖에 없다. 시장에 나가 내가 봐도 아닌 걸 있는 것 처럼 팔려면 내 혼이 나가지 않고는 못 버틸 것이다.
시장에 없는 상품을 만들기 힘든 것처럼 혼탁한 시장에서 내 상품들을 1등으로 만드는 것도 힘든 일이다. 1등이 된다는 것은 또는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는다는 것은 관우가 청룡언월도를 만든 삼개월의 정성과 칼에서 나간 불빛에 청룡이 맞아 피를 흘려 칼을 완성해주는 천운의 합작품이다.
필자는 운칠기삼이라는 말을 믿는 편이다. 정말 행운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성공은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운도 준비된 노력에만 호응을 한다는 것을 마케터들은 잊지 말하야 한다.
오늘도 회의실에 모인 마케터들이여!! 잘 되도 내 탓 안 되도 내 탓 하는 세상은 없다.
잘 되면 내 탓이고 안 되면 남 탓인 세상에서 마케터들은 청령언월도를 내리치지 않는 이상 어쩌면 항상 뒷좌석에 칼을 갈아주는칼갈이가 될 수 밖에 있다. 하지만 스스로는 안다. 내가 어떤 칼을 갈아서 어떤 것을 내리쳤는지. 마케터는 남탓을 하지 않아야 살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