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마케팅 이론 7
독일의의 건축가 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신은 디테일에 있다’라고 했다. 이 말에서 파생되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도 생겨났다. 이 건축가의 답변은 건축이 그만큼 섬세함을 요구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세상만사가 다 그러하겠지만 마케팅도 매우 섬세한 일이다. 그래서 마케터들에게도 섬세함과 예민함이 요구된다. 이러한 디테일은 결국 고객만족과 신선한 경험을 창출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세상이라 조금은 거시적으로 세상을 볼 필요도 있으나 소비자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하는 마케터에겐 여전히 디테일이 요구된다.
Detailism이라고 들어보았는가? 들어본 적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고 검색을 해보니 정식 사전에는 나오지 않으나 몇몇 사람들이 이런 용어를 사용한 흔적은 있었다. 정확하게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개개인 나름인 듯하다. 지금부터 논하고자 하는 디테일은 마케팅적 디테일이다.
디테일이란 말은 거의 외래어에 가까운 단어이다. 시대가 변하고 취향이 변하고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면서부터 디테일은 개인의 일상에서부터 기업 그리고 국가까지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있다. 디테일에 관심을 가진 작가들이 많은 것을 보면 일상에서 디테일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물론 역사적으로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마추픽추의 건축물들에서 혹은 외계인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미스터리 서클에서도 디테일의 힘을 찾아볼 수 있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s
영어 관용어 중에 “The devil is in the details”란 말이 있다. 원래 “신은 디테일에 있다”는 독일의 건축가인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성공 비결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놓던 대답에서 파생된 말이다. 해석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의미는 동일하다. 물론 디테일을 살피다 큰 그림을 망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의미가 있지만 큰 그림에서도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디테일하면 한국인보다는 일본인이나 북유럽인에게 더 어울리는 말일 수 있다. 일본의 장인정신은 이미 정평이 나있고 북유럽의 절제된 디테일은 디자인이나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이미 탁월하다. 최근의 북유럽 스타일의 인기는 디테일을 중시해가는 변화에서 시작된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일본의 고속도로에서 항상 탁월한 승차감을 느끼는데, 이유를 살펴보면 결국 디테일에 있었다. 도로를 정비한 흔적만 봐도 우리나라의 그것과 너무나 차이가 많이 난다. 사실 국내의 고속도로를 돈 내고 타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물론 한국의 고속도로는 과적차의 문제나 고질적인 부실시공의 문제가 있는데, 이 역시 결국 디테일 의 문제이다. 과적 문제가 하루 이틀도 아닌데 과적차를 방치하는 것도 디테일의 문제이고 부실시공도 결국은 돈만 밝히는 세태에 디테일이 부족한 결과물이다. 또한 철저한 사후관리에도 차이가 있다. 도색 수준은 어찌 그리 다른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도로에서 가림막을 설치하지 않고 공사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가림막을 치지 않은 공사현장에서 여중생이 맨홀에 빠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아무리 외진 곳의 공사현장이라도 기본적인 가림막이 필수이고 혹여나 교통에 방해가 될까 교통경찰이 상주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케팅에서도 디테일은 신과 같다. 마케팅을 기획하는 데 디테일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물론 아이디어나 채널,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이를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디테일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특히나 VIP를 위한 프로모션이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에서의 과도한 디테일은 절대 과한 것이 아니다.
마케팅 과정의 기획에서부터 실행까지의 모든 과정을 사소한 메시지부터 프로모션 툴까지 다 살펴보고 제대로 진행되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항상 구멍이 나게 마련이다. 이 하나의 실수는 전체를 실패작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에서 마케터들이 디테일해지기란 쉽지 않다. 빠듯한 예산, 짧은 일정, 조여오는 실적의 압박 등 마케팅 기획부터 실행까지 디테일하게 임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도 큰 이유이기도 하고 마케터들의 디테일 부족도 한몫 한다.
디테일엔 리소스 투자가 필수다.
금융회사에서 근무할 때 다양한 고객관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한 적이 있다. 프로그램 하나를 기획할 때마다 디테일하게 모든 것을 준비했다. 고객을 초대할 때는 초대장에서부터 현장에서의 식사와 선물 및 프로그램 참여 등 전반에 기획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사용할 초대장 종이, 선물의 종류, 현장 프로그램 실행 동선, 스태프의 복장과 자세, 프로그램 완료 후 감사 메시지부터 참여 고객 전용 DVD 제작까지 디테일의 끝을 보는 기획이었다. 물론 이 정도의 리소스를 지원해준 회사와 담당 임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었던 것은 당연하다. 이런 디테일은 참여 고객들의 넘쳐나는 만족도로 나타났고 지속적인 고객과의 관계 유지가 가능한 기틀이 되었다. 물론 임원이 바뀌고 환경이 바뀌자 상당수 로열티 프로그램은 운명을 맞았다.
SNS 마케팅을 할 때도 저비용 마케팅이랍시고 사은품 몇 개를 준비하고 대충 메시지를 적어서 운영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SNS처럼 디테일하게 준비해야 하는 곳도 없다. SNS는 사람 대 사람이 만나는 곳이고 하나의 의 사소한 오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타깃 분석부터 메시지 작성, 참여 방법의 단순화, 참여 상품의 선택 등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에 소고기를 수출하는 국가가 몇 군데 없어서 예를 들면 다 알 것 같은데, 한 예로 SNS에서 고기 요리 레시피와 사진을 올리고 그 나라에 가자는 이벤트가 있었다. 현재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지만 초반에는 과연 참여자가 있을까 싶었다. 상품은 5백만 원 상당의 여행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초반에 참여자의 수가 저조했던 원인은 간단하지 않은 참여 방법 때문이었다. SNS상에 레시피와 사진까지 올리는 식의 너무 많은 수고를 필요로 하는 이벤트였기 때문이다. SNS에서는 간단한 참여가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초반에 너무 의욕적인 기획을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렇듯 디테일도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이러한 디테일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많은 책들이 시중에 나와있다. 꼰대 같은 소리로 들리던 옛 상사들의 ‘하나를 실수하면 100을 실수하는 것’이라는 말이 현재에 와서 더 중요하게 들리는 것은 디테일한 것이 각광받는 시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제는 디테일이 문화가 되고 상품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소한 디테일에 집중하는 덕후 문화도 이제는 일부의 사례가 아니다. 이런 시대에 당연히 타깃도 세분화되고 접근 방식이나 메시지도 다 다르게 기획되어야 한다.
디테일한 업무 방식이 맞지 않는 마케터들이 있다. 이런 마케터들에게는 디테일해지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본인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면 다른 업무를 알아보는 것이 상책일 수도 있다. 마케팅이란 시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이다.
디테일이 돈이 되는 시대다. 디테일도 디테일스러워야 디테일하게 인정받는 시대에 마케터들은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