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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May 30. 2016

IMC가 별거냐?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마케팅 이론 9

최근엔 명절마다 각 방송국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하곤 하는데 과거엔 명절마다 단골처럼 방송되는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성룡표 영화, 씨름, 그리고 마당놀이였다. 이 세 가지는 명절 프로그램으로 운명이 정해진 듯 매해 명절마다 안방을 찾아갔다. 그중에 마당놀이가 꽤 인기를 모았었는데 그중에 하나였던 배비장전은 제주에 부임한 배비장이 일패기생(관기로 유부기였다) 애랑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그 과정 중에 배비장의 전임자 정비장이 애랑에게 옷이 벗겨지고 이를 뽑히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를 발치 설화라고 한다.

<애랑이 정비장에게 뺏은 이빨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Tool이지 않았을까? 출처 : 국립극장>

이별의 징표로 옷도 벗어주고 상투도 내주고 이빨도 빼주는 내용이다. 애랑은 이별의 징표로 이빨을 원하는데 이 이빨은 지금으로 치면 커뮤니케이션 Tool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이빨을 보면서 서울로 돌아갈 정비장을 생각하겠다는 애랑이의 애교에 넘어가 벌어진 사단인데 문제는 이런 이빨이 서너 말이고 본인 것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발치 설화에 당시의 관리들의 무능과 부패상 등이 담겨있다고 해석하는데 다른 해석을 하나 덧 붙이고자 한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던 조선시대에 서울로 돌아가는 관리들에게 징표로 받은 이빨은 애랑이 입장에서는 수많은 이빨 중에 하나였을지 모르지만 정비장 입장에서는 애랑이가 자기를 마음에 품고 항상 연모해 주기를 바랐던 커뮤니케이션 방법으로 여겼을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차별화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케팅의 기본은 차별화인데 어느 것이 제 이빨인 줄 알지 못하는데 이 이빨들은 철저하게 커뮤니케이션 실패에 해당한다. 좀 생각 있던 정비장이었다면 자기의 이빨에 이름을 새겨 넣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또한 상투는 정비장의 이름이 새겨진 아름다운 디자인의 복주머니에 담아주고 옷은 정비장의 상징색을 하나 정하여 옷고름을 그 색깔로 매 주었다면 어떠했을까?

<IMC는  소비자의 마음을 향해 원하는 메시지를 한 방향으로 일관되게 보내는 것이다. 출처 : catalogue.pearsoned.co.uk>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란 것이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다.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기의 브랜드나 상품, 서비스를 포지셔닝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정보와 메시지를 일관되게 제공하는 행동인 것이다. 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란 이러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해 광고, 홍보, SP(Sales Promotion), 판매활동까지 개별적 부분적으로 보았던 것을 전체적으로 확대해 전체적으로 보려는 방법이다. 1980년대 후반에 개념화되었지만 마케팅에서는 기존에도 어느 정도의 이런 흐름은 계속되어 왔다. 영어로는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이고 약자로 IMC로 통한다.

최근에는 너무나 많은 마케터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커뮤니케이션 기법이 되었지만 과거에는 기업의 각 부서마다 자기만의 색깔과 의미를 가지고 진행하여 엇박자가 나거나 서로 다른 메시지를 보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IMC를 잘 하는 기업들이 많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어떤 회사나 상품을 제시했을 때 같은 의미의 단어들이 피드백된다면 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는 팀들이 보통 기업에서 브랜드팀이나 마케팅전략팀 등이 되겠다. 어느 부서가 최상의 의사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주관부서가 달라지는 것뿐이지 어느 정도 같은 역할을 하는 부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에서 IMC를 잘 하는 기업으론 대표적으로 현대카드캐피탈이 있다. 상품에서부터 광고, SP, 각종 디자인, 사옥, 직원들의 명함, 명찰, 사무용품까지 일관된 메시지와 철학이 전체 마케팅 흐름을 관통하고 있다. 너무나 많은 사례들이 있어서 여기에선 생략하기로 한다. 책도 나와 있으니 자세히 보고 싶다면 구매하시길...

<출처 : http://culture.hyundaicardcapital.com/>

많은 관공서나 기업들이 현대카드캐피탈을 벤치마킹하면서도 따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철학은 기본적인 존재에 대한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출처 : www.cotaqld.org.au>

첫째, 철학이 없다.

최근에 문송하다, 인구론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철학이 없는 이유라고 봐도 지나친 비약이 아니다. 기업의 목표가 이익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겠지만 이 이익을 내는 행위에 있어서 이제는 철학적 깊이를 가지고 경영을 해야 하는 시대인데 여전히 오너나 경영인들의 눈앞에는 성장이 최우선에 와 있다. 물론 철학이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비약은 아니다. 자기만의 철학이 없이 글을 쓰면 표절이 되듯이 철학 없는 기업들의 행태가 마케팅 표절이고 상품 베끼기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있어야 대답이 있듯 철학이 있어야 기업이나 마케팅의 존재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철학이 없는 기업들은 단기간 내에 대행사를 통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하겠지만 그 실행단계에 가면 왜 실패하는지 알게 된다. 실행하는 직원들이 철학이 없는 것이다. 철학 없는 직원들이 마케팅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

<요즘 마케터들은 여유를 먹을 시간이 없다. 출처 : mightymag.org>

둘째, 시간이 없다.

사실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연구와 자료를 바탕으로 소비자를 이해하고 어느 부분이 가려운지 긁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재의 마케터들은 그럴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IMF 이후 많은 기업들의 사풍이 바뀌고 있다. 과거의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한 경영 스타일이 아니라 철저한 신자유주의식 경쟁적 구도를 바탕으로 한 경영기법이 대세가 되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단기성과와 실적에 매달리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마케터들이 소비자를 고민하고 연구할 시간이 없다 보니 깊이 있는 접근이 어려워진 것이다. 마케팅의 실패는 병가지상사가 아니라고 이전 글에서 언급했다. 실패는 대부분 준비 부족에서 오는 것이다. 매달 실행계획을 수행하기만 하기도 바쁜 마케터들이 시장을 연구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있을까?

<획일적인 인재양성으로 인해 점점 특색을 잃어가는 마케터들. 출처 : www.dreamstime.com>

셋째, 전문가가 없다. 

누구나 마케터가 되어야 하는 시대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부터 개인사업을 하는 모든 사람이 다 마케터다. 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역설이다. 모두 마케팅과 관련한 요소들이 통합적으로 관리되어야 하고 실행되어야 하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마케터다. 또한 손익이 우선이다 보니 항상 마케터들은 괴롭힘을 당해야 하는 대상이다. 마케터들은 시간도 없고 열정도 점점 소멸된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진정한 마케팅 전문가가 되겠다고 할까? 안정적인 커뮤니케이션에만 몰두하고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들은 항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컨트롤되다 보니 어느 누구도 총대를 메지 않으려는 현실이다. 취업전선에서 문과가 사라져가듯 기업에서도 마케터들의 설자리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마케터는 경영학이 아니라 심리학과 철학, 역사, 문학을 배운 사람들이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자리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주고받는 것이다. 기브 앤 테이크의 기본 원리가 적용되어 심플하다.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소통은 일방적일 수 없다. 그리고 너무나 많은 메시지가 난무하여 어느 것을 취사선택해야 할지도 어렵다.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내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차별화하고 수많은 채널들에 적절한 방법으로 전달하고 피드백을 받고 나만의 포지션을 갖게 하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하지만 어렵게만 생각하고 완벽하게 만들어서 전달하려 할 필요가 없다. 스피드의 시대이지만 숙성된 콘텐츠가 중요하고 척의 시대이지만 진정성이 먹히는 시대이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도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소비자의 마음에 새겨준다면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지금도 그렇게 하는 기업들이 많다. 어쩌면 기업이나 마케터 스스로 벽돌을 계속 쌓으며 자신을 가두고 있지는 않을까? 동의보감에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이라 하지 않았던가?

<소통은 벽돌을 허무는 것에서 시작된다. 출처 : http://www.leonardosleg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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