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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Jun 07. 2016

콜라보레이션을 성공으로 이끄는 3가지 원칙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마케팅 이론 10

역사상 최고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은 무엇일까? 아마도 도원결의가 아닐까? 유비, 관우, 장비에게  도원은 삼국지에서 최초의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한 hot place(복숭아 밭)였다. 이 도원결의는 동네 샌님 정도였던 유비를 역사적 인물로 만들어 냈고 삼국지의 주역이 되었으며 수많은 인재들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하였고 삼국을 통일하진 못했지만 나라도 세우고 후대에 길이 남을 많은 신(scene)을 만들었다. 또한 역사를 흘러 흘러 다양한 상품과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그 효과도 상당하다. 삼국지는 수많은 책과 영화로 만들어졌고 여전히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EBS에서 삼국전이라는 키즈 드라마로 만들어져 방영되고 있는데 장난감으로도 출시되어 아이들의 코 묻은 돈을 공략하고 있다. 이곳에서도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다. 한중 합작 특수 영상 드라마 답게 중국 배우도 참여하고 있다. 

<수 많은 영웅패와 로봇들이 아이들의 코묻은 돈을 기다리고 있다. 출처 : EBS>

콜라보레이션이라는 단어보다는 제휴 마케팅이란 단어가 먼저 사용되었는데 제휴 마케팅이란 영어로 Co-marketing이라고 한다. co는 영어에서 함께 같이라는 뜻을 의미하므로 우리말로 하면 제휴 마케팅 또는 공동 마케팅이란 말이 되겠다. 콜라보레이션이라는 말이 꼭 마케팅을 같이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휴 마케팅이란 단어와 혼용되기도 한다. 요즘 KT 광고의 송중기가 저랑 콜라보 하실래요? 하는데 그 콜라보다. 근데 송중기가 말하는 콜라보는 무슨 콜라본지 잘 모르겠다. 그냥 함께 하자는 말을 콜라보라는 단어로 대신했다면 세종대왕님이 노하실 일이다. 그냥 함께 하실래요? 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모든 광고를 흡수하고 있는 송중기. 출처 : 올레 트위터>

사실 제휴 마케팅이란 두 파트너 회사가 서로의 상품이나 콘텐츠를 프로모션 해주고 결과를 공유하여 적은 노력과 자원으로 더 많은 이슈레이징과 마케팅 효과를 거두기 위해 협업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각 회사의 브랜드 간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자 하는 경우가 많아 Co-branding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크게 보면 모두 제휴 마케팅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는 거의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콜라보레이션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고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제휴 마케팅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슈 선점에 있어서는 많은 효과를 보기도 한다. 이슈 선점을 했다 하더라도 꼭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노숙사태를 불러왔지만 폭망한 콜라보레이션. 출처 : 서울신문>

최근에 실패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콜라보레이션으로 H&M과 발망의 그것이다. 이 사례는 리셀러들의 노숙 사태를 불러왔지만 노숙 사태와 리셀러들의 폭망만 이슈가 되었고 두 회사에는 전혀 좋은 소식이 없어 보였다. 물론 국내에 한정된 얘기일 수도 있으나 콜라보레이션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두 파트너 간의 아이덴티티의 유사성이라는 시사점을 남겼다. 명품 브랜드와 SPA 브랜드 간의 격차가 소비자에게는 쉽게 인식되지 않았던 것이다. 

제휴 마케팅을 위해서는 사전 시장조사와 각 파트너사간 역할 분담 등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단순히 브랜드를 같이 공유해서 프로모션 한번 하는 정도의 생각으로 접근했다가는 시너지가 아닌 마이너스만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기업의 입장에서 콜라보레이션을 잘못 인식하는 의사결정권자들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준비가 철저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주로 스스로 갑이라고 생각하는 기업들에서 이런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데 갑이라고 생각하는 회사는 자기네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협업이라고 생각하고 파트너사가 모든 일을 해주는 것을 콜라보레이션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의사결정권자가 있는 기업과의 협업은 절대 금물이다. 


콜라보레이션을 성공으로 이끄는 세 가지 원칙

1. 서로가 아쉬운 파트너 선택

콜라보레이션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각 파트너에 대한 존중이자 필요이다. 각 파트너사가 각자의 영역에서는 최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콜라보에서는 파트너 서로 간 최고는 없다. 콜라보레이션이 실패하는 경우는 한 회사는 별로 아쉽지 않은 경우다. 한 회사만 아쉬운 경우 상대 회사는 자신의 이미지만 팔아주고 돈만 챙기면 되는 상황이 된다. 이럴 경우 대부분 실패한다. 애플과 나이키의 파트너십에서 애플은 나이키를 신는 사람들이 나이키는 애플을 사고 차는 사람들이 서로 필요했다. 뛰면서 즐긴다는 공통 관심사가 있었다. 한 기업으로만 보았을 때는 아쉬울 게 없는 회사들인데 서로의 필요가 생길때는 아쉬운 회사들이 된다. 이런 조합이 성공하기 쉽다.

<서로에게 니즈가 존재해야 콜라보는 성공한다. 출처 : 애플닷컴>

2. 콜라보가 주는 USP(Unique selling point)

콜라보를 했다는 것만으로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콜라보를 기획할 당시에는 콜라보레이션 자체가 이슈가 되고 뉴스가 된다. 하지만 그것이 항상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H&M과 발망의 콜라보가 이슈는 되었을진 몰라도 일반 SPA 이용자들에게는 비싼 상품이었고, 명품 구매자들은 굳이 H&M을 사야 할 이유가 없었다. 두 회사가 연결되었을 때만 일으킬 수 있는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이런 상호작용은 시너지를 일으킨다. 프라다와 콜라보를 한 국내 대기업 2곳의 명백한 차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LG의 프라다폰은 성공하였고 현대차의 제네시스 프라다는 실패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제네시스 프라다를 사야 하는 이유가 부족했고 프라다폰은 사야 할 이유가 분명했다. 남들에게 다른 핸드폰을 보이고 싶은 욕망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명품가방은 있었지만 명품 핸드폰은 없었고 남들과 다른 핸드폰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프라다폰은 실패했다. 이유는 전자기기 자체의 명품화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이미 애플이나 갤럭시로 핸드폰의 명품화가 진행되었지만 LG는 여전히 프라다를 이용하려 했을 뿐이다. 

<백만대 이상이 팔린 프라다폰, 그리고 이후 프라다폰은 폭망. 출처 : 스포츠서울>

3. 스토리가 있는 콜라보레이션

너무나 많은 영역에서 콜라보레이션이 이뤄지고 있어서 이제는 당연한 프로세스 중 하나로 여겨지는 것이 제휴나 협업 마케팅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콜라보레이션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단순한 작사 작곡의 협업뿐 아니라 퍼포먼스의 협업이나 합동 공연 등이 그것이다. 최근 몇 년 새에 가장 핫한 콜라보레이션 공연으로 꼽아본다면 싸이와 MC 해머의 AMA(American Music Awards) 합동 공연이다. 빌보드지는 그해  AMA 최고 공연으로 꼽기도 했다. 왜 MC해머와 공연이었을까? MC해머는 90년대를 사로잡은 힙합계의 전설이었고 싸이는 당시 전 세계를 흔들던 인기 스타였다. 싸이의 음악세계에 MC해머는 당연히 음과 양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이 두 사람의 만남만으로도 이슈가 되었지만 공연 후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협업을 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할 때 시너지가 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냥 잘 나가는 브랜드니까 하고 하는 협업은 꼭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싸이와 MC해머의 AMA 합동공연. 출처 : 헐리우드리포터>


제휴 마케팅 속 갑을 관계

제휴 마케팅 세상에도 갑과 을이 존재한다. 어찌 보면 제휴 마케팅이라기보다는 갑을 마케팅이라고 하는 게 더 나을지 모르겠다. 제휴 마케팅이 일상화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다양한 협업 모델들이 나오고 있는데 가끔은 갑과 을의 관계로 발전해가는 모델들이 생긴다. 대표적인 예가 카드사와 극장, 놀이동산, 워터파크 간의 협업이다. 

사실 협업이라기보다는 구걸에 가깝다. 극장이나 놀이동산 등은 카드사들에겐 갑이다. 원하는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카드사의 서비스에서 빼버리기 때문에 갑의 위치에 있는 극장이나 놀이동산의 요구조건을 거의 다 들어준다고 봐야 한다. 대부분의 서비스 비용을 을의 회사가 책임지기 때문에 갑의 입장에서는 제휴 요구를 마다할 이유도 없다. 각 극장이나 놀이동산에 수많은 카드사 및 카드 이미지가 들어가 있는 이유다. 이통사가 갑이 되는 곳이 있다. 멤버십 서비스에 들어가는 각종 제휴 서비스들이다. 초기에는 100% 분담하던 이통사들이 고객들이 몰리는 제휴사들이 생기자 분담금을 높이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분담비중이 역전되었다. SPC(파리바게트)가 SKT와 분담률 조정에 실패해 혜택에서 빠졌다가 다시 들어가는 과정에도 이런 관계가 영향을 미쳤을 거라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용만 하고 버리는 제휴는 마케팅이 아니다. 출처 : redbooth.com>

또 다른 갑을 관계도 있다. 마케터에게 충분한 리소스가 없을 때 생성되는 갑을 관계다. 이런 경우는 꼭 회사가 을의 위치에 있지 않더라도 발생 가능하다는 점이다. 마케터는 어떻게 해서든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고객들이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시키고자 노력하여 많은 회사들과 협업이나 광고, 홍보 등을 시도하는데 자사의 리소스가 한정되어 있다 보면 저자세로 마케팅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점점 마케터는 자사의 위치와 상관없이 제휴를 통한 마케팅 활동을 확장하기 위해 여기저기 제휴 마케팅을 시도하게 되고 이런 시도는 점점 마케터가 저자세를 취하게 만든다. 

제휴 마케팅은 파트너 간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효과도 있고 각자의 강점이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가끔 스스로의 위치를 최고라 생각하면서 제휴 마케팅의 기본을 망각하기 시작하는 기업들이 생기면서 제휴 마케팅이 아닌 갑을 마케팅이 되기도 하지만 제휴 마케팅의 장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마케팅에는 정답이 없다. 마케팅이란 새로운 세상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다 보니 책에서는 보지 못했던 용어들이나 현상들이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또한 한번 성공했다고 해서 또 성공하리란 보장도 없다. 언젠가는 제휴 마케팅도 시들해질 수 있다.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갑자기 출연하여 모든 기업이 또 따라 하기를 할 수도 있다. 다만 마케팅의 기본을 잊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냉혹한 마케팅 시장에서 성공 스토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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