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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May 18. 2016

이 똥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나는 똥이다 9

옛날 영화 중에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라는 영화가 있었다. 성인물이었던지라 내용을 밝히긴 그렇지만(검색해서 찾아보면 내용 볼 수 있음^^, 워낙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패러디도 많았던 지라 이 영화와 동시에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라는 영화도 나옴). 초등학생들을 위한 책 이름도 같은 제목이 있다. 제목 자체로야 호기심 천국일 뿐이다. 과거로 가보면 선글라스도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궁금해했을 것이다.

제목에서 보듯이 똥을 퇴비 이런 거 말고 다른 데에 쓸모가 있을까? 답을 하기가 쉽지 않을 거 같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과 관련하여 효용을 논하려면 객관화하고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똥을 객관화하고 정의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런 속담이 나왔다는 말은 과거에 정말로 개똥을 약에 썼다는 사실에서 유래되었을 것이라 유추해볼 수 있다.  

<출처 : 연합뉴스>

동의보감에 똥을 약으로 사용한 기록이 나오는데 아무 개의 똥이나 쓰지는 않고 하얀 개의 똥을 사용했다고 한다. 하얀 개의 똥을 백구시(白狗屎)라고 하는데 허준의 <동의보감>탕액편을 보면 ‘백구시(白狗屎)는 정창과 누창의 모든 독을 주로 치료한다’고 쓰여 있단다. (정창과 누창은 고름·부스럼)

물론 요즘도 어린아이의 오줌을 약제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똥을 약으로 쓰는 경우는 드물다.

개똥뿐만 아니라 닭똥 약으로 사용한 기록이 나온다. 닭똥은 계시백(鷄屎白)이라고 하여 갈증을 멎게 하고 오줌을 잘 나가게 하고 유뇨증(소변을 가리지 못함)을 치료하며 악창(부스럼)을 낫게 하는 약으로 썼다고 한다. 최근에는 중국 우한대의 마후이웬 등이 국제학술지 <환경과 공해>에 실린 논문에서 닭똥이 원유의 생물분해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동의보감에는 사람 똥에 대한 내용도 나오는데 인시(人屎)라고 하며 성질이 차가워 유행성 열병, 열 때문에 생기는 모든 독과 부스럼, 균독 등을 치료하고, 어혈을 풀어 피를 맑게 하는 데 쓴다고 한다. 드라마에서 가끔 장독에는 똥물이 최고다라고 하는데 효과가 있었나 보다.

주위에서 보기 쉬운 이런 류의 똥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는 똥도 있는데 사향고양이 똥이다. 커피 열매를 먹은 사향고양이가 싼 똥에서 채취한 루왁커피는 매우 비싼 커피 중에 하나이다. 루왁커피를 둘러싼 논쟁도 많은데 똥에서 나온 커피가 위생적이겠느냐에서부터 사향고양이를 포획하여 강제로 커피를 먹여 동물학대 논란도 있다.


<루왁커피 생산 과정 출처 : 조인스닷컴>

똥은 약뿐만 아니라 무기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정약용이 군사전략을 소개한 책 '민보의'에는 민병(民兵)이 성을 지키는데 분포(糞砲)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분뇨를 항아리에 모아서 저은 다음 대나무로 만든 커다란 물총으로 성 아래의 적에게 분사하는 방식으로 사용되었단다.  

이렇듯 똥도 쓰임이 이리 많은데 사람들은 자신의 효용을 무시하거나 재능을 발견하지 못하고 한평생을 살아간다면 얼마나 아까운 일인가?

달란트라는 단어가 있다. 원뜻은 한 덩어리, 저울, 계량된 것이라는 의미로, 무게의 단위이자 화폐 단위였다고 한다. 교회 용어사전에 따르면 성경에서 달란트는 하나님이 개인에게 부여한 재능이나 능력을 나타내는 말로도 사용되었다. 달란트란 단어는 탤런트라는 영어단어의 어원이다. 지금은 배우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지만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을 탤런트라고 하는 게 익숙한 때도 있었다. 배우 차태현도 슈퍼탤런트 출신이다. 필자도 스스로의 재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 보았는데 재능이란 것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물론 천재들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보면 천재들의 재능은 DNA에 숨겨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반인들의 재능은 키워져야 하는 것 중에 하나일 뿐이다.

재능을 개발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사람마다 재능을 발견하고 발휘하는 과정이 같지는 않겠지만 대체적으로 지식의 섭렵 - 다양한 경험 - 객관화 - 훈련 - 발휘 - 리모델링의 과정을 거친다.

<출처 : dougsmanagementmoment.blogspot.com>

첫째로 지식의 섭렵은 세상에 어떤 재능들이 있는지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 지식의 섭렵이라고 하니 매우 어려워 보이나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우선이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찾기 위해서는 해당하는 재능에 대한 정보 수집이 우선이다. 꼭 책에 있는 지식뿐만 아니라 주변의 지인들이나 TV나 인터넷 등의 매스미디어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구상하는 단계가 시작이라 하겠다. 뛰어난 기타리스트의 연주를 보거나 화가의 그림을 보고, 공학적 프로세스 등을 읽고 나서 관심이 생기는 단계이다.

둘째, 다양함 경험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관심과 경험은 또 다른 문제이다. 관심을 가졌다고 해서 모든 경험을 할 수도 없거니와 경험을 거쳐야만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만한 영역인지 알 수 있다. 또한 내 관심과 주변인의 관심이 다를 수 있는데 주변인의 관심으로 내 관심인지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최근의 자녀들의 진로를 결정하는 부모들의 세태는 향후 자녀들의 재능과 전혀 다른 진로를 선택하게 하여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사장시킬 뿐만 아니라 인생전반적인 방향성마저 잃게 할 수도 있다.

셋째, 객관화의 과정이다.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면 많은 경험들이 다 자신의 재능과 맞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럴 때 필요한 자세한 객관화이다. 경험이 재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들이 갖추어져야 한다. 경험이 실제적 재능인지 아닌지 판단해야 하고 그 재능이 현실적인 생활인으로서 무기가 될 것인지 가늠해봐야 한다. 이런 객관화 과정을 거치지 않을 경우 재능은 취미생활정도의 역할만 수행할 수도 있다.

넷째, 지속적이고 발전적인 훈련이다. 재능은 스스로 존재하지 않는다. 재능은 그 자체가 결과물이 될 수는 없다. 재능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꾸준한 훈련과 학습과정을 거쳐야 재능이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된다. 아이돌의 연습생 생활이 가끔 화제가 되곤 한다. 사실 그 과정이 화제가 될 문제는 아니나 재능이 현실화되기가 그렇게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훈련은 재능을 자신만의 무기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군인들이 전쟁이 나지도 않지만 꾸준히 훈련하는 이유도 전쟁시 바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실력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다섯째, 재능의 발휘 단계이다. 재능이라는 것은 숨겨져 있으면 재능이 아니다. 재능이 있으면 그것을 발견하고 키우고 갈고닦아서 보여주는 단계가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재능은 재능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재능이 발휘되면 인정을 받게 되고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자신의 무기가 되었음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재능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장에 나서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수많은 재능들이 묻히는 이유는 이러한 장에 나갈 기회조차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개척을 하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진 장에 세워지기도 하겠지만 재능을 발휘한 장을 찾는 것이 재능 발휘에 있어서 화룡점정이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리모델링이다. 건축만 리모델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인생도 리모델링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미 100세 시대에 접어든 판국에 재능도 지속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물론 리모델링이란 의미에는 재능 갈아타기의 의미도 있다. 한 가지 재능만으로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경쟁이 치열하고 판도 크다. 지속적인 리모델링 과정을 거쳐야 재능도 지속가능성을 부여받는 것이다. 리모델링의 전제는 변화다. 세상과 내가 변하지 않는다면 리모델링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끊임없는 변화는 재능도 그에 맞게 꾸준하게 관리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환경의 변화에 맞게 진화해 가지 않으면 도태만이 남을 뿐이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것은 그것이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인공 피조물이든 다 자기의 역할을 가지고 태어난다. 다만 그 역할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힘든 세상이 되었다. 굳이 진화와 생존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지금은 재능 없이 살기 어려운 시대다. 재능의 발견과 계발은 생존의 가장 기본적인 핵심 요소이다. 그늘 속의 해시계가 무슨 소용이랴(벤자민 프랭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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