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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May 26. 2016

똥차는 영어로 Honey Wagon?

나는 똥이다 10

어릴 적 똥차 세 번 보면 행운이 온다는 미신을 믿은 적이 있었다. 왜 세 번을 보면 행운이 온다 했을까? 똥은 해몽에서 재물을 의미한단다. 아마도 그래서 똥차를 보면 재수가 좋다거나 장사가 잘될 거라 믿었을 거 같다. 그럼 장의차를 봐도 그런 경우가 있는데 어떤 이유일지 궁금해진다.

똥차가 꼭 사람의 변을 수거하는 차량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람도 똥차가 되기도 하고 진짜 차가 똥차가 되기도 한다. 어릴 적 고모에게도 할머니가 똥차라 했던 거 같다. 대학생 자녀 둘 둔 고모 의문의 1패. 요즘 드라마에선 이런 대사가 없는 거 같지만 저 똥차를 치워야 너도 시집을 가지 뭐 대략 이런 대사가 있었던 거 같다. 여기서의 똥차는 오래 묵은 올드미스나 올드 미스터를 의미한다. 차량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면 새로 나온 멀쩡한 세단이나 SUV들이 물이 새거나 시동이 꺼져 똥차로 둔갑하여 회사의 얼굴에 먹칠을 한다. 보통 언급되는 문장은 이렇다. 에이 XX 똥차~~

똥으로 가는 버스도 있다. 인분과 음식 쓰레기에서 나오는 바이오 메탄가스를 에너지로 하는 바이오 버스가 영국의 브리스톨에서 운행되고 있단다. '푸(Poo) 버스'라 불리는 이 버스는 사람 5명이 1년간 배출하는 배설물 양으로 한 번에 최대 300km까지 달릴 수 있다니 진짜 똥차다.

<자리 잘못 잡으면 진짜 볼 일 보는 사진이 될 수도 있겠다. >

다른 장면에서 나오는 똥차도 있다. 똥차 세 번이면 벤츠 온다라는 말을 한다. 의미심장하다. 똥차 세 번은 남자로서 가치가 없고 문제만 일으키는 재수 옴 붙은 경우이고 벤츠는 좋은 직업과 재력, 얼굴 등을 가진 백마 탄 왕자님이란다. 웬만한 남자는 다 똥차일 거 같다. 전자의 똥차가 남녀에 쓰인 말인데 반해 직장이나 대학에서 국내 박사를 똥차, 외국 박사를 벤츠로 비유하기도 했단다. 참 어이없는 비유들이다. 똥차란 말이 참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집안의 결혼 못한 자식들이 똥차로 불렸고 직장에서 만년 과장 차장들이 똥차가 되어 후배들의 앞길을 막고 있다고 타박이었다. 물론 나이를 먹어도 능력 있는 고모나 이모는 골드 미스가 되었고, 어느샌가 만년과장도 할만하다며 대기업 연구소에선 진급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했다나. 인생지사 새옹지마란 말이 이럴 때 쓰라는 거구나 싶다.

<이건 진짜 똥차네.. 출처 : 보배드림>

아이러니하게도 똥이란 것은 귀하게도 여겨지기도 하고 천덕꾸러기 역할을 하는 이상한 존재다.

한국의 전세대는 이상하게 똥차가 되어 가고 있다. 분뇨수거차가 똥차처럼 다른 이름을 가진 것처럼 20대는 이태백이 되고 30대엔 퇴직을 선택해야 하는 삼팔선이 되고 4~50대는 정년퇴직해야 하는 사오정이 된다. 56세까지 직장을 다니면 도둑놈이 되는 오륙도도 있다. 나이를 불문하고 경단녀가 속출하고 취포생, 3포 세대, 5포 세대, 7포 세대 등 제대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싶은 이상한 단어들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러한 세태가 사실 그들의 책임은 아니다. 신자유주의라는 이상한 단어가 전 세계를 휩쓸기 시작하면서부터 불안이 전 세계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특히 우리나라엔 더욱 어둡게 드리웠다. IMF를 거치고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한국의 모든 세대는 이상한 용어를 하나씩 차지하게 되었다.

<출처 : permanentculturenow.com>

신자유주의가 무엇인가? 국가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고 시장의 기능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하는 이론이다. 1970년대부터 케인스 이론을 도입한 수정자본주의의 실패를 지적하고 경제적 자유방임주의를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대두되었다. 대처리즘으로 대표되기도 한다. 세계화와 자유화라는 그럴듯한 유행어를 가지고 있지만 이 신자유주의의 폐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불황과 실업, 그로 인한 빈부격차 확대, 시장개방 압력으로 인한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갈등 등 전 세계의 갈등은 이젠 이념이 아니라 돈의 문제가 되었다.

아직도 신자유주의의 한 복판에 서있는 대한민국이 바람 잘날 없는 것은 당연지사다. 어떤 그룹의 회장은 샌드위치론을 설파하며 경쟁력을 키우자고 했고 메기론을 앞세우며 미꾸라지들의 생존에 대한 존엄은 무시하기도 했다. 개인의 존엄성이라는 보편적 존중이 사라진 이 시대에 개인의 능력만으로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논리는 할리우드 영웅 이야기같다.

사실 이 시대를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의 능력보다는 조직의 힘에 기대어 살아온 사람들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날아든 명예퇴직 권유나 권고사직 같은 것은 개인의 능력으로 살아가라는 통지서인데 이를 받아 보란 듯이 나는 똥차가 아니다라며 씩씩하게 두 팔 걷어붙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것이냐 의문이다.

그렇게 조직을 떠난 똥차들이 가는 곳은 치킨집이다. 한국의 치킨집 수는 3만 6천 곳, 전 세계 맥도널드 매장 수가 3만 5천 개인데.. 한집 건너 치킨집인 이유가 있었다. 이중 40%는 3년 안에 폐업을 한다는데 퇴출당한 똥차들은 담보대출을 받아 또 치킨집을 차린단다. 어이없지만 현실이다.

<출처 : YTN>

이태백에게 치킨집에 취업하라고 하기도 난감한 시추에이션이다. 그 치킨집은 회사에서 나온 사오정일 가능성이 높다. 전세대가 먹고사는 문제에 다시 고민해야 하는 70년대로 회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기업의 생존이 개인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기업이 생존을 위해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였는지는 의문이다. 생존이 아니라 공존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고 기업이 계속해서 똥차를 양산하는 상황이 되어선 개선의 희망이 보일 리 만무하다.

나는 똥이다 초반에 나왔던 변 차장도 똥차다. 90년대 초반 대학을 들어가 IMF시대 취업난을 겪고 금융위기 시기에 좋은 회사 관두고 미국에서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설치다 돌아와 석사학위를 받고 다시 취업했다가 최근에 회사를 걸어나오게 되었다. 변 차장은 앞으로 뭘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매일의 일과가 되었다. 하지만 변 차장은 똥차로만 남지 않겠다는 각오로 오늘도 와신상담 중이다. 치킨집을 차릴 계획은 없다는데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이 시각 회사를 가고 싶어 하는 똥차들은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고 회사에 다니는 똥차들은 생존을 위해 경주마처럼 눈을 가리고 달리고 있을 것이다. 회사를 나와야 하는 똥차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신문을 뒤적거리고 있다.

<영어로 똥차는 Honey Wagon이다 모양이 닮아서인지는 모르겠다.>

똥차는 똥차 본연의 역할이 있다. 그 역할은 한 나라의 대통령도 거대 기업의 회장도 무시 못할 분뇨수거의 역할이다. 똥차로 취급받기엔 똥차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다. 개인에게는 모두가 자신의 세계가 있고 그 세계를 책임질 의무가 있다. 그 세계에선 왕이던 개인이 세상에 나와서 똥차가 되고 만다. 똥차에게 분뇨수거의 역할만 요구하는 시대는 끝났다. 구조가 바뀌지 않을 땐 구조속 부속들이라도 변화를 꾀해야 한다. 이제 똥차도 이제 그만 어두운 녹색 페인트 가운을 벗고 냄새나는 호스도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똥차의 역할을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똥차로는 선택받지 못하는 시대란 의미다. 똥차도 똥차 나름이 되도록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영어로 똥차는 Honey Wagon이다. 아직 왜 그렇게 부르는지에 대한 답을 찾진 못했지만 재밌는 단어다. 똥과 꿀이라 전혀 어울리진 않지만 어색하지도 않다. 내 똥차는 어떤 이름을 가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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