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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May 31. 2016

또라이 상사 질량 보존의 법칙

기업이 취준생에게 숨기는 비밀 16

한때 또라이가 각광받던 시절이 있었다. TV 예능에서 또라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열정과 패기 같은 긍정적 단어로 상쇄하고 남과 다른 차별성으로 신선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대표주자가 방송인 노홍철이다. 어찌 보면 또라이란 단어로 뜨고 또라이란 단어에 긍정적 메시지를 심은 사람이기도 하지만 또라이란 단어의 부정적인 면도 공고히 했다. 또라이란 단어는 원초적으로 부정적이다. 소설가 박완서 씨는 그녀의 소설어 사전에서 제정신이 아니거나 정신이 좀 모자란 사람을 욕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했다.  

직장인을 위한 유머 중에 또라이 상사 질량 보존의 법칙이 있다.

<또라이 상사가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닌가보다. 출처 : movies.film-cine.com>

1. 내 직장 상사 중에 또라이가 있다. 그래서 팀을 옮기면 그럼 그 팀에도 똑같은 또라이가 있다.
2. 옮긴 팀의 상사가 조금 덜 또라이다. 그러면 대신 그런 놈이 여러 명 있다. 
3. 내가 이를 악물고 버티면 그 또라이가 회사를 그만두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또라이가 회사에서 나간 후 새로 들어오는 사람도 또라이일 수 있다.
4. 또라이를 못 이겨 탈출을 감행한다. 하지만 도망쳐 도착한 곳 역시 또라이가 있다. 
5. 보통 이런 경우는 없지만 내 주변에 또라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또라이는 바로 너! 

웃자고 한 얘기지만 수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했을 유머다.

왜 기업에는 또라이들이 넘쳐날까? 왜 내 상사는 항상 또라이여야만 할까? 요즘 KBS 주말 드라마에 나오는 안재욱 같은 똑똑하고 성격 좋고 리더십 넘치는 상사들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신입사원을 멀쩡한 인재들로 뽑아 두었는데 왜 시간이 지날수록 또라이들만 남게 될까? 벌써 십수 년 된 얘기인데 옛 직장에서 도깨비를 찾자는 콘셉트로 신입사원을 선발한 적이 있었단다. 도깨비처럼 개성 강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찾자는 취지였다는데 들리는 말로 다음 해에 바로 이전 콘셉트로 환원을 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또라이를 뽑는 전형으로 다시 바뀌었다는 것인가?

또라이 상사들의 유형은 다양하다.

<또라이가 넘쳐나는 기업, 출처 : www.thescoop.co.kr>

24시간 근무형, 나만 아니면 돼형, 내가 언제 그랬니 형, 잘난 마름 형, 네 것도 내 것 형, 일은 말로 하는 거야 형, 입에 걸레 문 개 형, 감정조절이 안 되는 사이코패스 형, 거짓말도 자주 하면 진실처럼 느껴져 형.

어쩜 종류도 이리 많을까 생각하겠지만 이 모든 것을 하나로 합쳐놓은 슈퍼 또라이 형도 있다.

왜 이런 현상이 근절되지 않는지 또라이 상사 질량 보존이 법칙의 원인을 찾아보자.

<개인의 능력은 결국 성과의 수치로 평가된다. 출처 : www.memrise.com>

1. 성과지상주의/결과지상주의

기업에서 성과는 과거에도 지금도 중요하다. 기업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폐해가 생각보다 심각해졌다. 과정보다는 결과만 중시하는 풍조이다 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에 집착하게 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게 된다. 이럴 경우 정상적 의사 결정이 나지 않을 경우도 많다. 비정상적 루트를 통해 일을 해결하거나 성과를 부풀리려는 유혹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정보시스템이 발달하다 보니 과거 아날로그 방식 때는 결과가 취합되는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실시간으로 성과가 피드백된다. 매일 아니 매시간마다 보이는 성적표가 달가울 리 없다. 이런 구조에서 상사들은 매일 모니터를 보고 부하들을 닦달할 수밖에 없다.

<권력형 구조의 한국 기업에서 상사의 말을 곧 신의 목소리??. 출처 : gagconcert.tumblr.com>

2. 능력형이 아닌 권력형 구조

한국 기업들의 구조는 수시로 변하고 있다. 기업구조가 글로벌해진 것과는 별개로 능력형 구조가 아닌 권력형 구조는 여전히 공고하다. 의사결정구조를 살펴보면 옥상옥이다 보니 담당자나 담당부서에서의 결정은 결재 과정에서 수시로 조정되고 마사지되어서 결과물은 애초의 취지와 다른 이상한 기획서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 의사결정 구조에서 자원을 가진 부서들의 비전문가적 의견들이 들어가면서 기형적 결과물을 초래하기도 한다. 해당 업무의 전문가들도 아닌 사람들이 임원들로 내려오면서 자신의 위치를 각인시키기 위해 이상한 요구들을 하는 임원들도 많다. 이러한 권력형 구조는 대기업일수록 심각한데 이런 구조에서 키워지는 사람들이 결국 또라이가 된다.

<손익중심주의는 인간성 상실의 원인중 하나다. 출처 : www.finserveng.com>

3. 인간성 상실의 시대(감정조절 능력 상실/이기주의)

또라이들의 공통점은 대체적으로 인류의 보편적 정서를 무시하고 다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은 자기중심으로 돌아가야 하고 자신이 하는 일들은 정상적인 일이고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부하직원들의 공은 자기의 공이고 자신의 실수는 부하직원의 실수가 되기도 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전형적인 루저형 상사의 모습이다. 현대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일지도 모르나 수치심을 잃어가고 이익을 위해선 선악을 구분하지 못하는 손익 중심주의 시대의 도래가 그 인간성 상실의 원인 중 하나다. 매일 뉴스를 장식하는 비인간적 범죄나 권력형 비리의 연속은 이런 인간성 상실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인간성이 사그라진 직장에서 권력 후위에  있는 사람들은 노예로 전락하고 상사들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악한 감정을 배설하고 자신의 위치를 위해 모두를 희생시키는데 주저함이 없다. 가장 경계해야 할 또라이 현상의 원인이다.  

<로버트 서튼 교수의 또라이 제로조직은 여러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출처 : www.amazon.co.uk>

이런 또라이들의 창궐을 막을 대책은 없는가?

현재의 여러 가지 현상들로 봤을 때 또라이 현상의 원인을 해결할 방법은 사실 없다. 기업의 오너가 되었건 전문경영인이 되었건 기업의 존재 이유를 오직 이익으로만 본다면 더더욱 그렇다. 중이 싫으면 절을 떠나라고 했던가. 문제는 다른 절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란 것이다. 또한 구조적인 문제가 기본에 깔린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에게 문제 해결을 맡길 수도 없다는 것이 대책을 세우기가 더욱 어렵다.

취업을 준비 중인 사람들에게 이런 또라이 현상을 소개해야 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현실이니 직시하기 바란다.

1. 자신만의 능력을 키워라

이러한 또라이 상사들에게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능력뿐이다. 또라이들도 원하는 것은 결국 부하직원의 능력을 통한 자신의 성취다. 또라이 상사들의 가장 나쁜 점 중에 또 다른 하나는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도움이 되는 강자들에게 웃음을 건네지만 약자에겐 음흉한 미소를 건넬 뿐이다.

2. 연대할 만한 지원군을 찾아라

아무리 또라이가 많아도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실제론 더 많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그런 또라이 짓을 하기엔 수치심을 느끼므로 밖으로 의견을 잘 드러내진 않는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정신적 연대를 갖출 수 있다면 비슷한 사람들이 지원군이 되어줄 수 있다.

3. 정상적인 또라이가 돼라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보편적 직장인들도 또라이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직장생활 중 스트레스도 풀어야 하고 사차원적 사고방식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긍정적 마인드의 창의적 또라이들이 각광받는 시대다. 구시대적 또라이 기질로 타인의 인생을 망치는 유형이 아니라 타인에게 도움이 되고 스스로 자가발전하는 또라이의 유형을 개척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또라이는 영어로 asshole이다. 욕이다. 자신이 또라이로 불린다면 똥구멍인 게다.

<또라이에 당당해지자. 출처 : www.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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