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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Jun 08. 2016

기업과 취준생의 궁합

기업이 취준생에게 숨기는 비밀 17

4주 후에 뵙겠습니다 하면 떠오르는 프로그램이 있다. TV 드라마 사랑과 전쟁이다. 이 드라마를 보다 보면 정말 저런 사람들이 있을까 싶지만 모든 에피소드가 팩트에 기초한 것이라고 하니 요지경 세상이다.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것이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인데 그중에서 궁합에 대한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재미로 보건 진심으로 믿어서 보건 많은 사람들이 궁합을 보기도 하는데 사전에서는 혼인할 남녀의 사주를 오행에 맞추어 보아 부부로서의 좋고 나쁨을 알아보는 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자로 집 궁자와 합할 합자(宮合)를 쓰는 것을 보니 집이 합쳐지는 일이므로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영어로는 marital compatibility 즉 결혼 가능성이다. 점성술에서도 궁합이 오랫동안 메인 테마였던 것을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임엔 틀림없다. 궁합이라는 단어가 부부 사이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모든 관계에서도 궁합은 중요하다. 

<심지어 방송용 커플에게도 궁합이 중요하다? 출처 : 한경닷컴>

사람과의 관계에서 궁합이 중요하듯 기업과 취준생의 관계에서도 궁합이 중요하다. 자동차왕 포드는 나의 공장을 가져가고 차를 부셔도 좋다. 다만 나에게서 포드 사람만 빼앗아 가지 마라. 그러면 이 사람들과 함께 다시 지금의 포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단다. 포드가 말한 포드 사람이란 결국 자기랑 궁합이 잘 맞는 사람들이 계속 같이 일한다면 다시 포드를 만들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의 발로가 아니었을까? 

많은 회사들이 자신들의 기업문화와 궁합이 잘 맞는 취준생을 뽑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입사전형을 진행하곤 한다. 심지어 해외에서도 뽑는다. 다양한 전형뿐 아니라 면접 방법도 다양화해서 압박면접이나 PT면접, 토론 면접 등으로 궁합을 확인하고자 한다.  

얼핏 생각하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은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기업은 이익을 내기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외향적이거나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성향을 잘 가진 인재를 원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은 사람이 모여서 일하는 유기체적 집단이다. 기업은 곧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한 분야의 성향을 가진 사람만이 모여서 기업을 유지하기 힘들다. 그리고 취준생들이 모두 기업 눈에 들기 위해 위장을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전형을 거쳤다 하더라도 성향까지 다 골라내기란 한계가 있다. 

기업은 어떤 업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리고 회사의 부서들이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서 회사나 부서가 원하는 인재상도 다르다. 또한 회사마다 CEO나 오너가 원하는 조직문화가 있다. 이런 조직문화에 모든 사람들이 맞는 건 아니기 때문에 기업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다른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취준생에게도 자신과 잘 맞는 기업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취준생에게 자신에게 맞는 회사를 찾는다는 거 자체가 어려운 일이긴 하다. 취준생이 약자인 취업시장이기 때문에 취준생들에게 자기에게 잘 맞는 기업을 찾아간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격이겠지만 그렇다고 아무 데나 들어가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신입사원의 28%가 입사 첫해에 퇴직한다는 경총의 통계는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대부분의 이유가 조직이나 직무적응 실패라는 것은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는 기업에 입사했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기업이 사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권위주의적이거나 가부장적인 서열 및 군대문화에 여전히 젖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리고 대기업의 퇴사율은 10% 미만이지만 중소기업의 퇴사율은 30% 가 넘는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퇴사율 차이가 큰 것은 구조적 문제도 있다. 출처 : 연합뉴스>


궁합이 잘 맞는 기업은 어떻게 찾을 것인가?

1. 각 업종에 따른 기업 성향을 잘 파악하라. 

회사마다 조직문화가 다른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회사가 하는 일이 무엇이냐이다. 공장을 돌려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주된 일인 곳과 상품을 유통하는 것이 일인 회사,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등 기업의 유형만으로도 기업문화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장이 회사의 중심인 곳은 공장의 문화가 기업의 문화를 이끌어 간다. 아무래도 남성 중심적이고 단순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상품을 유통하는 곳들은 좀 더 개방적이긴 하다. 다양한 상품과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고 트렌드를 알아야 하는 곳이다 보니 더 소프트하다. 하지만 조직 자체가 소프트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의사결정권자들의 성향이 문제이기도 하다. 서비스업 회사들은 발언이 자유롭고 회사 분위기도 부드럽다. 창의적인 내용이 중요한 곳들이 대부분 그렇다. 

또한 오너의 성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 대기업 오너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냐에 따라 업종과 상관없이 조직문화가 달라지기도 한다. 삼성과 현대차를 많이 비교하는 이유가 역대 오너들의 성향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창업주의 성향에 따라 기업의 성향도 정해진다. 고 이병철 정주영 회장. 출처 : 이투데이>

2. 기업의 홍보 뉴스나 광고를 살펴라

기업의 일반적인 제품 관련된 뉴스들은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회사의 이미지를 만드는 홍보성 기사들이나 기업 광고들을 살펴보면 회사의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어떤 회사들은 회사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홍보성 기사를 잘 내보내지 않는 곳도 있다. 이런 곳은 사전에 이슈를 아예 만들어 내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 어떤 곳들은 별일도 아닌데 기사로 쏟아지는 곳들도 있다. 기사가 쏟아진다는 것은 이슈가 필요하다거나 아니면 해당부서가 열심히 일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떤 회사의 홍보팀은 네거티브 뉴스를 막아내는 것이 주업인 곳이 있고 어떤 회사의 홍보팀은 반대의 경우를 주업으로 하는 곳이 있다. 또한 회사의 경영진의 행보가 어떠냐에 따라 성향이 보이기도 한다. 회사의 오너나 CEO가 빈번히 기사에 나온다면 외향적인 회사이기도 하거니와 의사결정의 중심에 오너나 CEO가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나올법한 데도 잘 안 나오는 분들은 여러 가지 사내 정치적 위상이나 그룹의 방침 등으로 조용한 행보를 걷기도 한다. 

기업들의 광고를 보면 성향이 보이기도 한다. 단순한 스타를 기용하는 광고가 아닌 철학이나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기업광고들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오너나 CEO다. 이슈가 많았던 회사 광고들을 보면 회사의 성향과 일부 맞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광고가 많이 줄었다면 경기의 영향으로 광고비가 줄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내 이슈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광고비를 많이 쓰는 것 자체가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광고가 무슨 잘못이겠냐만 광고가 역풍이 되기도 한다. 출처 : 두산 닷컴>

3. 기업의 인재상을 잘 해석하라.

기업의 인재상을 살펴보면 기업이 성향을 알 수 있다. 꼭 큰 회사만 인재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소규모 회사들도 다 원하는 인재상이 있다. 일은 결국 사람이 하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궁합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의 일하기는 어느 다른 스트레스보다 클 수 있다. 

인재상이란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졌으면 하는 캐릭터와 성향을 함축해 놓은 것이다. 이러한 인재상과 직원들의 성향이 다르다면 조직과 잘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인재상들이 대부분 추상적이거나 좋은 단어들로 나열되어 있어 어느 회사나 비슷한 경우도 있지만 나름 회사의 원하는 방향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 안에 숨은 회사의 성향을 파악해 볼 수 있다. 또한 회사의 인재상이 변하지 않고 계속 똑같지만은 않다. 사회가 변화고 주력업종도 변하고 사람들도 변하기 때문에 인재상도 매해는 아니지만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변화의 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그 회사의 비전이나 핵심가치 등도 그 기업이 원하는 방향을 알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 들이다. 이를 잘 해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 삼성그룹의 인재상이다. 인재상도 중요하지만 그 회사의 핵심가치는 무엇인지도 매우 중요하다. 출처 : 삼성>

어떤 회사들은 면접전형에서 관상을 보기도 하고 어떤 학자들은 CEO들의 얼굴형이 남방형인지 북방형인지 분석하여 어떤 스타일이 회사의 운영에 잘 맞는지 분석하기도 한다. 이것은 얼굴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기업에 잘 맞는 즉 궁합이 맞는 인재들을 뽑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 중의 하나이다. 

기업이 취준생에게 원하는 궁합은 그렇게 다양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기업들은 여전히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이며 군대문화의 영향이 여전히 남아있고 개인의 삶보다는 기업의 목표와 이익을 위해 희생을 각오하는 직원들에게 점수가 더 후하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다양한 인재의 창의성과 열정을 구매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한국의 기업들은 기업에 들어오면 인재도 기성품처럼 만들어 버리는 재주를 여전히 부리기도 한다. 기업 내에 있다 보면 꼭두각시 같다는 푸념을 조직원들로부터 많이 듣게 된다. 또한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조용하게 조직에 순응하면서 인생을 조직에 내주는 사람들이 살아남게 되는 광경을 흔하게 보게 된다. 

기업과 취준생의 궁합이 점점 안 맞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취준생이 변할 수는 없다. 취준생은 이미 사회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 왔기 때문이다. 기업은 기업의 힘을 믿고 또는 의사결정권자들의 변화가 없어서 과거의 모습을 유지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궁합이 안 맞는 것이다. 그렇다고 안 맞는 궁합을 유지한 채 살아갈 순 없다. 기업과 취준생의 궁합은 맞춰가야 할 숙제다. 궁합이 안 맞는다고 파혼을 할 수 없다면 당사자들이 변해야 찰떡궁합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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