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취준생과 직장인에게 숨기는 비밀
CJ, 삼성, 현대자동차, SK, 신세계, LG, 금호아시아나, 롯데, 두산, 한화 이상은 대학생 취업 커뮤니티 스펙업이 2016년 2월에 발표한 입사하고 싶은 그룹 Top 10이다. 10개의 그룹 중에 3개의 그룹에서 근무해 보았다. 또한 이런저런 인연으로 모든 그룹에 지인들이 근무하고 있고 직장 동료들 중에도 그룹 출신들이 많이 있었다. 이 글의 주제를 써도 될만한가 미리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에 한정된 글이다 보니 보시는 분들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으나 기업의 문화나 조직의 속성이 크기와는 큰 상관이 없다는 것을 참고하여 보시길 바란다. 또한 중소기업들에서도 근무를 해봤기 때문에 작은 기업의 속성을 전혀 모르는 것도 아니다.
신세계백화점에서 9년, 현대카드캐피탈에 1년, 삼성카드에 4년을 근무했다. 석사를 하면서 근무한 타이드스퀘어와 신세계 입사 전 인턴으로 일했던 광고회사, 케이블 TV경력까지 합치면 16년을 넘게 직장인으로 보냈다.
직장인이란 초기 투자자본 없이 가장 이익이 많이 나는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취준생들이 입사를 하고 싶어 한다. 물론 입사 전까지 자라온 데 들어간 비용이나 대학 학비, 취업 준비 비용 등을 투자비라고 한다면 그렇게 손익이 좋은 곳이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사시점을 기준으로 한다면 무비용 창업이라고 해도 될 것이고 연간 손익이 수천만 원이 나는 비즈니스라고 정의해도 될 법하다.
보통 직장인들이 퇴사를 할 때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이것이다. 어느 사업을 해도 직장인만큼 손익이 날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모든 직장인들이 퇴사를 망설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이러니 하게도 한때 입사하고 싶었던 회사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사표 쓰고 싶은 회사로 변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입사하고 싶은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스펙업에서 조사한 내용으로 보면 입사하고 싶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취준생들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의미의 입사 이유를 선택했는지 보자.
1.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비전 : 10대 그룹 정도면 성장 가능성과 비전은 굳이 보지 않아도 된다. 가장 만만하게 선택할 수 있는 문항이다. 성장 가능성을 선택하려면 대기업보다는 유망한 중소기업이 낫다. 대기업은 이미 성장해 있는 회사다. 물론 질문에 함정이 있다. 가고 싶은 그룹을 선택하라고 했고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 선택을 했겠지만 우리나라 취준생 숫자로 보면 사실 10대 그룹 채용인원은 약 6%가 되지 않는다. 100명 중 6명만이 갈 수 있는 그룹 채용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물론 대기업이 급여 수준이나 업무환경, 복리후생 다 훌륭하지만 모든 취준생이 입사할 수는 없다. 그리고 자신의 성장 가능성도 대기업에서는 바라기 쉽지 않다.
2. 연봉이 높아서
연봉은 성과급을 많이 받는다는 보장이 없다면 어느 정도의 기업 수준에서는 크게 비교할 만하지 않은 변수다. 삼성전자가 성과급을 많이 주었을 때 연봉의 차이는 크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연봉으로 기업을 선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10대 그룹 정도의 연봉이면 혼자 생활한다는 가정하에 부족함 없이 저축까지 가능하면서 살 수 있지만 여러 가지 떼고 나면 사실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적다는 것은 아니다. 특히 초봉이라고 나타나는 숫자들이 커 보이지만 실제로 세전일 경우 커 보일 뿐 세후 그리고 여러 가지 공제 후에 나타나는 숫자는 그리 크지 않다. 특히 미혼자는 기혼자보다 세금이 많은 경우가 많다. 공제받을 수 있는 것이 적기 때문이다.
3. 우수한 복리후생
복리후생이 눈에 띄는 회사들이 있다. 현대자동차의 자동차 할인, 이통사의 핸드폰 무상지급 등이다. 눈에 보이는 복리후생과 보이지 않는 복리 후생이 있다. 큰 회사들은 복리후생 수준은 대동소이하다. 복리후생으로는 받을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는데 취학자녀가 있으면 복리후생이 커 보이지만 미혼자에게는 별게 없는 경우도 많다. 건강검진이나 보험 등은 거의 모든 회사들이 지원하고 있으니 눈에 보이는 복리후생이 좋아 보인다면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4. 대외 이미지가 좋아서
이처럼 허황된 선택지도 없다. 대외 이미지가 좋다고 좋은 회사는 아니다. 이번 조사에 상위에 이름을 올린 회사는 항상 선두권에 나오지만 현실로 들어가서 입사자들의 평은 최악인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에 여러 가지 일로 언론에 오르내린 회사들이라면 입사 후에 후회할 수도 있다.
5. 기업문화가 좋아서
기업문화는 매우 주관적이다. 자기가 잘 적응하고 다닌다면 좋다고 하겠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는 회사라면 좋은 평가가 나올 리 없다. 또한 입사하기 전에 기업문화는 단지 평일뿐이다. 자신에게 맞는 회사를 사전에 고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주위 선배들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이 좋다.
6. 인지도가 높아서
이 또한 이미지가 좋아서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선택지다. 또한 이 문항은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이다. 우리 아들이 우리 딸이 여기 다녀. 한마디로 해결될만한 회사이고 싶은 거다. 하지만 어른들에게 인지도 있는 회사와 현재 좋은 회사가 같을까. 인지도가 높다고 해서 절대 좋은 회사는 아니다. 악명도 인지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정말 좋은 회사는 어디일까?
좋은 회사는 없다. 너무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좋은 회사란 매우 주관적이란 의미다. 어떤 이에게 좋은 회사가 어떤 이에게는 사표를 던지고 싶을 수도 있다. 정말 좋은 회사란 직원과 회사가 한 방향을 바라보는 회사다. 결혼을 할 때도 이런 조언들을 많이 한다. 결혼은 같이 앉아서 한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과 하라고. 회사도 마찬가지다. 회사는 개인에게 결혼만큼이나 중요하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고 직장 동료는 와이프 얼굴보다 더 자주 자세히 본다. 이런 회사를 단순히 돈 버는 데만 만족해서 고르면 안 된다. 물론 현재는 취준생이 고르는 수준은 아니다. 실업률도 높고 신입 채용 규모도 해가 다르게 줄어든다. 다만 회사에서 줄인 인원만큼은 아니지만 명퇴나 여러 가지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신입사원에게는 좋은 기회다. 회사에 적정한 인원이란 게 필요한데 사실 나이 많은 직원들보다는 신입 직원에 대한 선호가 높다. 최근 기업들이 노령화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그래서 요즘은 어느 회사를 가도 신입사원들은 환영받는다.
회사가 바라보는 방향과 직원이 바라보는 방향은 사실 한 방향이기 너무나 힘들다. 다만 회사도 인재를 단순 소모품이 아닌 동반자로 인식하는지 가장 부담스러운 비용으로 생각지 않고 미래를 위한 자산으로 보는지에 따라 같은 방향을 보는 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일수록 직원 하나하나의 능력과 재능보다는 조직이 함께 가야 하는 방향에 맞게 길러진 인재를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좋은 상사들이 많아야 한다. 윗사람들에게만 잘 보이려 하고 업무가 아닌 정치를 많이 하는 상사들이 많은 회사는 절대 좋은 회사가 될 수 없다. 후배들의 실력을 키우고 재능을 알아봐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출세를 위해 부하직원들을 희생시키는 상사는 아무리 좋은 회사를 다닌다 해도 사표를 내고 싶은 회사로 바뀐다.
좋은 회사를 고르기 위한 3가지 조언
1. 어떤 방법으로든 만난 그 회사의 3명 이상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일이 재밌다고 평가해주는 회사
2. 일하는 방식이 선진화되어있다고 정평이 나 있거나 다니는 사람이 일 하는 방식이 매우 세련되었다고 평가해 주는 회사
3. 사람들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거나 냉소적이지 않고 가족까지는 아니더라도 함께 하는 게 즐겁다고 평가받는 회사
좋은 회사란 내가 하는 일이 회사에 도움이 되어 회사가 나의 존재를 반기고 회사의 인재로 인정해 줄 때 내가 다니는 회사가 좋은 회사가 된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생기는 과실을 수식에 가둬서 생색만 내지 않고 직원들의 수고를 인정하고 듬뿍 나눠줘야 한다. 내가 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을 상상할 수 없을 때 이 회사는 좋은 회사다. 그리고 좋은 회사라고 모두 좋은 사람들만 다니진 않는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과 일하는 것은 나쁜 회사(?)에 다니는 것보다 고역일 수 있다.
큰 회사가 좋은 이유는 사실 쉽게 망하지 않고 많은 월급에 좋은 회사를 다닌다는 평판뿐이다. 많은 회사들이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 많은 회사들이 다양한 시도를 한다. 연공서열을 타파하기 위해 호칭을 통일하기도 하고 복장을 자율화해서 더 창의적인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또한 사내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제공해서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올인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하고 해외에 체류할 기회를 다양하게 재공해서 글로벌 인재를 만들려고 노력도 한다. 다만 이런 좋은 회사들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우선 명퇴가 많은 회사들의 특징을 보자. 회사가 고령화가 많이 되어 있다는 뜻이다. 고령화가 되었다는 것은 인건비 부담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연륜 있고 경험 있는 직원들이 많다고도 볼 수 있지만 제조업이 아니라면 고령화가 기업에게는 반갑지 않은 현상이다. 그룹의 전반적인 인사정책에 맞춰 갑작스레 명퇴가 많아지기도 한다. 물론 신입사원들에게는 먼 얘기지만 사람을 줄인다는 것은 사업에서 성장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기도 하다.
명퇴보다 일반적으로 개인적 퇴사가 많은 기업들의 특징이다. 주로 업무가 중구난방인 경우가 많다. 회사가 하는 일들이 아직 명확한 수익모델이 아닌 경우이거나 생각보다 보수가 적고 거기다가 업무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가 많다.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다면 개인적인 퇴사가 생각보다 많다. 거기다 경력자 중심으로 회사가 이루어진 경우 안정성이란 부분이 공채 중심 회사보다 떨어진다. 또한 로열티도 낮다 보니 다른 회사로의 이직도 많이 이뤄진다. 다만 경력직들이 많이 이직하는 경우는 보수보다는 자신의 이력을 인정해 주지 않거나 회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다 보면 경력자들은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라도 이직을 한다.
그리고 회사의 문제보다는 상사와의 문제로 사표를 내는 경우가 훨씬 많다. 퇴사 이유는 개인적 사유라 하지만 퇴직자의 많은 경우가 상사와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다. 아무리 좋은 회사도 상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좋은 회사로 평가받지 못한다. 결국 회사도 사람 관계의 문제가 가장 핵심이다. 더욱 큰 문제는 나쁜 상사들은 자신이 얼마나 나쁜지 모른다는 것이고 회사도 이를 간과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경영 트렌드는 직원들을 달달 볶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직장인들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임원들도 성과를 내지 않으면 자신부터 집에 가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정 많던 직장의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회사는 훌륭한 상사보다 성과 내는 상사를 선호한다. 덕장은 한국 직장에서 설자릴 잃었다.
요즘에는 사표 내는 이유가 더욱 많아졌다. 100세 시대를 살다 보니 50세에 회사를 나오면 정말 할게 없어지기 때문에 좀 더 어린 나이에 회사를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대기업에서 임원이 될 확률은 0.87%에 불과하다. 나이 들수록 천대받을 수밖에 없다. 사전에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다. 내가 직업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서 학교에서부터 직장생활이나 개인사업을 하면서도 꾸준히 고민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때 사표는 가치를 가진다. 사표는 함부로 던지는 것은 아니나 사표를 던진다고 세상이 무너지거나 내 삶이 갑자기 무의미 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나 미래는 다가올 미래이고 아직 존재하지 않는 시간과 공간이다. 그 시간과 공간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다.
취준생들에게는 입사하고 싶은 회사가 직장인들에게는 사표 쓰고 싶은 회사이기도 하다. 이렇듯 좋은 회사란 매우 주관적이다. 객관적 지표 인양 나오는 데이터로 섣불리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좋은 회사는 내가 좋게 느끼면 좋은 회사다. 남이 좋다고 해서 절대 좋은 회사는 아니다. 사표를 쓰는 것도 꼭 회사가 나뻐서만도 아니다. 사표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 요소들이 존재한다.
누구에게나 꿈의 직장이 있고 꿈의 직장이었던 적도 있다. 다만 꿈의 직장일 곳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