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명광 Jun 23. 2016

부모가 누군지 궁금해 하는 회사

기업이 취준생에게 숨기는 비밀 19

왜 박진영은 어머님이 누군지 궁금했을까? 몸매 좋은 상대의 어머님께 감사한다는 의미인지, 생물학적으로 보기 드문 DNA에 대한 호기심으로 혈통 분석을 하고 싶은 것이었는지 몸매가 좋아 결혼하고 싶어서 어머님이 누군지 궁금했다는 것인지 아무튼 알 수 없으나 여기에 부모님이 누군지 궁금해하는 회사들이 있다.

이미 알고 있을것이다. 부모님의 배경이 취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GOD의 어머님께 등장하는 어머니와 박진영의 어머님은 누구니의 어머니는 배경과 경제력이 다르다. 출처 : www.etoday.co.kr>

회사에서 신입사원들이 들어오면 호사가들이 모여서 이야기들을 나눌 때 등장하는 단골 주제들이 있다. 신입사원들의 외모, 스펙, 배경 등이다. 누가 잘 생겼고 누가 예쁘고는 가장 기본적인 레퍼토리고 누가 가장 좋은 학교를 나왔는지 특히 요즘엔 해외 유명학교를 나온 사람들도 지원을 많이 해서 레퍼토리에 추가가 되었다. 그리고 하나는 집안 배경이나 부모의 직업이다. 이번 신입사원 중에 누구는 아버지가 어느 회사의 대표래 라든가... 엄마는 사업가고 아버지는 고위 공무원이래 라든가... 이 사람들이 어찌 이런 내용을 알고 있지 하고 의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정보가 나오는 통로는 다양하기 때문이다. 부서 배치 전이라든가 OJT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보 수집이 된다. 그러면서 마지막 누군가는 정리하는 멘트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요즘 애들은 얼굴도 잘 생긴 것들이 공부도 잘하고 심지어 집안도 좋아!!" 그냥 흘러가는 말처럼 하는 얘기지만 팩트에 근거한 멘트다.

<슈퍼맨의 주인공 클락과 로이스, 잘생김, 멋짐, 예쁨을 다가진 그들, 심지어 집안이 우주인. 출처 : despop.deviantart.com>

이런 주제가 불편한 사람들이 당연히 많을 것이다.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얘기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즈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주제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이슈는 아니다. 고려나 조선시대에도 음서제라는 것이 있었고, 몇십 년 전에도 이런 이슈는 있었다. 다만 정보의 공유나 생산이 매우 쉬워진 요즘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온라인 취업 포탈 사람인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 5곳 중 1곳은 신입사원 채용 때 지원자의 부모 배경을 평가하고 있으며, 실제 부모의 배경에 따라 합격 여부를 결정한 기업도 13.3%나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한국일보 기사를 일부 발췌해 보면 498개 기업을 대상으로 ‘채용 시 지원자 부모 배경이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한 결과, 89개(17.9%) 기업이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영향을 받는 이유로 ‘인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57.3%ㆍ복수응답), ‘직업관 및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55.1%), ‘신원을 보증할 수 있어서’(21.3%), ‘회사가 직원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10.1%) 등이 꼽혔다.

<부모의 배경도 스펙이다. 출처 : www.thescoop.co.kr>

궁색한 이유들이지만 그 이유들을 한번 살펴보자.

1. 인성에 영향을 미친다.

정말 궁색하다. 인성에 영향을 미친다니 그럼 가난하고 빽 없고 공부 못한 부모 밑에서 자라면 인성에 하자가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과거에는 모두가 가난한 시절이라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라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래서 각자 생존을 위해 살아가다 보니 집안 배경들이 다 고만고만했을 것이다. 다 콩팥이라 뭐 가릴게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배경이 스펙인 시대다. 배경이 좋은 인성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사회적 지위에 맞는 인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직업관 및 가치관에 영향을 주기 때문

최근에는 먹고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는 것도 중요해졌다. 산업화 시대에는 대부분 성장에 초점을 맞췄고 사람을 구하는 게 일이라서 직업관 가치관까지 판단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신자유시대가 도래하고 기업도 이념적 성향이 더욱 보수적이고 획일화 되었다. 기업은 일 할 사람이 같은 이데올로기 성향을 가지면 기업을 유지하고 관리하는데 훨씬 유리하리라 생각한다. 특히나 노동조합의 활동을 꺼려하는 기업들은 더더욱 그렇다. 사람의 가치관을 부모의 배경으로 판단하는 것 만큼 이상한 일도 없으나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은 판단한다.

<직업 및 학력, 재력 등이 되물림 되고 있는 사회가 건강한 곳은 아니다. 출처 : www.daledegagne.com>

3. 신원을 보증할 수 있어서

언제 적 신원보증 얘기인 줄 모르겠으나 인적 연대보증이 아직도 남아있다. 주로 돈을 취급하는 업무에 중소기업들이 인적 보증을 요구하기는 하나 최근에는 보증보험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신원을 보증할 수 있다는 의미는 과거의 인적 연대보증의 의미라기보다는 검증된 사람을 뽑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느 정도 집안 배경이 갖춰져 있다면 스펙이나 업무능력 등이 배경을 통해 녹아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4. 직원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무슨 학교도 아니고 직장인의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라니 좀 어이없는 소리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여전히 국내 기업들은 업무 추진시 네트워크를 통한 도움을 많이 받는다. 기업이 신규 개발 업무를 준비 중일 때나 법적 사회적 문제가 생겼을 때 대관업무에서 지원사격을 받고 싶어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모의 직업이 도움이 된다면 임원 선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한 금융사들은 재력가 집안의 신입직원이 있다면 고객 유치에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도 한다.

<심바는 부모 도움 없이 자신의 힘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다시 밀림의 제왕이 되었다. 출처 :henryaquino.com>

최근 로스쿨 입학 여부를 두고 부모의 직업을 공개하여 불공정한 면접이 이뤄졌다는 논란이 있었다. 로스쿨뿐만 아니라 기업의 면접에도 여전히 공식적인 평가항목은 아니지만 불문법적으로 이뤄지는 평가항목으로 봐도 될 것이다. 물론 과거처럼 실력이 없어도 뽑아주거나 밀어주는 식의 티 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에 취업하기를 원하는 지금 같은 선상에 있는 두 지원자라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까?

2014년 금융위에서는 금융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부모의 직업이나 재산 등을 묻는 항목을 금지해달라고 했으나 얼마나 지켜졌을지는 의문이다. 금융사들이 가장 바라는 신입직원이 금융위나 금감원에 적을 두고 있는 부모님을 가진 사람일 텐데 말이다. 19대 국회에서도 채용절차 공정화에 관한 개정 법률안에 이런 내용이 들어갔으나 통과되지는 않았다. 20대 국회에 다시 발의가 되었는데 통과될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끝났다고들 말한다. 사실이다. 현재의 고3 부모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과거처럼 학력고사로 획일화된 입시제도는 획일적 인재를 양성한다는 비판은 있었지만 한 가지 평가방식인 실력으로만 학교를 가게 되었다. 지금처럼 너무나 다양한 입시제도와 수행평가, 생활기록부 등에 기준한 평가제도는 경제적 여유와 부모의 관심, 다양한 네트워크 동원이 가능한 집안 배경이 영향을 주고 있다. 다양한 특목고와 자사고는 다양한 인재의 양성이 아니라 계층의 사다리를 끊는 역할을 한다. 하버드 대학의 크리스토퍼 젠크스 교수에 따르면 소외계층에게는 단순한 대입전형이 가장 유리하다고 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까지 부모의 관심과 배경이 영향을 지대하고 미치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니 회사에 취직하는데 영향이 없으리라고 판단하는 거 자체가 난센스일지도 모른다.

<100m 달리기는 온전히 다리만 이용하기 때문에 승패에 이견이 없다. 약물을 쓸때만 빼고. 출처 : www.chinadaily.com.cn>

부모를 골라서 태어나는 자식은 없다. 자유민주주의의 다양한 장점 중의 하나가 경제력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실력으로 자신의 성장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현재는 그렇게 되고 있지 않다. 더 심해질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 사회란 자본이 권력을 잡는 사회가 아니라 자본의 역할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주라는 것이다. 부모의 경제력이나 배경을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지 않게 하는 사회적 학습도 필요하다. 대물림되는 경제력이나 권력은 부패하고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장 경쟁의 원칙을 지키는 변화가 시작되어야 하고 기업도 이에 참여해야 한다. 개인들도 내 스펙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재능과 경험으로 독립할 마음을 가져야 한다. 많은 취준생들은 이런 현실 앞에 좌절하고 있고 도전을 포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실력은 배경보다 훨씬 오래간다는 것이다. 배경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쌓아온 실력은 변하지 않는 마술을 부릴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입사하고 싶은 회사, 사표 쓰고 싶은 회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