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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May 27. 2016

미운 오리 새끼가 취업해서 백조가 되면 변하는 것들

기업이 취준생에게 숨기는 비밀 15

여기 미운 오리 새끼가 있다. 남들과 다른 잠재력을 가졌다고 생각되어 선택된 자이다. 곧 흰 날개를 얻어 훨훨 날 걸로 생각되어 백조들에게 선택은 되었지만 아직은 그냥 오리다. 오리들 사이에선 간택받은 운 좋은 오리로 회자되고 있다. 이 오리는 신입사원이다.

기업에게 신입사원은 미운 오리 새끼와 같다. 백조가 될 만한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신분을 취준생에서 신입사원으로 변경해 주었지만 아직 기업에 도움이 되는 게 없는 월급만 축내는 사람들이다. 물론 도움이 되는 게 있긴 하다. 삭막한 사무실 분위기를 조금은 띄어줄 분위기 메이커 정도? 이 오리들은 아침에 일찍 와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선배들이 들어오면 인사를 반갑게 해주지만 선배들은 대충 응~~ 한마디 하고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들고 온 커피를 홀짝거리며 김밥을 입에 넣을 뿐이다. 선배들도 안다. 신입사원이 오면 잠깐 좋지만 결국은 부가 업무를 도와줘야 하는 오리 새끼일 뿐이라는 걸.. 그래도 몇몇 선배들은 얼마만에 온 신입사원이냐며 담배를 같이 피우러 가자고 하거나 커피를 한잔 하러 가자고 챙긴다.

<미운 오리가 꼭 백조란 법은 없다. 출처 : formalsweatpants.com>

신입사원들은 사무실에 자주 있지도 않는다. 특히나 큰 기업들은 백조를 만드는 과정이 꽤나 복잡하다. 뽑는 과정도 복잡하지만 그룹 교육 몇 주에 각사 교육 1주 정도 OJT 몇 주에 그게 끝나면 또 그룹 교육이 다가오고 행사에 불려 가는 등 선배들보다 더 바쁜 게 신입사원들이다.

물론 이태백인 세상에서 취업이란 달콤한 열매를 얻은 그리고 곧 백조가 되리라 상상하는 오리들은 행운아들이다. 아이러니 한건 대기업에 입사하고 싶은 사람이 많을수록 기업이 유리할 거 같지만 예나 지금이나 빈익빈 부익부다. 기업은 합격 통지만 했다고 채용과정이 끝난 게 아니다. 취준생이 신입사원이 되고 출근을 해야 그래도 일정 부분 일이 끝난다. 합격자들 관리를 해야 한다. 이때만 해도 백조로 대접받는다.

하지만 입사를 하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신입사원들은 교육이 끝나면 많은 곳에 불려 다닐 것이다. 많은 것을 경험해야 한다는 미명 하에 그렇지만 사람 손이 부족해서 못했던 일들에 불려 가거나 아이디어 미팅이 필요할 때 신선한 두뇌가 필요하다면서 불려 다닐 것이다. 사실 신입사원이라서 신선하진 않다. 신선한 사람이 신선한 것이다. 물론 기업문화에 절지 않은 신입사원들이 거침없기도 하고 뭔가 신선한 거를 내놓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이다.

신입사원들은 다 똑같은 대우를 받을 거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신입사원이라고 다 같은 신입사원이 아니다. 등급이 매겨진 한우처럼 이미 채용과정 중에 순위가 자연스럽게 매겨지고 가야 할 곳도 어느 정도 정해진다. 이 순위는 발령이 어디로 나는지 자연스럽게 귀결된다. 서서히 취준생의 때를 벗고 직장인의 포스가 스멀스멀 올라올 것이다. 그 포스는 스스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회사에서 그렇게 만들어 주니 그 변태과정을 잘 따라가면 된다.

취준생에게 신입사원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달라지는 것들이 많다.

<신입사원은 배우가 아니다. 배우처럼 입지 말자. 출처 : 신원에벤에셀>

우선 복장이 달라진다. 물론 면접 보러 다니느라 정장에 익숙해졌겠지만 요즘 많은 회사들이 비지니스 캐쥬얼을 입는다. 자율복장을 허용하는 회사도 많다. 신입사원다운 단정함과 패션센스를 보여 줘라. 전에도 말했지만 정장에 발목양말은 아니다.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 신입사원은 귀 간지럽겠다. 각 팀마다 신입사원들의 패션센스가 회자된다.

꼬리표가 하나 생긴다. 명찰이다. 회사마다 명찰 사용방식이 다르니 디자인이니 쓰임새는 넘어가고 가장 중요한 역할이 하나 있다. 지하철 역 개찰구처럼 생긴 입구를 사용한다면 그 명찰은 빅브라더다. 신입사원 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데이터로 쌓인다. 지각하지 마라. 신입의 생명은 칼같은 시간 약속이다.

명함이라는 것이 생긴다. 이름도 들어가고 회사 로고와 팀이름 전화번호 메일 주소가 생긴다. 오리가 아니라 백조라는 카드다. 좋은 회사 들어가면 해외가서도 명함이 통하는 경우가 있으니 받을만 하다. 하지만 명함은 회사가 만들어준 것이지 직장인의 힘이 아니다. 모든 권력은 명함의 로고에서 나온다.

은행에서 대우가 달라진다. 재직증명서만 있으면 연봉만큼을 대출해 준다. 뭘 믿고? 회사를 믿고 취직하면 남의 돈 쓰기가 쉬어진다. 그렇다고 막 가져다 쓰다간 월급에서 다 빠져나간다.

집에 가는 시간을 정할 수 없다. 물론 OJT 기간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한꺼번에 신입사원들을 모아서 퇴근을 시키지만 고거만 끝나면 집에 가는 시간이 정해지진 않는다. 너무 일찍 약속 정하지 않는게 좋다. 요즘은 눈치보며 집에 안 가면 뭐라 한다. 하지만 가란다고 맨날 가면 뒷담화 대상이 된다. 가끔은 야근하는 선배들을 도와준다면 일을 빨리 배울 수도 있다.

<이름이 그럴 듯 하다고 해서 좋은 부서는 아니다.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 출처 : www.flickr.com>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나는 전공이 이래서 아니면 이런 일을 좋아해서 이런 업무를 해보고 싶어서 이런거 잘 통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회장님이 아니라면 본인 뜻과 상관없이 부여받은 롤이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첫 발령전에 면담을 하지만 너무 기대하지 마라. 신입사원들이 가고 싶은 부서는 어는 회사나 다 비슷한데 T/O는 거의 없다고 보는게 맞다. 남아있는 자리들은 대부분 가고 싶지 않은 자리들이다. 이름만 가지고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하려 하지 말고 임원 팀장은 누군지 회사내에서 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사내 영향력은 어떤지 잘 따져보는게 좋다. 아무곳이나 가도 된다는 말은 금기어다.

학교에만 프리라이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직장에도 프리라이더들이 있다. 팀플에서 프리라이더 하던 신입사원이 있다면 나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더욱 외로워진다. 취준생때도 혼밥하고 혼술 혼공 했을텐데 그런 선배들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물론 신입때는 선배들이 당번을 정해서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겠지만 그리 길게 가지 않는다.

교수들은 당신의 스펙을 결정해주지만 팀장은 직원들의 고과를 결정해준다. 고과는 연봉에도 반영되고 승진에도 반영된다. 학점이야 다시 들을수도 있지만 고과는 그럴 수 없다. 과거처럼 승진할 때 되면 고과 챙겨주는 것도 많이 사라졌다. 다들 경쟁자이니까. 밥 사주던 선배도 술 사주던 선배도 경쟁자다.

친절했던 선배들이 더 선배나 팀장 임원 욕을 수시로 하는 것을 보게 된다.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라. 딴데서 전하다가 되려 당할 수 있다.

학교에도 또라이들이 가끔 있지만 회사엔 또라이들이 득실거린다. 왜 나만 정상이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또라이가 되가고 있는 스스로를 경계해라. 아마도 나만 또라이가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다.

일을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면 선배들은 싫어한다. 눈치껏 잘 하는 후배를 좋아한다. 학교에선 선배라고 특별할 것은 없다. 직장에서 선배는 신입사원의 많은 것을 바꿔 놓을 수 있다. 가끔 시간을 내주고 싶어하는 선배들이 있으나 그런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회사의 실무는 많이 다르다. 다시 배운다 생각하고 일해야 한다. 아마도 복사기 사용법을 제일 먼저 배울 것이다. 요즘 회사들은 종이도 할당해준다. 종이를 잘 공급하는 신입사원이 예쁨 받는다.

이미 어른인 신입사원이지만 회사가면 다시 애가 된다. 다시 자란다고 생각하면 된다.

취준생에서 직장인이 되면 위에서 언급한 것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이 변한다. 취준생에서 직장인이 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자소서 쓸 때보다 스펙 쌓기 할 때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일들도 많고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심할 것이다. 없던 월요병이 생기기도 하고 회식이 많은 회사는 몸도 상할 것이다. 몸 상하는 거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 술 먹고 늦으면 정신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된다.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되면 임원이 되면 변하는 것처럼 많은 것들이 변한다. 하지만 거기에 제일 큰 이슈는 주는 것이 많은 만큼 기업은 백조에게 많은 것을 되돌려 받기를 원한다. 백조로 변신하기 위해서 영혼을 팔았기 때문이다. 월급을 받은 만큼 회사는 당신의 재능을 쭉 뽑으려 할 것이다. 그에 대비하는 훈련을 취준생부터 해야 직장인으로 환골탈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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