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취준생에게 무엇을 바랄까?

기업이 취준생에게 숨기는 비밀 14

by 조명광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에게 서로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물어본다면 남편으로서 듬직하게 가정을 지키고 서로 사랑하자고 한다거나 아내로서 좋은 부인이자 훌륭한 엄마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트래디셔널 하게 얘기들 하곤 한다. 물론 속으로야 다른 말들이 많이 있을지도 모른다. 결혼은 사랑 말고 다른 것도 많이 필요하다.

기업과 취준생은 서로에게 무엇을 원할까? 어찌 보면 기업과 취준생도 취업과 동시에 결혼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가질 것이다. 취업을 하게 되면 서로에게 평생 파트너일 거 같고 다른 문화의 가족과 결혼을 하여 이질적 문화 부적응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과 취준생은 서로에게 어떤 역할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대기업에 입사할 때 무엇을 바란 것은 없었다. 다만 오랜 혼자 살면서 겪은 생활고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었고 불안정한 고용에 대한 불안에서 해방되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회사에 바란 건 내가 잘하고 열심히 할 자리를 하나 마련해달라는 마음이 있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많이 황당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한 일인데 입사를 하자마자 내가 가고 싶은 부서의 임원을 찾아간 일이 있었다. 지금의 멘탈이라면 절대 그런 일을 하지는 않았을 거 같지만 신입사원의 패기 아녔을까라고 위로해 본다. 해당 부서의 임원은 없어서 아마도 과장급 직원을 만났던 거 같은데 내가 이 부서에 오고 싶으니 꼭 뽑아달란 말을 하고 문을 나섰다. 지금 생각해도 좀 어이는 없지만 이 일은 내가 회사 생활을 하는데 많은 것을 가져도 주기도 했다.

<결혼도 기브앤테이크 직장생활도 Give and take다>

취준생으로서 나는 기업에 돈을 얼마를 달라 이런 요구사항이 있지는 않았다. 물론 그것을 내가 정하는 것은 아닌 시절이었고 물론 지금도 대기업들 연봉 계약에 자신의 요구를 넣어보려는 사람은 극히 소수일 거다. 다만 내가 잘하는 일을 좋은 사람들과 하고 싶다는 욕심은 있었다. 그 욕심은 반은 수용되었고 반은 수용되지 않았다. 왜냐면 나는 지방 사업장에 발령을 받았고 내가 잘 하는 일일지 잘 모르겠는 일을 부여받았다. 다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좋았다.

그럼 회사는 내게 무엇을 원했을까? 같이 입사한 20여 명에게 회사에선 어떤 역할을 하기를 바랐을까?

입사하고 나면 신입사원들은 긴 신입 OJT를 시작하게 된다. 긴 교육시간은 어떤 업무를 하는 회사인지 알게 해주었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은 회사원으로서의 자질과 처세를 배우게 해주었고 다양한 로열티 프로그램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는 회사는 내게 무엇을 바랐는지 알지 못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회사를 떠나오는 순간 나는 회사가 내게 어떤 직장인이었길 바랬을까 되돌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회사 내에 있을 때도 그런 생각을 하기는 힘들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하루살이 직장인이었기 때문이다.

기업은 취준생에게 무엇을 바랄까?

1. 준비된 직장인

과거와 달리 기업은 회사에 신입사원을 입사시켜서 모든 것을 가르치길 원하지 않는다. 물론 많은 취준생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스펙도 쌓고 자격증도 따고 수상 경력도 만들고 할 테지만 좀 더 덧붙여서 말하자면 업무도 직장인 마인드도 직장인이 되어 오기를 바란다. 준비된 직장인이란 것이 사무적인 기능을 잘 하는 것만은 아니다. 직장인이란 학생이 아니다. 학생과 직장인을 나누는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돈이다. 돈을 받고 일을 하는 프로들을 뽑는 과정이 입사 과정이다. 결국은 입사전형에서 나는 얼마나 프로페셔널 하게 보이는가가 관건이다. 거기에 치사하게 아마추어의 신선함을 갖추길 원한다. 어찌 둘 다 갖추길 원하는 것인가? 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미생 장백기 같은 신입사원을 원할까? 출처 : 오마이뉴스>

과거엔 회사에 와서 PPT도 배우고 엑셀도 배웠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거 못하면 바로 낙인이다. 물론 필자 신입사원 시절에 OHP(Over Head Project)라는 놈을 쓰던 시절이고 PPT는 경진대회를 하던 시절이다. 좀 웃기는 건 최근에도 PPT경진대회를 했던 적이 있었다. 주제를 쓰면 더 참담해져서 그만.. 암튼 이런 오피스 기능은 기본이고 마케팅이며 관리며 세일즈이며 굳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일을 하는 신입사원을 원한다. 신입사원을 가르칠 사람도 없고 시간도 없기 때문이다. 사수 부사수 시절엔 사수만 잘 만나면 일 잘하는 신입사원이 되기도 했다. 회사에서 잘 나가는 선배를 사수로 두면 일을 배우는 건 일사천리였다. 반대의 경우엔 스스로 배워야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OJT가 끝나면 사실 바로 현업이다. 아마도 업무 인수인계서가 먼저 나타날 것이다. 위에 주임 대리 과장이 다 경쟁재들이라 일을 가르쳐 주는 것보다 경계를 많이 할 수도 있다. 물론 신입사원과 바로 경쟁하지는 않는다. 신입사원들에겐 N 고과를 주겠지만 1년만 지나면 고과 경쟁자다. 또한 협력회사를 떡 주무르듯 과장급처럼 다루길 바란다. 신입사원 다운 패기를 원하면서 노련한 주무 대리 같은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 선배와 상사들이다. 결국 기업이 원하는 취준생은 거의 대리다.


2. 글로벌 문화인

필자는 국내 대기업만 다녔다. 직장생활 16년 동안 벤치마킹을 위해 해외는 가봤지만 업무상 외국에 가본 적은 없다. 또한 영어로 업무적 얘기를 한건 외국계 회사에 인터뷰 갔을 때뿐이다. 그래도 영어회화 성적은 Opic AL을 받은 적이 있고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그래서 사내 방송에 영어공부 좀 하는 사람으로 나간 적이 있어서 영어를 잘한다는 착각들을 하신다. 서바이벌은 되겠지만 업무로 하려면 많은 수련기간이 필요할 거 같다. 아이러니한 건 진급을 위해서도 필요한 영어성적이 사실 업무에 필요한 적은 해외 사이트 뒤져보거나 해외 사례 들여다볼 때뿐이다. 사실 그것도 안 보면 그만이다. 영어점수 잘 맞아도 그중에 몇 명이나 실 업무에 영어를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취준생에게 기업은 글로벌 문화인이 되기를 바란다. 해외 경험도 많고 해외인턴이면 더욱 좋다.

<완벽한 러시아어로 호평받은 강소라, 글로벌 인재 글로벌 문화인을 원하는 기업>

기업은 취준생을 뽑아서 해외에 보낼 생각은 없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신입사원이 해외에 나가게 되는 경우는 오너 일가이거나 그 정도의 빽이 있을 때뿐이었다. 회사 성격에 따라 다르고 업무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글로벌 인재를 원하는 것은 회사가 언제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르고 다양한 경험이 업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로벌 문화인이란 것이 영어나 외국어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글로벌한 마인드와 다양한 관계에서 오는 아이디어들을 원하는 것이다. 해외 업무가 주인 회사를 가는 것이 아니라면 영어점수를 원하는 것은 기준일뿐이고 글로벌 마인드를 원하는 것이다.


3. 무언의 회사원

회사를 다니다 보면 말을 잘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회사는 무언의 회사원이 되기를 바라기도 한다. 말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은 말을 뇌에서 바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숙고해 보고 정제된 용어를 쓴다는 말이다. 또한 상사들은 말이 많고 실속 없는 후배들보다 조용히 자기 일을 제대로 해내는 이를 선호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술자리나 같은 곳에선 말 잘하는 사람을 찾는다. 참 이상한 논리지만 현실이 그렇다. 말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지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말이 많다면 가벼워 보이는 단점이 생긴다. 말이 적으면 최소한 이미지는 우직함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자신만의 길을 갈줄 아는 신입사원, 출처 : 이투데이>

무언의 의미는 또한 사내의 여러 가지 얘기를 옮기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회사 내에서 정보통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인간관계가 좋은 건지 뭐 그리 들어 주은 게 많은지 티타임에야 그런 게 재미있지만 그런 말 많이 하는 사람을 좋아하진 않는다.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가끔 신입사원 중에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면접 과정에서 잘 걸러지지 않는다. 결국은 현업에서 걸러진다.


4. 미래의 OB

이태백에서 시작하여 사오정 시대다. 이미 오륙도는 사라진 단어가 되었다. 백세시대라는데 기업들은 45세 넘은 직장인에게 그리 관대하지 않다. 기업은 이런 구조조정 시기에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원한다. 이런 현상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현실이 그렇다. 때 되면 자리를 비워주는 준비가 된 사람을 기업은 좋아한다. 예전에는 업무능력에 따라 집에 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상관없이 가기도 한다. 세상이 그렇게 되었다. 그렇다고 미래의 OB가 치킨집을 오픈하길 바라진 않는다.

<사내 정치를 못하면 미래의 OB가 되기 십상>

다른 좋은 회사로 옮기거나 직장 이력을 바탕으로 걸맞은 일을 하고 있을 OB가 되길 바란다. 기업도 취준생에서 신입사원으로 시간이 지나면 커리어 패스를 잘 관리하는 직장인이 되길 바란다. 아직 YB일 때도 회사를 위한 로열티를 보여주고 OB가 되어야 할 때도 로열티를 보여주길 바란다. 물론 개개인의 현실은 다르지만 회사는 그 현실은 개인의 현실일 뿐이다. 현재 신입사원도 미래의 OB다.


회사는 이익을 위하여 존재하는 집단이다. 또한 한국의 기업 정서상 사회 공동체적 성격을 지니고 있지도 않다. 이런 현실에서 개인의 힘은 매우 미약하다. 힘없는 개인은 결국 자신의 경쟁력을 꾸준히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다. 회사가 내 삶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회사도 이제는 그렇게 살길 바라지 않는다. 기업은 카멜레온 같은 직장인을 원한다. 회사가 색깔이 바뀔 때 같이 색깔이 바뀌고 회사가 원하는 것을 거르낌없이 따라주는 직장인을 원한다. 변덕스러워 지라는 것이 아니다. 환경이 변화는 것은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안주하는 것은 개인의 잘못이 된다. 기업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직장인은 생업으로서도 중요하지만 내 스스로의 포지션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 많은 것들을 취준생에게 원하니 취준생들이 어찌 힘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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