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취준생에게 숨기는 비밀 13
검색엔진에 자소서를 치면 엄청난 양의 자료가 쏟아져 나온다. 이 말은 자소서 쓰기가 생각보다 아니면 생각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어쩌면 컴퓨터가 개발되고 인터넷이 생활화되면서 자소서 쓰기가 더 어려워졌을지도 모른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자소서를 직접 수기 작성하던 시절에는 컴퓨터가 아닌 노트에 자기소개를 써가면서 다시 읽고 수정하고 혹시나 봐줄 만한 사람이 있으면 보여주고 최종적으로 글씨 연습까지 하고 써내려 갔었다. 지금은 어떤가? 자소서 샘플은 바다에 넘쳐나고 돈만 여유가 있다면 대필도 가능한 시대다. 그러다 보니 비슷비슷한 자소서가 넘쳐난다. 자소서 전문가도 넘쳐난다. 인사담당자들에게 자소서는 옥석을 가리는 것보다 카피본을 찾아내는 게 주업이 되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자소서 쓰기가 더 여려워 진 게 아닐까 싶다. 4지선다형으로 학교를 가던 학력고사 세대뿐만 아니라 수능세대, 논술 세대에게도 자기를 소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자소서를 이렇게 쓰라는 조언의 글도 넘쳐나고 책도 많이 나와 있다. 어쩌면 아무것도 없이 밤새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던 때보다 쉬운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기도 쉽지만 너무나 많은 정보와 조언은 차라리 첫 줄을 쓰기도 어렵게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자기소개서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나를 소개하는 것인데 소개팅이라도 한번 해보았다면 알겠지만 자기를 소개하는 것처럼 어려운 것이 있었던가? 나는 누가인가? 이보다 철학적일 수 없다. 웬만한 철학자도 대답하기 어려운 것을 기업은 원한다.
자기소개서를 잘 쓰기 위한 방법은 자기소개서가 무엇인지 스스로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이다. 자기소개서에서는 내가 누구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기업의 입장에서 너는 누구인가를 정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말장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선 관점을 어떻게 놓고 글을 쓰느냐가 중요한 것임을 취준생들은 놓치고 있다. 소개팅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 내 소개는 결국 상대방의 호감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멘트를 날리는 것이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면 물론 필초필초(필부필부에서 파생)들은 땡땡 초등학교 4학년 6반 조명광입니다하고 끝내지만 좀 똘똘해 보이는 아이들은 자기소개를 소속으로 소개하지 않는다. 자기의 관심사와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자기소개의 주요 소재로 사용한다. 이 초등학생은 자기소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어떤 초등학교에 몇 학년 몇 반인지가 듣는 사람에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자기소개서는 결국 자판기(자동판매기 -> 자기 판매기)다. 기업에게 취준생의 가치를 팔기 위한 팸플릿 같은 것이 자기소개서다. 물론 자동차 팸플릿처럼 고급 종이에 프로 사진가의 곧 치고 나갈 것 같은 사진과 프로 카피라이터가 작성한 한번 읽으면 꼭 이차를 사고 싶은 유려한 카피들을 쓸 수는 없지만 읽는 사람이 혹하고 읽고 싶은 자소서를 쓰는 방법은 많이 있다.
자소서를 쓰기 전에 가장 먼저 공부해야 할 것은 가고 싶은 회사와 자기 자신이다.
필자는 이전의 글들을 통해 공부해야 할 회사에 대해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일부 언급하였다. 가고 싶은 회사가 뭘 하는 회사인지 자기는 뭘 잘하고 있는지 그 회사와 자신의 매력은 무엇인지 이것저것 언급해 보았다.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미리 언급한 것과 다름없다.
먼저 회사에 대해 공부해 보자. 회사란 무엇인가? 이익을 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일을 하는 곳이다. 어렵게 얘기하면 영리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사단법인이다. 회사는 자선단체도 아니고 사교단체도 아니고 종교단체도 아니다. 포커스는 영리 행위에 맞춰져 있다. 그러면 취준생은 사고방식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로 인해서 회사는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이 신입사원을 뽑는다는 것은 단순히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다. 회사 운영에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 중에 하나인 인력을 사 오는 작업이다. 그럼 경제원칙으로 보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한 과정이다. 회사가 들이는 비용 대비 가장 수익을 많이 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과정이다. 결국은 같은 돈이면 이런 애가 일을 잘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곳이다. 몇 가지 키워드로 기업의 입장을 정리할 수 있겠다.
모든 회사가 취준생에게 원하는 공통적 키워드 : 책임감 + 성실함 + 적극성 + 긍정적 사고 + 유대감
회사는 취준생이 들어와서 자기 계발을 하거나 대충 월급 받기를 원하거나 또 다른 스펙으로 사용하길 바라는 취준생을 가장 싫어한다. 취준생들은 1명의 신입사원을 뽑아 트레이닝시켜서 제대로 일하기 시작할 수 있기까지 기업이 투자하는 비용을 모른다. 단순히 월급만이 비용이 아니다. 회사는 신입사원에게서 수익이 나기 시작하는 시점이 5년이라고 생각한다면 취준생이 너무나 잘나거나 일을 잘해도 문제다. 회사에서는 회사에 잘 적응하고 회사와 같이 오래 같이 로열티를 보여줄 사람을 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전제로 한다면 어떤 단어들을 자소서에 구사해야 할지 감이 올 것이다. 대부분의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은 유사하다. 그 회사의 특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긴 한다. 회사원이라는 공통분모는 동일하다는 점을 항상 기억하자.
이제 자기 자신에 대해서 공부해 보자. 자소서를 쓰려고 보니 나 자신이 너무 평범하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평범하기가 제일 어렵다는 것을 새겨두자. 지금 현재를 사는 취준생들에게 특별하기가 쉬운가? 누구나 다 스펙에 목을 매고 경험을 쌓기 위해 뭔가 하나라도 더 특이한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자기소개서에 쓸 이야기가 넘쳐난다. 그렇다고 나는 평범하니 자기소개서에 나는 정말 평범합니다라고 쓰라는 얘기로 듣는다면 내가 뭘 잘못 얘기하고 있는 것일 게다. 시대가 변하면 인재상도 변하고 회사가 운영되는 방법도 달라지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은 변하지 않는다. 그 모습이 조금씩 변할 뿐이다. 인생은 대충 살만큼 가벼운 것도 아니고 그렇게 쉽게 살아지지도 않는다. 취준생 인생 하나하나가 다 그럴 것이다. 필자에게도 나만의 인생 스토리가 있듯이 취준생에게도 당신만의 스토리가 있을 것이다. 이 스토리를 자소서에 어떻게 담아낼 것이냐가 문제이지 취준생의 인생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자소서를 구성하는 항목들을 살펴보면 뻔하다. 지원동기 및 포부, 성장배경 및 가족관계, 학교생활 및 특기사항, 셩격 및 생활신조 거기에 회사마다 조금씩 다른 한 가지 정도를 쓰라고 한다. 몇 가지 항목에 나를 팔 수 있는 특장점을 잘 배치하고 써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각 항목마다 어떻게 쓰라는 구체적 얘기는 너무나 많은 곳에서 알려주고 있으니 여기서까지 언급하지는 않으려 한다. 그 내용에 꼭 필요한 것들은 내가 인생 항로를 거치다 보니 느껴지는 인사이트들이 무엇인지 잘 뽑아내는 것이다. 학교생활을 해보고 나니 내가 잘하고 잘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그것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고 결국 입사하고 싶은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의 형식으로 모든 항목들이 귀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설을 쓸 이유는 없다. 담담한 고백 같은 진정성만이 현재는 어필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
기업이 취준생을 사가기 위해 무엇을 볼 것인가를 잘 고민해보기 바란다. 노트북 하나를 살 때 내가 무엇을 유심히 살피는가를 예를 들어서 본다면 기업이 나를 사려면 뭘 볼 것인가를 고려해 보기 바란다. 소위 말하는 가성비에 정답이 있다.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 보일 수 있는 스펙을 준비해야 하고 그 하나하나가 회사의 조직단위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지 정제된 단어로 정리되어야 한다. 잘난 척과 잘난의 경계를 겸손한 단어로 정의하면서 간결한 문장과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신문의 헤드라인을 기자가 어떻게 고민했을지 생각해보면서 자소서를 써간다면 내가 맘에 드는, 당신을 사고 싶은 자소서가 될 것이다.
남의 자소서 보지 마라 인생도 남의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닌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