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취준생에게 숨기는 비밀 12
나를 소개할 때마다 참 애매한 항목이 있다. 필자만 그럴지도 모른다. 바로 취미와 특기다. 취미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이라고 사전은 정의한다. 특기란 남이 가지지 못한 특별한 기술이나 기능이라고 정의한다. 물론 취미생활이 특기로 발전하기도 한다. 필자에게 취미란 과분하다. 한때는 미드 열풍에 빠져 24시간 미드를 보기도 했다. 요즘은 육아가 취미가 되었다. 특기 남들이 가지지 못한 기술이라면 특별한 운동이나 악기, 노래, 잡기 등이겠지만 필자는 손가락 엇갈려 펴기 말고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다. 어디 가서 말 못 한단 소리 들은 적은 없는데 특기라고 쓰기는 애매하다. 남들보다 눈썰미가 좋다거나 인사이트가 있다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그것도 특기라 하기엔 애매하다. 굳이 재능이라고 하면 모를까? 수영은 강사 없이 배웠지만 접영을 빼고 다 할 수 있다. 잠수도 곧잘 했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아재 개그가 생각난다. 군대에 갔는데 훈련소에서 피아노 칠 줄 아는 사람 찾아서 몇 명이 나갔는데 정작 한 일은 피아노를 옮기는 일이었다는 가요무대에나 등장할 유머다. 특기를 살려보겠다는 취지가 일만 만들었다.
더욱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이건 실화다). 훈련소를 마치고 어찌하다 보니 휴가를 다녀오게 되었다. 내 주특기는 유선 통신병이었는데(왜 이런 주특기를 받았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 휴가를 다녀오니 통신부대가 아닌 연대 안에 있는 직할중대인 전투지원중대(106미리 총과 4.2인치 박격포를 다룸)에서 나를 차출했다. 인사계가 와서 인계받아 올라갔는데 나중에 듣고 보니 학교가 미술로 유명해서 유사한 일을 시키려고 뽑았단다. 필자의 전공은 불문학이었다. 하지만 결국 주특기는 작전병이 되어 부대 내의 모든 글씨와 안내판 그리고 차트와 보고서, 작전계획을 책임지게 되었다.
기업은 취준생의 취미와 특기에 관심이 있을까?
사람마다 주특기가 있게 마련 인가 본데 기업들은 취준생들의 취미와 특기에 관심이 있을까? 당연히 있다. 물론 학점이나 영어점수 같은 스펙만큼 중요한 건 아닌데 특별한 취미는 취준생을 더욱 특별하게 보이게 한다. 또한 특별한 특기는 회사 내에서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제대로 어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물론 면접 시에 이슈가 될 수도 있겠다. 남다른 취미나 특기는 이슈 제기가 되니 그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하겠다.
전직장을 다닐 때 입사 전 아나운서를 준비했던 사원이 있었다. 목소리가 좋다 보니 사내 행사 여러 곳에 얼굴을 내밀게 되었고 심지어 외부 마케팅 행사 사회를 보았다. 5천 명이 모이는 콘서트에서 사회를 잘 보고 나니 사내에서 이 친구는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물론 사회만 잘 보는 게 아니라 업무 능력도 탁월했다. 당연히 다른 동기들보다 앞서 나갔다. 남과 다른 하나지만 자신에게도 회사에게도 도움이 되었다.
인턴으로 들어온 여학생이 있었다. 그 친구의 특기는 복싱이었다. 아침 조회 시간에 복싱에 대한 얘기를 풀어놓으면서 선배들의 호감을 샀다. 말도 잘하고 자기주장도 뚜렷했다. 물론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요즘 취준생들은 스펙을 많이 만들다 보니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하는 경험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접하게 되는데 이런 소중한 경험은 입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남들과 다른 장기나 경험은 어느 날 갑자기 빛을 발하게 된다. 필자는 대기업에 입사하기 전에 케이블 TV의 조연출과 광고제작사의 조감독을 경험했었다. 이 경험은 향후에 회사의 서비스를 알리는 동영상 제작에도 도움이 되었고 실제 TV에 출연도 했었다. 물론 TV 출연은 업무의 연장선상이기는 했으나 직접 큐시트까지 작성했으니 경험은 결국 경험을 낳는 게 분명하다.
취미나 특기를 입사 준비를 위해 만들라고?
취미나 특기는 인생 전반을 관통하는 것인데 취업을 위해 그럼 따로 준비해야 되는가라고 묻는다면 아니다고 답할 수 있다. 취미라는 것은 말 그래도 개인의 사생활에서 여가를 보내는 방법이고 특기라는 것도 어느 시점에서 취미활동이나 배움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인데 꼭 취업에 도움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취미나 특기는 개개인이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것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기업이 관심을 갖는 것이다. 입사시 면점이란 것이 서류로는 알 수 없는 개인의 평판을 확인하는 자리란 점을 보았을 때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의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화가 진행되었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느 정도 적응되어 과거처럼 공부만 잘하는 인재를 선호하진 않는다. 상명하복의 문화에서는 과거의 군대문화에 잘 적응하는 순응형 인재가 필요했을지 모르나 현재는 다양한 경험과 스펙을 가진 인재를 선호한다. 물론 내면으로 들어가면 성실한 인재를 현재까지도 많이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다. 금상첨화라고 하지 않았던가. 기업은 기업의 다양한 선택 기준에 잘 맞아떨어지는 인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필자처럼 특별한 취미나 장기가 없다고 생각되더라도 개개인에게는 자신만의 재능이 있음을 잊지 말자. 한국의 교육에서는 자신의 재능을 찾기란 힘든 게 사실이다. 어린 시절 필자는 테니스부에서 운동을 해본 적도 있고 판화에 소질이 있다는 미술 선생님의 추천으로 대회에도 나가 보았고 학교 합창단에서 노래도 해보았다. 학내 문예지에 여러 편의 시를 내기도 했고 대회에 나가서 입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에 해당하는 일이 직업이 되진 않았다. 하지만 과거에 그런 경험들이 현재의 삶에 충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이라도 내가 잘 하는 것이 없다고 판단된다면 여러 가지 경험을 시도해보자.
니콜라스 브레튼은 경험은 지식의 어머니라고 했다. 책에서 찾는 지식은 머리에 들지만 현장에서 경험한 것은 몸에 깃드는 것이다. 머리에 든 지식은 말로써 구현되지만 몸에 든 지식은 몸으로 표현된다.
사소한 경험 하나도 소중히 하는 사람을 기업은 선호한다. 책상에만 앉아서 취업 준비를 하는 것은 자신을 새장에 가두는 것과 같다. 지금 하고 있는 경험이 도움이 될까라는 선제적 질문은 하지 말자. 경험은 경험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