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콘서트를 가다

2023.12.30. 제주도

by 서귀인



처음 그 노래를 들었던 건 아빠차 뒷자석에서였다.



어렸을 적에 우리가족은 주말이면 산으로 들로 강으로 여행을 다녔다.

어린 몸뚱이에겐 너무 크고 불편했던 안전벨트를 메고 차창 밖 풍경을 보며 나는 산울림의 노래를 들었다. 당시 가장 좋아했던 노래는 찻잔이었다.



그러다.. 욕설이 난무하던 힙합 노래만 듣던 사춘기 시절을 지나,

2016년 지산락페스티벌에서 다시 산울림 노래와 조우했다.

뜨거운 여름밤에 김창완 아저씨는 [아마늦은여름이었을거야]를 열창했고

나는 동시간대에 있던 지코 공연을 봐야했어서 멀찍이서 잠깐 그 모습을 보곤 자리를 떠났다. 이 일은 김창완 아저씨에 대한 일종의 부채감으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다시 산울림 노래를 들었던건 중국 유학생활 때였다.

산울림 노래를 좋아하던 친구와 함께 듣곤했다.

남는게 시간이었던 교환학생 두 명은 3평 정도 되는 기숙사방에서 멍하니 누워 산울림 노래를 들었다.

그 전날 술을 진탕 마시고 머리가 띵한 상태와 산울림 노래가 왠지 모르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내게 사랑은 너무 써]를 자주 흥얼거렸는데, 얼마나 자주 불렀으면 중국인 친구도


"내게 싸랑은 너써~"

하고 어느순간 같이 따라부를 지경이었다.


그 시절 유럽 남자애와 썸을 타던 친구는 산울림의 [회상]을 들려주었고

한국말을 일절 모르던 그 외국애는 이 노래를 들으면 본인의 어릴적 시절이 떠오른다며 좋아했다.

음악이 언어의 장벽을 허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이후로도 나는 계속 산울림 노래를 들었다.


[찻잔]을 들으며 어릴적 아빠 차 뒷자석에서 보던 시골 풍경을 떠올렸고


[내게 사랑은 너무 써]를 들을때면 아슬아슬한 자유로움을 마음껏 즐기던 교환학생 시절을


[청춘]을 들으며 27살의 김창완의 마음에 이입했고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는 끈적한 여름날이 되면 괜시리 찾아 듣곤 했다.



그리고 어제 산울림 콘서트를 갔다.


중년 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나와 나잇대가 비슷한 사람들도 종종 보였고, 가족단위로 방문한 사람들도 꽤 있었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로 시작해서 [안녕]으로 끝난 두시간의 콘서트 동안

아는 노래는 신나게 따라부르고 모르는 노래는 모르는대로 흥얼거렸다.

일흔을 앞두고 있는 김창완 아저씨의 목소리는 이어폰으로 듣던 음원 속의 목소리보다 많이 굵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멋졌다.



8시가 조금 넘어서 산울림 콘서트가 끝났다. 돌아오는 길 내내 산울림 노래를 들었다.


담백한 노랫말과 멜로디가 세대를 관통하며 마음을 울리는 산울림의 노래처럼,


담백한 사람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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