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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희 Aug 02. 2019

"백년해로"


지겹게 있어줘
절대 먼저 떠나지 말아줘
우리 같이 영원을 꿈꾸자
만약 네가  곁에 없다면
 기다려도 소용없게 되어 버린다면
  세상은 뒤바뀔 거야
  모든  무너질 거야
만약 네가 없어진다면
억지로  찾아가도 만날  없다면
 그리움이  삼켜버릴 거야
 모진 말조차 부러울 거야

-선우정아, <백년해로>


너는 고약한 내성발톱과 한바탕 전투를 치르고 빨갛게 부어오른 엄지발가락 때문에 꼼짝 없이 침대에 누워 있었고, 아저씨는 그 틈을 타 무려 명동까지 외출을 감행한 오후. 우리는 좀 떨어진 침대에 나란히 누워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너는 자꾸만 웃었는데, 내가 "왜 웃어?" 라고 물으면 어깨를 으쓱 해보이며 그런 적 없다는 듯 시치미를 뗐다. 병실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운동을 간 후라 노래를 좀 들어도 좋겠다 싶어 듣겠냐고 물으니 그러자는 너. "내가 요즘 새로 알게된 가수야. 이 노래 우리 마음 ㅋㅋ 첫 소절부터 잘 들어야 되."


그리고 흘러나오는 선우정아의 '백년해로'


너는 더는 미소가 아닌 박장대소로 입이 찢어질 것처럼 웃으며 낄낄 거린다. "왜 웃어?ㅋㅋㅋㅋ" 라고 나도 숨 넘어갈 듯 웃으며 물어보니 너는 겨우겨우 어깨를 으쓱 해보이는데 이제는 둘 다 거의 눈물이 날 지경이다.


엄마랑 오빠는 우리가 비글 두 마리처럼 붙어다니며, 이 일 저 일에 관심을 보이고 이것저것 돕겠다며 어정대다 낄낄 거리고 있으면 정말 못말린다는 얼굴로 "그래 백 살 가라." 라고 놀리고는 했다. 극과 극처럼 다른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괜찮아한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오늘, 못 잊을 거 같아."

내가 말했고,

어쩔 수 없이 잊어버릴 너도 대답했다.

"응, 그럴 거 같아."


완벽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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