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해로"

by 이상희


지겹게 있어줘
절대 먼저 떠나지 말아줘
우리 같이 영원을 꿈꾸자
만약 네가 내 곁에 없다면
널 기다려도 소용없게 되어 버린다면
아 내 세상은 뒤바뀔 거야
아 내 모든 건 무너질 거야
만약 네가 없어진다면
억지로 널 찾아가도 만날 수 없다면
아 그리움이 날 삼켜버릴 거야
아 모진 말조차 부러울 거야

-선우정아, <백년해로>


너는 고약한 내성발톱과 한바탕 전투를 치르고 빨갛게 부어오른 엄지발가락 때문에 꼼짝 없이 침대에 누워 있었고, 아저씨는 그 틈을 타 무려 명동까지 외출을 감행한 오후. 우리는 좀 떨어진 침대에 나란히 누워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너는 자꾸만 웃었는데, 내가 "왜 웃어?" 라고 물으면 어깨를 으쓱 해보이며 그런 적 없다는 듯 시치미를 뗐다. 병실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운동을 간 후라 노래를 좀 들어도 좋겠다 싶어 듣겠냐고 물으니 그러자는 너. "내가 요즘 새로 알게된 가수야. 이 노래 우리 마음 ㅋㅋ 첫 소절부터 잘 들어야 되."


그리고 흘러나오는 선우정아의 '백년해로'


너는 더는 미소가 아닌 박장대소로 입이 찢어질 것처럼 웃으며 낄낄 거린다. "왜 웃어?ㅋㅋㅋㅋ" 라고 나도 숨 넘어갈 듯 웃으며 물어보니 너는 겨우겨우 어깨를 으쓱 해보이는데 이제는 둘 다 거의 눈물이 날 지경이다.


엄마랑 오빠는 우리가 비글 두 마리처럼 붙어다니며, 이 일 저 일에 관심을 보이고 이것저것 돕겠다며 어정대다 낄낄 거리고 있으면 정말 못말린다는 얼굴로 "그래 백 살 가라." 라고 놀리고는 했다. 극과 극처럼 다른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괜찮아한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오늘, 못 잊을 거 같아."

내가 말했고,

어쩔 수 없이 잊어버릴 너도 대답했다.

"응, 그럴 거 같아."


완벽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