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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희 Aug 02. 2019

"그대로 두라"

일상은 일상으로 두라
일상을 이벤트로 만들지 마라
일상이 일상으로 흘러갈 
여정의 놀라움이 찾아오리니

결여를 결여 대로 두라
결여를 억지로 채우지 마라
결여는 결여된  그리워할 
사무치는 마음에 꽃이 피리니

상처는 상처 대로 두라
상처를 힐링으로 감추지 마라
상처가 상처 대로 아파올 
상처 속의 숨은 빛이 깨어나리니

-박노해, <그대로 두라>


내 마음에 청진기라도 대고 있는 것처럼, 요즈음의 내 고민과 생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글을 만나면 며칠이고 몇 번이고 읽으며 마음에 새기게 된다.


나의 일상을 채우는 사소함이 좋다. 그 일상에 찾아오는 크고 작은 변화들을 겪으며 내 몸과 마음이 반응하고 때로 변화하는 걸 지켜보는 게 신기하다. 결여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지 않고, 상처를 섣부른 위로나 힐링으로 감추지 않는 지금이, 그리하여 모든 것이 그 자리에 날 것 그대로 존재하는 오늘이 눈물 겹도록 고맙다.


서툰 위로의 말보다는 단순한 공감이, 섣부른 충고보다는 묵묵한 동행이 언제고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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