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두라"

by 이상희
일상은 일상으로 두라
일상을 이벤트로 만들지 마라
일상이 일상으로 흘러갈 때
여정의 놀라움이 찾아오리니

결여를 결여 대로 두라
결여를 억지로 채우지 마라
결여는 결여된 채 그리워할 때
사무치는 마음에 꽃이 피리니

상처는 상처 대로 두라
상처를 힐링으로 감추지 마라
상처가 상처 대로 아파올 때
상처 속의 숨은 빛이 깨어나리니

-박노해, <그대로 두라>


내 마음에 청진기라도 대고 있는 것처럼, 요즈음의 내 고민과 생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글을 만나면 며칠이고 몇 번이고 읽으며 마음에 새기게 된다.


나의 일상을 채우는 사소함이 좋다. 그 일상에 찾아오는 크고 작은 변화들을 겪으며 내 몸과 마음이 반응하고 때로 변화하는 걸 지켜보는 게 신기하다. 결여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지 않고, 상처를 섣부른 위로나 힐링으로 감추지 않는 지금이, 그리하여 모든 것이 그 자리에 날 것 그대로 존재하는 오늘이 눈물 겹도록 고맙다.


서툰 위로의 말보다는 단순한 공감이, 섣부른 충고보다는 묵묵한 동행이 언제고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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