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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희 Sep 23. 2020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긴즈버그의 말>


독일의 아이들이 "남자도 총리가 될 수 있냐"고 묻는다는 우스개를 들어본 적이 있다. 아마 앞으로의 아이들은 "마스크 없이도 밖에 나갈 수 있냐"고 묻겠지. 사람은 자신이 처한 시대와 어쩔 수 없이 교감하게 된다. 그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나이가 많든 적든.


그렇다면 미국의 젊은이들이 아흔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말 한마디에 열광하고 그 말을 자신의 sns를 통해 실어 나르고 나아가 그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의 삶과 말이 곧 이 시대 젊은이들이 바라는, 염원하는 가치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평생'을 바쳐 자신이 속한 사회와 시대가 나아갈 방향을 외친 사람. 자신이 틀릴 수도 있음을 전제함과 동시에 우리 모두  틀릴 수 있다고 말하며 그러니 지금 서로 다른 의견을 가졌어도 서로를 포기하지 말자고 설득하는 사람. 그가 말하는 평등의 가치를 행동으로 실천하며 산 사람.


이제 막 그를 알게 되었는데 이렇게 금방 잃게 되었다. 나는 먼 바다 건너 어떤 나라의 운명까지 걱정할 만한 식견은 못되지만, 내가 '어른'이라 느끼며 마음 한 자락의 힘을 빌려오던 이들의 떠남은 언제나 아쉽다.


그의 소중한 말들을 기록해두는 걸로 이 마음을 대신한다.


• 오히려 법은 긴즈버그가 종종 말하듯이 "자유롭게 너와 내가 되도록" 허용 해야 한다. (10쪽)

• 과한 여담이나 미사여구 없이, 또 의견이 다른 동료들에 대한 산만한 비난 없이 올바른 동시에 단단한 의견을 내는 것이 한결같은 나의 목표다. (42쪽)

•차별을 겪어본 사람은 타인이 겪는 차별에 공감하기 쉽다. 개인적 능력이나 사회에 대한 기여도와는 전혀 관계없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72쪽)

•나는 남녀가 어깨를 맞댄 채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믿는다. (. . . .) 남성을 더 우월한 성으로 생각하지 않듯이 여성 또한 더 우월한 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각계각층에서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과거처럼 닫힌 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110쪽)

•(스캘리아 대법관 -긴즈버그와 달리 보수파 - 과의 신의로 맺어진 관계에 대해) 자신의 관점을 설명할 수 있는 대단히 지적인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참 멋진 일이다. 나로 하여금 골똘히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146쪽)

•장애물로 여긴 것이 엄청난 행운으로 판명되는 일이 삶에서는 자주 일어난다. (152쪽)

•삶의 길을 갈 때 발자국을 남겨라. 나를 위해 길을 닦은 사람들이 있었듯이 내 뒤를 따라올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후세의 건강과 안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갈 수 있도록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다하라. (154쪽)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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