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인간실격>
그들의 사는 이야기가 매회 가슴을 울린다. 내 가슴을 저리고 아프게 한다. 숨 쉴 틈이 없이 가슴이 퍽퍽한데, 그래도 자꾸 보게 된다. (그리고 부정이 아부지. . 왜 그러세요 자꾸. . 그렇게 위로를 하시면 제가 어찌 버티나요. .)
나는 이 여자 경은(김효진)에게 자꾸 눈이 간다. 텅 빈 눈동자.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데 모든 게 부족해보이는 여자. 매일 조금씩 죽어가는 남편을 간호하고 있는 경은은 죽어가는 사람을 오래 보고 있으면 이런 기분이라고 말한다. "사람은 무조건 이기적으로 살아야 해. 최대한 쓰레기 같이." 그리고 정수(박병은)을 보며 말한다. "그러다 다시 너를 봤는데, 깨끗하게 살아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 (대학때 사귀었던 경은과 정수는 (아마도) 서로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는 채로 각자 다른 사람과 결혼 했고, 이미 한 번 외도를 저지른 상태.)
모든 걸 포기할 수도 없고 모든 걸 희망할 수도 없는. 사람이 살고 죽는 일 앞에서 매일의 감정을 소진해버려야 하는.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은 죽을 게 아니어서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살아 있으나 그렇다고 맘껏 살아있기 어려운 존재.
더구나 그녀 안에는 정수와의 외도에 대한 죗값을 치르는 거라는 죄책감과 남편의 죽음에 대한 책임감이 뒤엉켜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된 건 내 탓이야. 나는 망했다. 내가 망쳤다. 그녀는 그렇게 죄책감과 책임감에 옭아매진 존재가 되었다.
그녀의 이율배반적인 마음에 공감이 되었다. 그녀가 갈망하는, 그토록 회복하고 싶고 돌아가고 싶은 자신이 어디쯤에 있었는지 알 것 같다. 아직 실격 당하지 않았던, 순수했던, 깨끗했던 나로. (외도를 미화할 마음은 없지만) 그녀에게 그런 자신의 완성은 다시 정수를 만나는 것. 그가 나를 완성시켜준다고 믿으니까. 그와 함께였을 때의 내가 나는 가장 좋았으니까.
후회 없는 삶이 있을까. 그녀의 얼굴은 병원에서 마주쳤던 무수한 얼굴들과 겹쳐지기도 했고, 그곳에 있던 어느 날의 내 얼굴과도 겹쳐져서, 꼭 아는 얼굴 같고, 서글프고, 아프다. 번듯하게 잘 차려입고 뾰족 구두를 신었지만 갈 곳을 잃은 허망한 발걸음. 이제는 없는 그때의 나를 찾는 실패한 걸음. 분주하지만 절망적인 뒷모습.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렇다고 설마. 이 모든 게 그녀의 실수 때문일리가. 부디 죽음 앞에서도 삶을 떠올리는 일에 너무 오래 괴로워하지 말기를. 끝내 자신의 인간성이 실격 당할 때까지 자신을 내몰고 버려두지 않기를. 비는 마음이 되어 그녀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