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존재다

by 클로토

사람들은 말을 하고 산다.

그 말이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가 바로 존재다.

가정에서도 말하고 회사에 나가서도 이야기의 존재로 살아간다.

나란 존재를 확인하는 생활이 끊임없는 이야기다.

남편도 요즘은 잠꼬대를 부쩍 하고 어느 땐 손까지 써가며 꿈속에서조차 이야기를 한다.

아마도 평상시 하지 못한 이야기를 못내 아쉬워 꿈속에서 풀어내나 보다.

직장에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동료는 8시간 내내 끊임없이 조잘조잘 이야기를 이어간다.

감옥에서 가장 큰 벌로 독방에 가두는 것처럼 아이들 이야기, 남편 이야기, 먹고사는 이야기, 사람들과 이야기를 못하게 하면 미칠 것이다.

존재를 거부당하는 거니까.

이야기는 존재다.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성향은 다양하다

이야기를 매끄럽게 하는 사람, 요점을 정확히 알고 이야기하는 사람, 말주변이 없어 듣기만 하는 사람, 수돗물처럼 이야기하는 사람.

말주변이 없으면 마음에서 정리되기 전에 이야기보다 마음이 앞서 이야기가 미처 따라오지 못해 내용을 건너뛴다.

조리 있게 이야기하지 못하면 핵심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멀뚱히 쳐다보면 눈치 빠른 사람이 대변해 주거나 첨언해 준다.

이야기의 빈곤이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피곤케 한다.

말솜씨가 없다는 것은 어쩌다 나오는 습관이 아니라 사고방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지식의 빈곤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대화하는 곳에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아 경험의 빈곤, 감정의 빈곤으로 이어진다.

그래도 수돗물 흐르듯이 무미건조한 이야기를 줄줄이 이야기하는 것보다 낫다.

맛이 없는 이야기를 오래 듣는 것은 더 고역이다.


이야기는 사람이다

공자가 한 이야기가 공자의 사상이 되었다.

공자의 구전되는 이야기를 제자들이 글로 엮어 만든 것이 논어다.

케네디 대통령이 오래 집권하지도 않고 암살당했는데 업적에 비하여 많은 사람들이 칭송하는 이유는 그 사람의 말에 있다.

태초에 있었던 말씀도 논리이고 사상이고 그 자체가 존재다.

육체만 있다고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 입김을 불어넣어 이야기가 더하여지면 영혼 있는 한 사람으로 탄생한다.


이야기가 통한 사람이 좋다.

백치미를 가진 사람이 있다.

서구적인 얼굴에 웃으면 들어가는 예쁜 보조개, 외모가 보기 좋고 가만히 앉아있으면 지적으로 보여 많은 사람들이 말을 걸고 싶어 한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를 해보면 된다.

한두 마디 말을 섞어본 대부분의 남자들이 보기와 다르게 입만 열면 깬다고 말한다.

또 한 사람이 있다.

외모가 남의 이목을 끌만한 여성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면 재치와 위트가 있어 이야기를 멋있게 받아넘긴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시간 간 줄 모른다.

외모만 보고 결혼하면 몸은 통했을지 몰라도 말이 통하지 않아 성격이 맞지 않았다는 가장 많은 사유로 이혼하게 된다.

이야기가 통하면 상대방의 외모보다 그 사람의 지적 능력과 매력에 관계를 지속하게 된다.


이야기를 좋아하게 되면 나의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사회 정치 이야기, 남들 사는 이야기, 연예인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가 등장한다.

될 수 있으면 가까운 이웃들의 흠은 들추지 말자고 다짐하건만 이야기란 남의 이야기 아니면 할 거리가 별로 없다.

연예인처럼 이해관계없는 이의 험담은 한 번 하고 스트레스 풀고 잊어버린다.

연예인이 다이어트한 이야기, 영부인이 비싼 백 받은 이야기도 함께 못한다면 무슨 재미로 살겠는가.

우리는 이야기를 하고 산다.

우리의 지식과 관계의 경험은 이야기가 되고 아픈 현실도 슬픈 마음도 역사의 이야기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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