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2025 서울국제도서전이 방송에서 소개되고 있었다.
독서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마음 설레게 하는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큰 도서 행사다.
100여 명의 도서 모임 꿈유부족 중에서 언제 다녀오겠다는 사람들이 나오니 마음을 설렜다.
퇴직 후 매일 블로그에 매일 글을 올리고 있는 독서모임 1기 선배인 그가 국제도서전 티켓을 10장 투척했다.
뉴질랜드에 일 년 살기 가신 부족장님도 5장 추가 지원해 주셨다.
너무 다행인 것은 내가 쉬는 목요일이어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얼른 신청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다닐 것을 생각하니 여행 가기 전에 준비과정이 더 설레듯이 이미 절반은 설렘으로 마음이 여행 중이다.
2023년 6월 무더운 날에 서울국제도서전에 갔었다.
혼자 가면 심심할까 봐 남편을 데리고 갔다.
혼자 갈걸 잘못했다.
표정은 온화했지만 여자들이 쇼핑할 때 남자들이 언제 끝나느냐고 채근하듯이 몸이 말을 하고 있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서로 말이 통하는 사람과 동행했다면 영화를 함께 보고 나와 서로 감동을 말하느라 쉴 새 없이 재잘거리고 공감하며 다녔을 텐데 목석을 옮겨놓은 것처럼 가는 곳곳마다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는 얼굴로.
다시는 함께 공유의 감정이 없는 사람과는 같이 안 가야지 했던 기억을 뒤로하고 마음은 서울로 날아갔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입장이 아침 10시다.
9시 20분에 도착해 보니 벌써 표 받는 곳도 몇 겹의 줄이요 입장도 한발이라도 빨리 들어가려고 줄서기 위해 다들 달린다.
코엑스 내부를 3열 종대의 대열로 굽이굽이 복도의 허리를 감고 돌고 돌아 입장을 하는 모습이 백화점 오픈런을 기다리는 기이한 현상과 같다.
일 년에 한 권이라도 읽는 한국인이 47퍼센트라는 통계를 봤는데 실제로 독서를 많이 하는 인구는 많지 않을 것이라 한다.
종이책 출판시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데 국제 도서전에서는 독서인구 감소를 실감하기 힘들었다.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던 아픈 사람이 병원에 가면 이 세상 모두 아픈 사람만 있는 것처럼 느껴지듯이 도서전에 오니 우리나라에 책만 보는 사람들만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젊은 선남선녀들이 정말 많았고 실은 내가 평균연령을 올리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니 이 나라의 미래가 밝다는 이야기를 그와 나누며 마음이 즐거워져 웃기도 했다.
도서전 첫날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다녀가셔서 인지 인파가 엄청 밀렸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평산 책방 한쪽 벽면에는 문 전 대통령의 브로마이드가 붙어있었다.
이처럼 특별한 분이나 유명 작가가 오는 경우는 그곳은 발 디딜 틈이 없다.
민음사, 문학동네, 창비, 다산북스 등 대형 출판사는 부스가 커도 워낙 책을 보려는 사람과 굿즈나 공짜 책갈피, 좋은 글귀 카드를 얻으려는 독자들이 많아 끝이 보이지 않는 줄에 질려버린다.
서로 좋아하는 분야가 다르다 보니 책을 보러 다닐 때는 대부분 한둘 정도 소그룹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와 함께 소형 출판사 사이사이 돌면서 익숙한 출판사 부스를 만나면 반가워서 책도 구입하고 인사도 나눴다.
오전 3시간을 돌아도 다리 아픈 줄 모르고 책 구경과 출판사 구경을 했다.
오늘 함께 간 17명의 꿈유부족 단체사진을 찍어 인증하고 서로 좋아하는 식사 후 차 한잔하며 근황 이야기를 이어갔다.
직업도 전혀 다르고 사는 사람들끼리, 사는 공간도 의정부에서 제주도까지 동서남북 전국적이지만 책이라는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면 금방 친해진다.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사람들처럼 친근하여 목젖이 보이도록 깔깔거리는 웃음이 나온다.
도서전에서 책은 두세 권밖에 사지 않았는데 도서전에 간 목적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입장하기 전부터 내부에서 책 내음이 풍겨올 때 향수병에 걸린 사람이 고향에 다다르면 마음의 평안을 얻듯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한껏 숨을 들이마신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책을 읽는 사람들이다.
그 또한 직장에 다닐 때도 책을 좋아했도 성공했도 지금은 퇴직했다.
그는 책을 읽고 독서모임하고 글 쓰는 날들인 하루하루가 바쁘다 한다.
책을 좋아한 부족들 모두 각자의 일터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갔지만 책이란 매개로 함께 한 그 시간이 둥지를 틀고 마음 한가운데 자리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서로를 향해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