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근간에는 자기만의 철학이 있기에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최승자 시인의 '이 시대의 사랑' 시집을 통해 젊은 날의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사랑을 절절히 실감하게 된다.
불행과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최승자 시인의 사랑에 대한 처절함이 시에서 통곡을 한다.
젊은 날의 그 몸부림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처연한 모습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서일까.
충분히 아파하고 곪을 대로 곪아 터지는 상처를 바라보는 모습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시 자체가 아름다운 삶이고 시인의 철학이다.
삶이 어둡고 지치고 힘들 때는 '웃으면서 살자'가 모토였다.
시인이 반어법으로 불행을 이야기하지만 사랑을 갈구하는 처절한 몸짓이었듯이.
사랑을 긍정형으로 표현하는 나태주 시인이나 부정형으로 표현하는 최승자 시인이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의 목적은 같다.
사랑받고 싶어서 어떠한 모습으로든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하니까.
사람은 사랑 없이 살수 없는 존재니까.
'웃으면서 살자'라고 마음으로 다지며 살아갈 때는 실제로 웃으려고 애썼고 아이들도 웃겨주려고 애썼고 그래서 애써 웃었다.
그것도 방법이라고 간지럼 태우며 몸을 웃기고 억지로라도 웃었더니 얼굴의 광대가 승천했다.
시인이 사랑의 고통과 슬픔을 시로써 승화시켜 시가 되고 싶지 않은 시를 데려와 시인이 된 것처럼.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고 마음의 그릇이 넉넉해지니 '아님 말고'의 시대가 도래했다.
나만 이런 마인드로 살아가는 건 아닌가 보다.
에피소드로 나온 이야기지만 박찬호 감독의 가훈도 '아님말고' 였다고 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는 푸쉬킨의 말에 충실해지는 시기가 왔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음 상태도 달라졌다.
'웃으면서 살자' 시절에는 슬프고 사는 것이 재미없어서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면 '아님 말고' 시절에는 하루하루 충실하게, 연연하지 않으며 미련을 두지 않으니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아님 말고'는 현재의 삶을 이끌어가는 방향성이고 철학이다.
이 철학은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해주고 깊이는 덜할지라도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가볍게 툴툴 털고 일어날 힘을 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