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빠진 독서가 그리울지라도

by 클로토

휴일에는 주로 독서를 즐긴다.

하릴없어서가 아니라 통으로 독서시간을 낼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주중에는 잠잘 시간, 운동할 시간, 글 쓰는 시간은 있어도 짬으로도 독서 시간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독서와 글쓰기는 바늘과 실의 위치다.

독서를 하고 생각하며 사고의 폭을 넓히다 보면 글쓰기의 주제가 도출된다.

그러면 삶을 기반으로 하는 글 속에 사유가 포함되면서 글이 완성된다.


생각만을 적는 글은 발 없이 공중에 떠있는 상태가 되고 사유가 없으면 머리 없이 발만 바닥에 짚고 서있는 형상이다.

그래서 생각의 소스가 되는 책 읽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그 휴일도 온전히 차지하지 못하고 일에 파묻힐 때가 종종 있다.

2주일에 한 번씩 오는 남편과 함께 하는 주일은 실상 함께 노느라 책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자신이 2주에 한 번 오는 것이 나의 독서와 글쓰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을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 모르겠다.

몇 년 전에 한명숙 국무총리의 부군 되는 분이 이런 비슷한 발언을 해서 얼굴을 찌푸렸던 기억이 난다.

한명숙 국무총리가 이런 자리에 오기까지는 자신이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둔 덕분이라는 취지의 말이 얼척없게 하더니 남자들의 사고는 그게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인가 싶다.


오늘은 예배 끝나고 바로 농산물 시장에 들렀다.

나물거리 사고 콩 수확철이라 강낭콩과 호랑이 콩 두 자루를 겁 없이 사 왔다.

조금 지나면 본격적인 장마철이라 물러지고 맛이 없어진다는 장삿속의 말이지만 그럴 듯도 하여 짊어지고 왔다.

까도 까도 줄지 않는 콩 두 자루를 어깨를 주물러가며 다 까고 나물 음식 하고 나니 오늘 도서관 가서 책 읽겠다는 시간과 의지는 연기처럼 휘발되고 없다.

먹고사는 것도 중요하고 마음의 양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올바르게 작동하고 마음도 안정을 찾는다고 생각하기에 음식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거기에 아들의 궁금한 질문에 답해 주고 자신의 비전을 엄마에게 이야기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함께 웃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재미있다.

다만 내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책으로 고전 독서모임을 하는 날인데 다 읽지 못하고 참석하게 되어 안타까울 뿐이다.


기형도의 '입속의 검은 잎' 시집을 꺼내들고 시 한 편 읽어보았다.

마침 흔해빠진 독서에 대한 시인의 이야기가 마음에 콕 박힌다.

이미 고인이 된 저자들의 책을 휴일에 펼쳐들고 독서하는 시인의 모습을 가늠해 본다.

그렇게 책에 푹 싸여 지내며 뜻을 다 이루지 못하고 간 유명한 작가들에게 지금의 자신을 빌려주고 싶다는 시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흔해빠진 독서의 시간이 그리울지라도 독서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푸념 섞인 이야기를 하는 지금이 좋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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