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쉬는 날이지만 늦은 오후에 신생아 학회가 있어 오전에 오늘 할 일을 다하리라 계획했다.
그런데 쉬는 날 뭔가를 많이 할 것 같지만 하루 분량 질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결국 평상시보다 더도 덜도 하지 않았다.
하루 8시간 직장에서 근무하는 시간만큼 놀게 되고 나머지는 원래 하던 대로 하게 되는 것은 몸에 익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근무 안 하는 시간에 그동안 못 읽었던 책도 많이 읽고 싶었는데 전혀 이루지 못했다.
오늘 운동으로 50분 달리기한 것이 그나마 위로가 된다.
달리기 장소는 숲 조성이 잘 되어있는 첨단 광주시민의 숲이다.
광주시와 대구시가 달빛동맹을 맺은 기념으로 광주시와 대구시에 각각 마련한 숲인데 여름에 달리기에 안성맞춤이다.
첨단대교에서 영산강 상류로 조성되어 있는데 울창한 나무들이 그늘이 되어주는 서울 탄천가 윗길의 숲길과 비슷하다.
맨발걷기 하는 곳도 있어서 많은 분들이 걷기도 하고 자전거길, 드론공원, 야영장, 파크골프장도 있다.
왕복 6킬로를 달리고 돌아와 한낮에는 배 깔고 드러누워 낮잠 자고 놀다 대한 신생아 학회 호남지회가 조선대에서 있어 늦은 오후 일정대로 직원들과 동행했다.
전남대, 조선대, 기독병원, 전북대, 원광대 등 대형병원과 관내 분만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참석하는 학회다.
신생아 심폐소생술과 RSV 바이러스에 대한 공부를 마치고 기독병원 소아과 의사인 김경심부장님이 은퇴를 하신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분이 젊은 시절 함께 학회에 다니며 오래도록 눈에 익은 분이신데 은퇴를 하신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마지막 1세대 선배가 후배들에게 지휘봉을 넘기면서 당부의 말씀을 하시는데 뭉클했다.
그동안 공부만 하고 살았는데 인문학적인 생각도 하면서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자신을 돌보며 오래 진료하기를 바란다는 선배의 말씀.
바통을 넘겨받는 후배 의사들은 멋진 선배님들을 보내면서 어떤 생각이 들까 싶었다.
우리 윗세대나 부모님들이 안 계시면 하늘 아래 그대로 노출되는 다음 세대는 우리다.
우리의 바람막이가 되어줄 선배나 어른들이 안 계신다는 사실이 더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고 오늘 김경심 부장님처럼 아름답고 멋진 모습으로 퇴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평생 공부만 하고 진료만 하다가 자신을 돌아보지 못해 중간중간 회의감이 올 때도 많았다며 후배들을 아껴서 하시는 한 말씀.
일할 때도 은퇴를 준비할 때도 자신과 소통하며 자신을 잘 돌보며 살아가길 바라는 지혜의 말씀을 전달해 주신 김경심 부장님의 앞날을 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