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은 숨기기도 하고 노출시키기도 하면서 적당히 정리하며 살아간다.
솔직하게 감정을 전부 드러내는 경우도 있지만 완전히 감추고 타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때로는 겁에 질린 얼굴로 살아가기도 하고 마음에 파란 불꽃 하나 가지고 살아가기도 하지만
누구랄 것도 없이 우리는 본래 어떤 모습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며 평범함으로 포장되어 존재한다.
혼탁한 강물이든 깨끗한 강물이든 구별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너른 바다를 가진 이들도 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다들 이렇게 평범하게 일상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2024년 12월 3일 계엄령이 발표되었을 때 나는 서울과 멀고 정치와 관련 없다는 이유로 참으로 다디단 잠을 잤다.
그 이후 발표되는 시민들의 그날의 역사를 증언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깨어있었던 그 사람들 덕분에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고마운 생각을 하게 된다.
당시 두려웠지만 죽음을 각오했다는 겁에 질린 시민들의 증언을 들었을 때 마음이 울컥했다.
노동자 출신으로 충청도에서 상경하여 국회를 지키고 군인들을 막아선 아저씨.
과거 국회의원이셨던 분의 계엄 철폐를 외치는 모습.
완전군장을 한 특수부대 군인들과 마주쳤을 때 장전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과 개머리판으로 피를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앞섰다는 어느 가장의 이야기.
계엄이 터지기 일주일 전 독서모임을 통해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소설을 읽고 다시 518과 같은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할 건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대로 국회로 갔다는 증언.
그 훌륭한 사람들의 그 당시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야기는 단순한 소회가 아니었다.
듣는 나도 살이 떨리고 한잠 지난 지금도 그 두려움이 절절히 전해졌다.
대부분 증언자들 이야기의 중심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두려웠지만 군인들 앞에 섰다는 것이다.
이런 훌륭한 시민들 덕분에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었구나 싶어 새삼스레 눈물이 났다.
이분들 가슴에 날선 조선낫 하나 들어있었고 파란 불꽃이 살아 있었다.
이분들의 가슴에서 텅텅 빈 바다가 아닌 넓디 너른 바다가 보였고 과거 독립운동했던 영웅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부끄럽지 않을 삶을 선택한 이분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