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에서 벗어나 홀로서기
어릴 때는 부모님의 온전한 사랑 안에서 자라지만, 결혼해서는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 부부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부부는 반쪽끼리 만나 하나 되는 것이 아니다. 온전한 각자가 만나야 건강한 가정이 이루어진다. 결혼 후 정서적인 의존상태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자각해 나갔다. 아무리 가까운 부부라 할지라도 상대방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살아가면서 남편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나의 잘못을 깨닫고 제어할 수 있는 나 자신을 바꾸어 나가기 시작했다
삶이 회의적인 상황에서 시작한 버킷리스트는 삶이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완성되어 나가는 과정이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지워가며 버킷리스트를 마무리해 갔다. 차는 없지만 운전면허증 따기, 리본공예로 아이 머리핀 만들어 주기, 생활 춤과 피아노 배우기는 배워본 것으로 만족하였다. 수영은 아이들과 수영장 가면 재밌게 놀아주기 위해 평형까지 배웠다. 풍선아트 자격증 취득으로 교회나 직장에서 행사장 꾸미기에 정말 효과적이었다. 예쁜 손글씨는 배워도 잘 늘지 않는 것 중의 하나. 자기 계발을 목적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이처럼 삶을 붙잡기 위해 몸부림을 치지만 충족되지 않고 안정되지 않는 내면의 방황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때 내게 손을 내밀어 준 것이 요가였다. 심리적인 불안을 메꾸기 위해 무조건 취하기만 했던 결과물들이 따로 놀았다. 이것을 조화롭게 버무릴 수 있는 도구가 요가와 명상이었다. 요가 생활하면서 이루어낸 작은 성공들이 아직 살아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고 회색빛 인생이 점차 뚜렷한 색깔로 바뀌고 있었다.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한 버킷리스트의 결과물들이 자존감을 높여주었고 자신감도 충만하게 만들었다. 어느 순간 삶을 놓더라도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 원 없이 해보고 가자고 생각했던 행동이 더 열정을 가지게 했다. 성공 경험을 거듭할수록 성취감을 느끼며 나는 이미 나약한 자가 아님을 경험하였다.
나는 나다. 상대방이 어떻든 나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 내가 어떻게 보일까 염려했던 것들이 부질없는 생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상대방과 나를 동일시했다면 이제는 너와 나를 구분할 수 있는 변별력이 생겼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내 인생의 값어치가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내가 어떤 삶을 살지라도 그건 상대방 탓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요가수련을 통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나갔다. 요가 동작을 하며 호흡과 함께 하는 명상은 머리를 온전히 비우는 시간이다. 한 시간을 온전히 몰입하며 호흡이 고삐가 되어 마차인 몸을 부린다. 감정이 말처럼 날뛰지 않도록 감각을 제어해 준다. 요가를 시작한 시기는 나의 삶을 재조명하는 시기였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심도 있게 맞이한 인생의 전환기였다.
업무에 필요한 국제 자격증을 취득하여 직장에서는 교육과 강의를 하며 나의 쓸모를 확인하고 있었다. 가정형편과 남편을 생각하면 수시로 우울했지만 나의 필요성을 느낀 직장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마음의 집은 어두웠지만, 직장은 즐거웠고 나의 존재가치를 느끼게 했다. 그렇지만 한가하면 마음은 다시 우울의 구덩이를 파고들어 마음이 흔들릴 때면 뭔가 몰입할 곳이 필요했다. 성취감을 즐겼고 결과물 내기를 좋아했던 나는 전공심화과정이라는 대학교 4학년 과정에 등록하고 졸업하였다. 여전히 성취 물들을 통해 하나씩 슬픔의 그릇을 비우고 기쁨의 열매를 담는 그릇으로 바꿔나가며 좌충우돌 애를 썼다.
인생은 사다리 타기와 비슷하다. 삶의 길을 가다 보면 언제나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출발점은 같을지라도 어느 시점에서 보면 서로 다른 위치에 서 있다. 자신이 끌리는 삶을 선택한 그 결괏값이 지금의 자리이다. 엄마의 자리, 아내의 자리도 자기 스스로가 결정했으므로 자기가 책임질 몫이다. 새로운 환경 속에 내 던져졌을 때 그곳에 머물지 떠날지 자신이 선택하고 책임진다. 자기 자신의 의지에 삶을 지탱해 주는 시스템이 합쳐진다면 힘을 더 받을 수 있다. 의식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큰 변곡점에서 개인의 의지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내게 요가는 나약한 의지를 붙잡아 주는 시스템으로 제격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