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로토 Jun 21. 2024

호흡은 생명이야 숨을 쉬어

요가를 하러 간 첫날 무작정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 했다. 요가원에 온 지 한 달 된 사람, 일 년 된 사람, 엄청나게 오래 수련했다는 사람 등 젊은 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다양했다. 원장님의 구령에 맞춰 동작하는 회원들을 보니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 마음을 읽었는지 “첫날이니 너무 욕심내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세요” 하신다. 한 시간 동안 주위를 살펴 가며 잘하고 싶은 마음에 동작을 욕심껏 따라 하고 흉내를 냈다. 운동이 끝나갈 즈음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요가라는 운동이 나한테 안 맞는 건가 싶어 원장님께 말씀드렸더니 요가는 동작만 따라 한다고 되는 운동이 아니라 하신다. 동작 사이사이를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으로 연결해주어야 하는 데 힘으로 끌어가려고 기를 쓰면 머리가 아플 수 있다고 하셨다. 아마도 원장님은 구령을 붙이고 동작을 할 때 숨을 쉬라고 했겠지만 처음 요가를 한 사람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요가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준 맨 처음의 요가원은 걸어서 10분 거리의 허름한 상가 2층에 있었다. 요가원이라고 적혀 있어서 망정이지 밖에서 봤을 때나 좁은 계단을 오를 때에도 너무 낙후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요가원 내부는 사면 중에서 한 면의 아래만 유리로 되어있어 자신의 동작을 어느 정도 보면서 할 수 있었다. 원장님은 중년여성으로 날씬하고 키도 크고 팔다리도 길어서 요가 동작을 하면 김연아 동작처럼 우아했다. 운동 전 차담을 나눌 공간도 마땅찮았고 원장님이 조용하신 분이어서 요가를 하는 것 이외의 교류는 많지 않았지만 몇 마디를 나누더라도 차분하게 경청을 할 줄 아는 분이셨다.     

그것이 편했다. 삶에 지치고 몸도 마음도 많이 놓아버린 상태에서 찾아간 곳이라 너무 친절하고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면 더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집에 있으면 우울함이 몰려오는데 집을 벗어나 새로운 기운이 흐르는 곳에 나를 부리고 마음을 비우는 것이 새로운 에너지를 담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 요가는 나에게 스트레칭이었고 운동 중의 하나였지만 그 시간에는 상념을 없애고 동작에만 집중하니 심신이 조금씩 안정되어 갔다.       

호흡을 강조하는 원장님의 말씀을 잘 들어보고 숨을 동작에 맞춰보려고 애를 써 봤지만, 습관을 바꾸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남들은 자연스럽게 숨을 쉬는데 나는 숨이 가빠왔다. 들이쉬고 내쉬고를 한번 말할 때 나는 두 번 세 번을 빠르게 쉬며 동작의 깊이에 따라 조율하기도 쉽지 않음을 실감했다. 자연스럽게 잘하는 옆 사람들을 힐끔힐끔 보니 “다른 사람 따라 하려 하지 말고 자기 자신만 보세요” 하신다. 힘든 동작을 할 때는 숨이 안 쉬어졌다. 아니 참아버렸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숨 쉬세요. 힘만 주지 말고 호흡하면서 수축과 이완을 하세요". 요가 내내 자주 반복되는 말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요가 철학도 함축하고 있었지만 쉽지 않은 주문이었다. 그동안 내가 참기만 하면서 살아왔다는 것도 인지시켜 주었다. 요가를 잘한다는 말을 들으려면 동작을 하면서 호흡을 자연스럽게 하고 강약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잘 산다는 것도 열심히 살면서 여유를 가지고 몸과 마음이 지치지 않도록 강약을 조절해 나가는 것이 지혜임을 익혀간다.      

여전히 요가 동작보다 숨이 짧았다. 호흡수가 평균 이상을 상회하고 있었다. 복부가 아닌 가슴으로만 숨을 쉬고 있었다. 그것도 깊숙이 쉬지 않고 앞가슴으로만 깔짝깔짝 쉬는 숨이었다. 숨 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그동안에는 숨에 관심이 없었고 제대로 쉬는 법을 몰랐다. 이제는 동작보다 호흡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긴 호흡을 하려고 노력했다. 생각의 무게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도 달라지고 있었다. 요가수련자는 호흡수로 평가받는다는 말도 있다.      

요가를 처음 시작할 때 내가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어서 기억에 남는 동작은 파스치모타나 아사나로, 앉아서 하는 전굴 자세다. 이 동작은 우선 두 다리를 뻗고 앉는다. 발끝을 내 몸 쪽으로 당기고 앉아 허리를 세운다. 두 손으로 두 발을 잡고 숨을 내쉬며 깊숙이 골반 관절을 움직여 몸을 다리에 붙인다. 호흡과 함께 동작을 유지하면서 집중할 때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동작 하나로 “요가 잘하네요”라는 말을 들으니 자신감이 생겼다. 나의 기를 살려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말은 별것 아닌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운동하고 나면 개운했고 요가를 하면서 날뛰는 감정을 제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역동적인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요가할 때 잠이 온다고 하는데 나는 내면을 살피며 할 수 있는 정적인 운동이 좋았다. 처음 하는 요가가 겨우 짜 맞춘 요가일지라도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동안은 삶의 철학도 없이 타인의 겉모양만 따라 하고 흉내 내는 삶을 오래 살아왔다. 요가를 접하면서 스스로 경직된 삶에 더하여 욕심만 부리며 살아왔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요가를 통하여 숨 쉬는 연습을 하고 마음의 틈새를 확인하면서 몸도 마음도 되돌리는데 늦지 않았을 거라는 일말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알아차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