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밍봄 Oct 26. 2024

Minor sensibility.

나의 마이너 취향, 취향에서 파생된 생각의 물결


“ 야야, 요즘 흑백요리사 유행하던데 봤어?”

“ 흑백요리사 봤음? 대박이야. 개존잼”

“ 민지 님, 흑백요리사 봤어요? ”

“ 흑백요리사 봤어? ”


요즘 이 사회를 달구고 있는 아주 핫한 콘텐츠가 뭐예요?라고 질문을 한다면 백명중에 99명은 모두 ‘흑백요리사’라고 답할 것이다. 본인의 호불호여부와는 관계없이 말이다.
여기저기서 ‘흑백요리사’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여길 가도 ‘흑백 요리사’, 저길 가도 ‘흑백 요리사’.
친한 친구들에게도 들려오고, 적당히 친한 사이에서도 ‘흑백 요리사’라는 콘텐츠의 제목이 들려옴을 넘어서 나에게 봤냐는 물음이 쇄도한다. 이를 봤냐는 질문을 그동안 아주 질리게도 받아왔다. 내가 이 정도니 다른 사람들도 꽤나 많은 질문을 받아왔을 것이다.
그러므로 단연코 최근 화제도 1위, 인기도 1위 콘텐츠는 ‘흑백 요리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나 또한 그렇게도 인기 있는 이것을 봤냐고 물어본다면, 나의 대답은 ‘아니요’이다.

잠시 핸드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은뒤 정적의 시간을 가져본다. 그러다 보니 최근 받았던 이에 대한 질문과 나의 답변이 자연스레 떠오르면서 다양한 생각들과 상념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생각해보면, 나는 한때 세간을 달구었던 유행하는 것들을 거의 하지 않았다. 떠오르는 콘텐츠도, 유행하는 음악도, 유행이라고 하는 음식들도 모두 나와는 동떨어진 세계였다.

개인이 가진 삶의 색깔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유행을 따르는 일은 내키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은 나만의 색을 죽이는 일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각자가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음악의 스타일, 맘에 드는 콘텐츠가 있을 텐데, ‘이거 요즘 유행이래!’라는 말속에 ‘유행’이라는 두 단어로 인해 무조건 해야 하고, 꼭 한 번씩 봐야 하고 먹어야 하고 들어야 하는 구속에 나는 갇히고 싶지 않았다. 나의 취향, 나의 삶의 색깔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유행이라는 파도에 몸을 맡긴 채로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며 휩쓸려가기가 싫었다.

그 결과로, 나는 유행하던 포켓몬 빵도 먹지 않았고, 마라탕도, 탕후루도 먹지 않았다.
더하여, 유행을 한참 전부터 타기 시작해 아직도 유행인 두바이 초콜릿도, 요아정도 아직 먹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개성이 강한 거고,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유행에 뒤처지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색깔 없는 삶보단 나만의 색깔이 있는 삶을 나는 지향하기에 ‘유행’이라는 것을 따르지 않는, 그저 나의 선호에 의해 움직이고 자발적인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나의 삶을 살고 있다.
이런 나 같은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홍대병’.
성인이 돼도 남과 다른 특별한 나를 만들기 위해 대중적인 것을 멀리하고 마이너한 것을 좋아하는 감성을 말한다고 한다. 때론 부정적인 의미로 지칭하는 단어여서 별로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그런 사람이 바로 나인건 부정할 수 없다.


몇 달 전, 나의 음악취향을 두고 ‘정말 마이너 한 취향이시네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참 영케이에 빠져 있을 때여서, 나에게 최애곡을 묻는 상대에게 “저는 영케이의 let it be summer를 좋아해요”라고 말했는데, 이름부터가 마이너라고 상대는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머리를 띵하게 맞은 것 같았다. 유행을 따르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음악만은 예외라고 생각했었다. 이 제목이 마이너틱한지도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몇 년 전까지 멜론 탑 100 위주로 들으며 흥얼거리던 나였기에, 나의 음악취향이 마이너 감성이었는지는 생각도 못해봤던 지점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본 뒤에 나는 머리를 한대 더 얻어맞은 듯했다. 정말로 플레이리스트를 살펴보니, 내 취향의 플레이리스트는 거의 마이너한 곡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구성은 딱히 달라지지 않았다. 신곡들의 맘에 드는 수록곡들이 몇 개 더 추가되었을 뿐. 그 조차도 정말 마이너하다.
그때 확인해 본 내 플레이리스트는 데이식스가 지금은 역주행해서 인기가 많은 밴드그룹이 되었지만, 그중에서도 대중픽이 아닌 수록곡, 그중에서도 팬들만 아는 띵곡들이 대다수였고, 최유리, 터치드와 원위, 육성재와 웬디의 수록곡, 영케이 솔로곡 등이 들어가 있었으며 정말 마이너틱했다.
그때 나는 비로소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마이너의 음악취향을 가진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언제부터 멜론차트를 듣지 않게 된 걸까, 언제부터 내 취향은 이렇게 마이너가 된 걸까..
정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만 허공 위를 동동거리며 떠다닌다.


그래도 온전히 비주류의 마이너 취향만 가진 것은 아니다. 유행을 ‘거의’ 따르지 않았을 뿐, 유행하는 것을 ‘아예’ 안 보진 않았다. 음식은 ‘아예’ 안 먹어봤지만, 음악 또한 유행을 따르진 않지만, 콘텐츠는 ‘조금은’ 봤다.
그럼에도 왜 서두에 - 유행하는 것들은 나와는 동떨어진 세계 -라고 적었냐 하면, 그 유행하던 콘텐츠들을 유행이 끝난 뒤에 열기가 식은 다음에, 그에 대한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극소수로 줄어들 때쯤 봤기 때문이다. 한때 선재 신드롬을 일으켰던 ‘선재 업고 튀어’와 화제성 폭발이었던 ‘굿파트너’가 그 예에 해당한다.
한참 유행할 땐, 대체 저런 유치한 걸 왜 보는 건가 싶고 너무 다들 재밌다고 하니까 괜히 반감이 생겨 보지 않다가, 열기가 식은 뒤에 뒤늦게 흠뻑 빠져 과몰입했던 것이 떠오른다. ‘역시 남들이 재밌다고 보는 건 이유가 있군’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도 끄덕끄덕거리면서.
아마 ‘흑백 요리사’도 열기가 한풀 꺾인 다음에 보기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 유일하게, 인기 있는 예능을 보는 것이 하나가 있는데 바로 ‘스테이지파이터’라고 남자무용수들이 경쟁하는 콘텐츠이다. 이조차도 너무 인기가 많은 것을 소비하는 것 같아 풀버전을 보진 않고, 유튜브에 올라온 클립들로 보고 있다. 티빙도 구독하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대체 나도 이게 무슨 심리에서 기인한 건지 모르겠다. 가끔 나도 내가 이해가 안 된다.

“나를 키운 것은 마이너이고 결핍이고 부족함입니다. 10년 뒤 자신을 그리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앞으로 나아갈 때 그것은 오히려 당신에게 특별한 인생을 선물할 것입니다. ”

시 분야에서 유명한 시인이시자, 여러 연예인들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풀꽃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나태주 시인이 유퀴즈에 나와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마이너 인생이라고 말하며 했던 말이다.
그래서 생각이 많았고 망설임이 많았고 성취와 만족감이 부족했지만, 결국 그 ‘마이너적 삶’이 자신을 특별한 인생으로 이끌었다고 말한다.

타인의 취향을 내 취향으로 착각하고, 그것을 내 취향인척 둔갑하며 사는 것, 또는 그저 유행이라는 파도에 휩쓸리면서 사는 삶이 아닌,
마이너이든 메이저이든 굴하지 않고 나의 취향을 알고 내 취향을 지키며 주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 그것이야말로 나 자신을 잃지 않고 ‘나’라는 특별한 선물을 매일매일 개봉하는 인생이지 않을까 싶다.
메이저, 마이너에 굴하지 않고 나 자신의 취향을 탐구하고 탐미하며 가꾸어나가야겠다.

마이너 없이는 메이저도 없으니깐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