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청첩장을 만들고 분석하기까지
어쩌다 보니 결혼한 지 2주차. 결혼 준비 중 그래도 가장 우리 마음 대로 할 수 있었던 모바일 청첩장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한다. 원래는 청첩장도 직접 디자인하고 인장도 직접 찍으려고 했는데 가격이 두 배 뛰는 것을 보고 바로 접었다. 종이 청첩장은 심플한 것으로 하고 모바일 청첩장은 무료니까 우리 맘대로 남편과 만들어보자고 의기 투합했다. 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프로덕트 매니저이자 취미로 개발을 하고 있었던 남편이 제작하였다. 나는 옆에서 간식, 참견 및 잔소리를 담당하였다. 로그 심는 일은 참견을 많이 하였다.
남편 (당시 남자친구) : 이거 보세요. 이런 디자인 어때요?
나 : 좋아요. 근데 우리 모바일 청첩장에 GA 붙이실 거죠?
남편 (당시 남자친구) :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식) 나는 내가 만든 서비스는 죄다 GA를 붙인다고요.
하지만 이때 GA를 붙인다는 의미는 서로 달랐기 때문에 한차례 싸움을 하게 된다. 결혼 준비하면서 크게 싸운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ㅋㅋ 내가 생각한 의미는 이벤트 트래킹까지 모두 하는 것이었고 남편은 일하면서 따로 만드는 것도 벅차서 기본 트래킹 코드만 삽입하는 걸 생각했었다고. 여차저차 해서 이벤트를 심긴 해서 그래도 싸운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벤트 설계는 내가 대략적으로 하고 세부적인 코드 삽입은 남편이 해주었다. 바쁜 와중에도 코드 삽입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런 게 싫으면 자바스크립트를 배우면 된다. html이면 내가 했을 텐데 자바스크립트는 아예 몰랐던 나
우리 모바일 청첩장의 목적은 이런 것들이 궁금해서였다.
(사실 나만 이렇게 생각하고 남편은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1. 청첩장을 얼마나 보았는가?
2. 언제 가장 많이 봤는가?
3. 콘텐츠를 끝까지 보는가?
4. 어느 콘텐츠에 가장 관심이 높았는가?
5. 무엇으로 청첩장을 봤는가?
1, 2, 5번은 기본 트래킹으로 가능한 것이라서 이벤트는 페이지 스크롤(3번), 사진 클릭(4번에 해당)만 추가하였다.
구글애널리틱스에서 위의 사항을 확인할 수도 있지만 문서 편집에 용이한 것은 스프레드 시트라서 구글스프레드시트의 Add-on을 이용하였다.
모바일 청첩장은 1월 25일에 공개되었다. 1월 25일부터 3월 12일까지 총 방문자는 2,468명이며 Pageview는 3,555명이었다. 이 수치가 많은 건지 적은 건지는 모르겠다. 비교할 대상이 있으면 좋을 텐데 '내 모바일 청첩장은 방문자가 몇 명이었어' 하고 말하는 경우를 못 봐서. 일별로 확인한 결과 청첩장이 공개된 25일에 1600여명이 몰렸으며, 그 이후로는 수치가 미미했다. 결혼식 당일에는 전날에 비해 2배 상승했으나 66명으로 적은 수였다.
이 중 모바일로 접속한 사람이 79%, 데스크탑으로 접속한 사람이 20%로 아주 적지만 태블릿으로 접속한 사람도 존재했다. 모바일 청첩장 치고는 데스크탑 접속자가 많은데, Source를 확인해보니 남편이 facebook 공유한 경로로 타고 들어온 사람들이었다. 직장이나 집에서 데스크탑을 사용하고 있을 때 facebook으로 접속한 것이다.
다음은 가장 궁금했던 '과연 어디까지 스크롤을 내려 보는가'이다. 스크롤을 절반까지 내린 방문자가 73%였고, 45%의 방문자가 스크롤을 완전히 끝까지 내려보았다. 이 모바일 청첩장을 본 사람이라면 나나 남편의 지인일 텐데 1/4도 보기 전에 17%가 이탈하다니 설마 잘못 클릭했던 것인가요.ㅠㅠ 끝까지 스크롤을 내려준 45%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 모바일 청첩장에는 연애에서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스토리, 웨딩 사진 갤러리, 덕담을 적을 수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 총 세 가지의 콘텐츠가 있다. 그 중 어떤 것에 가장 관심이 높았는지 확인해보았다. 나는 스토리가 재밌고 사진을 클릭하면 우리집 귀여운 고양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스토리를 클릭한 유저가 많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갤러리가 근소하게 앞섰다. 덕담을 쓸 수 있는 페이스북 이벤트 페이지로의 전환율은 4%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이유를 여러 가지 생각해본 결과 페이스북에 쓴다는 것이 싫었을 수도 있고(본인 계정을 사용해야 함) 남편이 페이스북 페이지도 여러 차례 공유한 터라 페이스북 페이지로 유입된 사람들이 굳이 그 링크를 다시 클릭할 이유를 못 느껴서 그랬을 것 같기도 하다. 이미 덕담을 쓸만한 사람들은 다 썼던 것이다.
갤러리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사진은 첫번째 사진이었다. 데이터를 보기 전에도 '아무래도 첫번째 사진에 얼굴이 엄청 작게 나왔으니 이게 뭘까 싶어 가장 많이 눌러볼 것 같다' 하고 생각했는데 예상대로였다. 두번째로 많이 본 사진은 의외로 내 사진이었다(..) 참고로 사진 제목은 전부 남편이 붙였음을 밝힙니다. 작가님이 보정도 열심히 잘 해주셨다 세번째로 많이 본 사진은 파티 안경을 쓰고 찍은 사진인데 유머러스한 사진이라서 많이 본 것 같다. 실제 사진과 같이 보면 더 재미있을 데이터이다.
스토리에서 가장 인기 높았던 사진은 역시나 클릭하면 고양이가 나온다고 밝힌 사진이었다. 두번째 데이트는 남편이 정형돈 가방과 후줄근한 옷을 입고 와서 나를 놀래켰을 때인데 왜 TOP 2인지 모르겠다. 1, 2위와 나머지 사진들의 클릭 유저수가 많이 차이 난다는 것도 재밌다. 스토리로 이미 다 해설되어 있으니 사실 굳이 클릭할 이유도 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엇으로(어떤 운영체제) 청첩장을 보았는가는 나와 남편이 둘 다 IT 업계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궁금했었다. 내가 다니는 직장이나 다녔던 직장에서는 너도 아이폰 나도 아이폰이 많았고 아이패드에 애플 워치까지 소장한 사람(a.k.a 남편)을 꽤 볼 수 있는 환경이라 이 모바일 청첩장은 iOS 방문자가 더 많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내가 찾은 국내 모바일 OS 점유율 최신 자료는 2015년에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발표한 것으로, Android가 77% iOS가 23%로 Android가 2배 이상 점유율이 높은 상태였다. 그러나 우리 모바일 청첩장에서는 Android가 50% iOS가 49%로 거의 막상막하! IT업계의 iOS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iOS가 더 많을 줄 알았는데 팀쿡은 더 분발해야 하는 거 아닌가!(막말)
이렇게 대략 내가 궁금했던 것들은 이정도로 확인해볼 수 있었다. Source나 Medium도 확인해봤는데 대부분 Facebook이고 리퍼럴이 유효하지 않은 것들이 많아 내용에서는 제외하였다. 모바일 청첩장은 주로 카카오톡에서 소비될 텐데 카카오톡은 리퍼러가 남지 않으니 누구의 카톡방에서 많이 유입이 되었는지 기술적인 문제로 알 수가 없었다. ㅠㅠ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이런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나는 내 사생활을 분석한 것이어서 단순한 내용이어도 재미있다. 그러나 '본인'이라는 필터가 없는 다른 사람들은 과연 이 글을 재밌다고 느낄지가 궁금하다.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이겠지만 ㅠㅠ 일단 나는 재밌었고 다음에도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은 이런 식으로 트래킹을 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는 GA 코드 삽입이 가능했으면 좋겠다. 업로드 오류도 잦고 트래킹 기능도 약하니 깃헙으로 바꿀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이다.
덧. 이 글을 쓰기 위해 작성한 구글 스프레드시트는 여기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그 포스팅을 위해 작성한 시트라 불친절할 수 있으므로 심심풀이로만 보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