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를 방치한 지도 꽤 되었는데 구독자가 2천명을 넘었다. 역시 첫구독자를 끌어들이기가 어렵지 그 이후의 성장은 질량이 어느 정도 붙으면 일정 속도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개발자 블로그 리스트에도 올랐다. 일단 나는 내 블로그가 개발자 블로그 리스트에 올랐다는 것이 신기했다.(나는 개발자가 아니다...) 두번째로는 나보다 훨씬 프로그래밍이 뛰어난 남편의 블로그가 리스트에 없어서 놀랐다. 남편의 블로그는 개발 관련 글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것 같지만.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기록되어 출판된 것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훨씬 힘이 세다는 것이다. 인간의 정보 습득 범위는 생각보다 좁아서 보이지 않는 곳에도 무언가가 있을 텐데도 자기가 보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느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는 힘이 아주 세고 강력한 도구다.
심지어 나는 엄청난 텍스트주의자라서 누군가가 쓴 글을 읽고 대략 이런 사람이겠다 궁예를 많이 하는 편이다. 예전에는 남편이 쓴 글을 보고 매우 좋은 인상을 받았고 우리는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 여하튼.
쓴 것을 후회하는 글도 있다. '국문학과인데도 데이터 분석' 운운한 글은 쓰지 말았어야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여전히 전공이 무엇이냐는 직무에 상관 없다고 믿지만 그 글이 내 예상보다 퍼져서 스트레스 받았고 그 글로 인해 질문을 받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내가 누군가에게 대답을 해줄 정도로 잘 아는 사람인가 물으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장래를 결정할만한 질문은 그 분야에서 그래도 TOP 10 안에 드는 사람에게 물어야 하지 않을까?(근데 질문 대다수가 구글링하면 나오는 거였어요..ㅠㅠ).
좀 더 근원적으로 스트레스 받았던 이유를 말하자면, 기록은 매우 힘이 세고 그 기록이 퍼짐으로 인해 내가 실제 실력보다 부풀려지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런 사람은 세상 어디에나 있을 것이고 나도 본 적 있다. 자연히 생길 수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내가 그런 사람이 되면, 혹은 그런 사람인 거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자 걷잡을 수 없이 불안해졌다. 내 마음은 좁은 새장에 갇힌 새처럼 파닥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글을 비공개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일단 쓰고, 좀 더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글을 계속 써나가겠다는 것이다. 내 자신에게 떳떳해질 정도로 실력을 쌓기도 하고. 좀 더 바라자면 글을 쓰는 것은 나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퍼블릭 스피킹을 하고 싶어하는 다른 여성분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방법은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이 글도 그런 시도 중 하나다.
덧. 제목은 김승옥의 소설 '염소는 힘이 세다'에서 따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