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응보 이야기(사례 36)

善의 씨앗을 퍼트려 萬物(만물)을 움트게 하라(65)

by 운상


원한으로 대가 끊긴 것을 다시 일으켜 세우다(36)


우룡 큰스님 법어집 중에서


미수선생의 증조할아버지인 허자(許磁)는 좌찬성 높은 벼슬을 지낸 분이었으나 당쟁에 연루되어 홍원 땅으로 귀양을 갔다가 죽었고, 할아버지 허강(許橿)은 뛰어난 글재주가 있으면서도 초야에 묻혀 기인들과 교류하며 살았습니다.


또한 미수선생의 아버지인 허교(許喬)에게도 많은 글을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가세가 기운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미수선생의 어머니는 조선 중기의 풍류시인 백호(白湖) 임제(林悌, 1549~1587)의 딸입니다.


그런데 백호 임 선생의 직계 자손들은 그 집안에서 부리던 사람의 깊은 원한 때문에 대(代)가 끊어졌고, 다만 딸인 미수선생의 어머니는 두 명의 아들을 낳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원한에 사무친 귀신들은 외손 계통으로 뻗어나가는 백호선생의 대도 끊기 위해 미수선생의 어머니가 낳은 두 아들도 하나같이 돌을 넘기기 전에 죽게 만들었습니다.


멀쩡한 자식을 둘이나 낳았으나 모두 죽어 허 씨 집안의 대를 잇지 못하게 되자 내외간의 상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들 부부는 좌절하지 않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우리 매일 기도를 하여 봅시다. 기도를 하여 자식을 다시 얻도록 하십시다.”


낮에는 시부모님 모시랴 집안살림 하랴 틈이 없었으므로, 밤이 되어 뒷산으로 5리 정도 걸어 올라갔습니다. 그들 내외는 수백 년 묵은 묘를 말끔히 손질하고, 그 앞에서 기도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매일 기도하기를 백일, 꿈에 갑옷을 입은 대장군이 나타나 말했습니다.


“내가 이 자리에 누운 지가 어언 5백 년, 아무도 나를 보살펴주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너희 내외간이 지성으로 기도하니 너희의 원을 들어주고자 하노라.”


이어서 미수선생의 어머니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너희 친정의 윗대에 원통하게 죽은 시종들의 원혼이 너의 친정집안 대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너를 기점으로 하여 외손들이 뻗어나가는 것까지 원혼들이 막고 있기 때문에 너희에게도 자식이 있을 수가 없다.


그러나 그렇게 기도하며 간절히 원을 하니 내가 그 원혼들을 달래어 자식을 하나 주리라. 하지만, 이 아이는 농사나 지를 그릇일 뿐이니, 글을 가르칠 생각은 하지 말아라.”


마침내 기도의 반응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들 부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마음을 모았습니다.


“우리 기도를 백일 동안 더 합니다. 우리 가문에 농사만 짓고 살아야 할 자식이라면 낳으나 마나 하니까, 조금 더 눈이 밝은 아들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부부는 장군의 묘 앞에서 다시 백일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러자 장군이 다시 꿈에 나타났습니다.


“정성이 갸륵하구나, 그렇다면 향교에 출입할 수 있는 자식을 주겠다.”


옛날에는 군 단위로 향교가 하나씩 있었습니다. 그 향교에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고을 안의선비’를 뜻하는 것입니다. 그들 부부는 더욱 크게 원을 일으켰습니다.


“지금부터 천일기도를 다시 시작합시다. 몰락한 집안을 빛내고 온 나라를 빛낼 수 있는 자식을 하나 달라고…….”


내외간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기도를 했습니다. 마침내 천일기도를 마친 날 밤, 대장군은 다시 나타나 말했습니다.


“너희들의 지성이 옥황상제님께 닿아 소원과 같은 자식을 주는 것을 허락하셨다. 그러나 너의 친정 윗대의 원결 맺힌 사람들 때문에 자식의 모습이 굉장히 이상할 것이다.


그것만은 하는 수가 없다. 나라안에 이름을 드날리고 끊어져가는 집안을 다시 일으키는 뛰어난 인물이기는 하되, 뒷대에 얽힌 원한 때문에 아이의 모습이 괴상한 것은 어쩔 도리가 없구나.”


이름없는 산소 에기도.png 기도에 감동한 대장군이 나타나 소원을 들어줌



이렇게 해서 미수 허목선생은 세상에 태어났고, 대장군의 말 그대로 모습이 매우 괴이했습니다. 얼굴과 몸에 온통 털이 가득했고 뼈와 가죽이 바짝 붙어 명태처럼 말라 있었습니다.


백일 동안 젖을 먹였건만 살이 찌지를 않았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태어난 손자를 보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미수선생의 부모는 할아버지가 몰골이 괴이한 손자를 보고 실망할 것이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잠깐 숨기고, 아래에 머슴의 아기를 잠시 데려다가 방에 눕혀 놓았습니다.


할아버지의 눈 점호만 때우려고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할아버지 또한 보통 분이 아니었습니다. 방문을 열어 누워 있는 아기를 보고는 혀를 끌끌 차며 말하였습니다.


“우리 집안이 망해도 이렇게까지 망할 줄은 어찌 생각이나 했으랴, 이게 내 손자라면 볼 것도 없다.”


할아버지는 방문을 닫으며 돌아서자 미수선생의 아버지는 다급해졌습니다.


“아버님, 잠깐만 좌정하옵소서.”


“좌정할 것 없다. 저 아기가 내 손자라면 우리 집안은 이제 문 닫을 수밖에 없다.”


“아버님, 저 아기는 진짜 제 자식이 아니옵니다.”


“그래? 왜 그랬느냐?”


“자식 하나를 얻기는 하였으나 몰골이 하도 괴이하여 아버님께 도저히 ‘당신의 손자입니다’라고 보여드릴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래채의 아기를 데려다 놓은 것입니다. 아기와 함께 쫓겨나도 좋으니 진짜 손자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할아버지는 털북숭이에 명태처럼 빼빼 마른 손주를 보고 오히려 크게 기뻐하셨습니다.


“됐다. 됐어, 이놈이 진짜 내 손자다. 내려앉은 집안을 다시 일으키고 집안의 이름을 나라에 드날릴 훌륭한 놈이다. 이렇게 좋은 손자를 얻었으니 내 한잔 안 할 수 없구나, 술상 차려 오너라.”


미수선생은 대장군의 예언이나 할아버지의 말씀 그대로 뒷날 영의정이 되어 쓰러진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웠을 뿐 아니라, 대유학자요 천하명필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이 미수선생의 탄생 이야기에서처럼, 지극히 기도하면 멸족의 원결도 풀어집니다. 원결이나 응어리만 풀어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과 영광도 함께 깃들게 됩니다.


하물며 대장군이 아닌 불보살님께 정성을 기울인다면 그 결과가 어떠하겠습니까? 부디 맺힌 것이 있고, 노력을 했는데도 잘 풀리지 않는 일이 있으면 참회하십시오. 참회는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아주 경건하게 ‘잘못했습니다’하는 것이 참회입니다.‘나’를 죽이고 정성을 기울이면서 ‘모두 참회한다’고 하면 됩니다.


염불⋅독경⋅참선⋅예불 무엇이라도 좋습니다. 어느 하나를 택하여 부지런히 하십시오, 그 시간에는 결코 죄를 짓지 않게 되고 공덕을 쌓게 됩니다.


그리고 참회를 통하여 잘못했음을 시인하고 좋은 인연을 축원하면 지나간 시간에 지은 죄는 녹아들고 응어리는 저절로 풀어집니다.


또한 항상 좋은 마음⋅올바른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福 짓는 일을 멈추지 말고 먼 미래를 향하여 황소걸음처럼 뚜벅뚜벅 걸어 나가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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