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의 이동 - 너는 직선보다 훨씬 큰 존재다.

Lectio 2. Monilitas Dimensionis

by 구름꽃

제가 삶을 논할 만큼 많은 경험을 가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낸 '평범한 어른 A'의 입장에서 감히 말해본다면, 삶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며 역동적입니다. 훌륭한 삶을 살아낸 현인들께서는 종종 "삶은 단순하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하시지만,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저의 입장에서 삶은 여전히 복잡한 미로 같기만 합니다.


이 복잡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직선'을 그려나가려 애씁니다. 때로는 그 시도가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안 하면 어쩌란 말이냐"라는 절박함이 우리를 다시 직선 앞에 세우곤 하죠. 특히 학벌, 직업, 결혼, 자산 등 하나의 직선 위에서 비교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여기서 수학자 허준이 교수님이 연구하는 '다양체(Manifold)'의 개념을 빌려와 보고 싶습니다.

다양체란 아주 가까이에서 보면 평면(직선)처럼 보이지만, 전체를 보면 복잡하고 아름다운 곡면이나 공간을 이루는 구조를 말합니다. 우리가 개미가 되어 거대한 구(Sphere) 위를 걷는다고 상상해 보세요.

발밑은 평평한 직선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우리는 거대한 곡면의 일부를 걷고 있는 것입니다.


저에게도 그런 '직선의 착각'에 갇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는 아나운서를 꿈꾸던 대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제가 나온 대학과 학과의 타이틀을 가진 아나운서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대학이 인생의 서열인 것처럼 느껴지던 시절이었기에, 저는 너무나 쉽게 그 꿈을 버렸습니다. "이 직선 위에서 나는 승산이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죠. 결국 저는 제 전공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직업을 자연스럽게 택했고, 지금까지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세상이 변했습니다. 종편 채널이 등장하고 미디어 지형이 바뀌면서, 정말 다양한 전공과 배경을 가진 아나운서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특히 제 전공을 살린 ‘스포츠 아나운서’가 이렇게 대중의 사랑을 받는 직업이 될 줄 그때의 저는 감히 상상도 못 했습니다. 삶은 제가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역동적인 세계였으며, 제가 절망하며 바라봤던 그 '학벌의 직선'은 사실 거대한 곡면의 아주 작은 일부였을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다 보면 내가 꽂힌 무언가 때문에 나 스스로를 제한하곤 합니다.

지금 내 눈앞의 직선이 조금 삐뚤빼뚤해서 인생을 망친 것 같나요? 하지만 삶의 전체로 보면 그것은 오히려 아름다운 곡면이 되어 전체의 흐름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을 것입니다.

1차원 직선에서 남보다 뒤처졌다고 해서 나라는 존재를 그 선안에 가두지 마세요. 내가 앞서나가는 또 다른 차원이 반드시 존재합니다. 허준이 교수님이 졸업생들에게 당부했듯, "자신에게 친절하십시오."

자신을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할 때, 비로소 남들과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한 ‘차원’이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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