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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루 clou Jul 21. 2021

15화. 전랑외교와 강성당원

그분들 3부작 완료. (13화에서 15화까지)

몇 해 전인가, 홍콩의 우산혁명 당시 국내 대학가에 홍콩을 지지한다는 대자보가 붙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자보가 훼손됐다는 뉴스를 접했다.  

몇 월 전인가, 호주에서 홍콩 보안법 반대를 외치는 홍콩시민들을 지지한다는 호주인 대학생이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당하고 나아가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았다는 다큐 한편을 보았다. 


나는 심각하게 다큐를 보면서 몇 해 전 국내 대학가의 대자보 소동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만약 호주가 아니라 우리나라였다면, 우리나라에서 한 대학생이 대자보를 훼손한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그런 험한 꼴을 당했다면, 우리는 한따까리 하지 않았을까. 우리네도 그런건 못참는 성격인데.


옆나라 중국은 문화대혁명(<14화. 홍위병과 청위병> 참조)이라는 대재앙을 극복하고,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냈다. 그 중심에 덩샤오핑이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있었다. 중국의 현대사를 공부할때 꽤 비중있게 다뤄지는 양반이 덩샤오핑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1인자로 머무르며 중국을 주무르는 기간동안 펼친 정책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그 중에서, 덩의 대외정책은 무엇이었을까. 

작은 거인 '등소평'

도광양회(韜光養晦)였다. 역시 <삼국지연의>의 유비와 조조 일화에서 유래된 말이다. 빛을 감추고 어둠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뜻으로, 70년대 피폐해진 중국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조용히 힘을 기르기를 택한 중국은 강대국들의 눈치를 살피고 내부적으로 국력을 키웠다. 그러한 노선은 다음 지도자들인 장쩌민이나 후진타오까지 오는 30년 동안에도 크게 변화가 없어 보였다. 물론 중국의 위상은 어느새 G2의 반열에 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가 왔다. 습근평씨. 푸근한 이웃집 아저씨같은 인상으로 장기집권을 노리는 시진핑 주석 되시겠다. 단도직입적으로 현재 중국의 대외 정책은 전랑외교이다.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외교를 구사한다. 때론 보복 조치도 서슴치 않는다. 양보, 겸손 따위는 개나 줘버려다. 많은 국가들이 점점 중국에 등을 돌리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자신들의 힘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있는 중국을 보고 있노라면, 오랫동안 도광양회 전략으로 가둬놓았던 울분을 폭발시키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중국영화 특수부대 전랑2

나라가 힘이 생겼다. 국민들이 자각을 한다. 더하여 지도자가 국민들의 민족성을 고취시킨다. 국민들은 자신감과 성취감으로 최고조에 달해 있다. 중국과 인민들은 지금 세상 무서울게 없다. 어디 감히. 대충 요런..


우리는 개개인이 아주 큰 일을 벌일 순 없었지만 소박하게 촛불을 들었고, 마침내 박 전 대통령과 그 잔당들(?)을 몰아냈다. 우리가 우리의 두 손으로 이루어낸 엄청난 역사였다. 그곳에 너와 나, 할아버지, 할머니, 아부지, 어무니까지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우리는 거리로 나와 환호했고, 기습 볼뽀뽀도 그저 행복했으며, 이제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완벽한 축제였다. 이제 전임 대통령과 함께 몰락해버린 토착왜구 당은 아름다운 이 땅에 다시는 발도 못붙일 것이며, 너희들이 용 써봐야 거기서 거기일꺼라는 한계선까지 친절하게 그어줬다. 자기부정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였다.


문제는 외부의 공격이 아니었다. 내부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도 우린 180석을 만들어 증명해냈다. 우리가 힘을 합치기만 하면, 아무리 그누가 아니라고 해도 우리가 한번 똘똘 뭉치기만 하면 어떤 침략에도 어떤 간섭에도 끄떡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리고 우린 그렇게 해야만 한다. 어떻게 일구어낸 소중한 역사인데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그게 우리의 당위다. 


그런데.. 그러나..

전 검찰총장도, 전 감사원장도, 전 경제부총리도 저 토착왜구당과 그 무리들의 갖은 모진 침략을 막아내고 끝까지 지켜낸, 우리 손으로 만들어낸 우리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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