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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루 clou Mar 26. 2021

클루알바 3회차.

shortcut은 없다.

눈치빠른 사람은 2회만에 알아챘을 것이다. 

아, 클루알바는 교통비가 별도로 드는구나. 

그러나 교통비가 왕복으로 든다면, 가성비가 훅 떨어지겠구나. 

단거리에 대한 최소 리워드가 4,000원인데, 왕복 교통비를 쓴다면 남는 수익이 대략 1,500원.

1,500원 벌자고 1시간 가까이 자기시간을 쓸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교통비는 편도로 줄여야 한다. 그럼 건수, 소위 먹잇감이 대폭 줄어든다.  


백번 양보하여 1시간에 5천원씩 번다고 해보자. 

하루 10시간이면 5만원이므로 어떤 알바보다도 낫다 생각하려나. 큰 오산이지.

스케줄이 하루종일 연속성을 가진 것도 아니고 목적지마다 픽업을 바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죽기살기로 하는것 아니면 하루 예닐곱번이 최대치 아닐까. 오전 2번, 오후 2번, 저녁 2번 정도. 

직장인이 그것도 주말에만 할 수 있다고 보면, 이 역시 용돈 기준 한달에 10만원 버는것도 만만치 않다.

알바 때문에 가족과 오붓하게 보낼 수 있는 주말 이틀을 통째로 날려버릴 순 없으니. 등짝 스매싱 기운이.. 

결국 나는 2회차가 끝난 토요일 오전 9시 이후로 <그알>을 보고 잠들때까지 단 한 건의 픽업도 할 수 없었다.


클루알바에 시간 대비 돈을 많이 버는 지름길은 없다. 

투박하게 시간을 쏟은 만큼, 발품을 파는 만큼, 버는거다. 

비록 집으로 걸어 돌아가는 그 길이 고달플지언정.     

 


2021년 3월 21일 일요일. 날씨 흐리고 바람불고 해는 구름 사이 삐죽삐죽 나는데 비오고. 지랄맞음. 


아침부터 나들이를 다녀왔다. 집에 돌아오니 오후 5시쯤. 피곤하긴 한데.

벌써 '습관'이란 말을 쓰자니, 습관이란 단어 자체가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습관처럼 어플을 눌러본다. 동네 근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까지 1건이 올라왔다. 

6천원짜리. 어째 점점 내려가고 있다. 

가족들은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개인정비를 하고 난후 낮잠을 청하는데 난 그럴 수 없다. 

30분 어정쩡하게 멍하니 있다가 어느새 픽업지까지 걷고 있는 중이다.  

2021년산 K5. 진짜 새차였다. 새차 냄새는 덤. 심신이 피곤했는데, 기분은 다시 좋아진 느낌이다. 

새차 주인이 된 기분. 승차감도 좋고.

그와는 별개로 목적지 이름이 왠지 구리구리하다. 

처음엔 모텔 이름인줄 알았는데, 가서보니 빌라였다.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차 한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꼬불꼬불한 뒷골목에다가, 빌라에는 이름조차 써있지 않았다. 

어쩔수 없이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고객님께 전화를 걸었다. 

짜증난 말투의 남자. 대충 얼버무리는 탓에 그 빌라에서 마침 나온 사람에게 2차 확인.

문제는 그 좁은 주차장이 만차였다는 것. 

매뉴얼대로라면 고객님께 다시 연락을 취해 상황이 이러이러하니 양해를 구하고, 

새로운 픽업지를 찾지 못하면, 주변 공용주차장으로 가야하는 신세.

그것만은 피하고 싶어, 주차장과 정문 사이의 협소한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미션을 완료했다.  

4,500원 남짓 남겠지만, 이런거라면 두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 

새차인데 좁은 골목길, 나른한 고객님과 통화, 주차장 만차까지 날 불편하게 압박하는 요소가 많았다. 

돈 벌기 쉽지 않다. 그래 shortcut은 없지.


4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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