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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루 clou Mar 25. 2021

클루알바 2회차.

오랜만에 동질감.

알바 인증과정이 마치 머그샷 같은 인상을 주어 오묘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별 수 있나. 

까라면 까야지.

다들 간절하니 그렇게라도 인증하고 핸들 잡는건데.


2021년 3월 20일 토요일. 날씨 여전히 구림. 비까지 옴.

1회차 알바 끝내고 집에 돌아왔는데, 가족들은 아직 꿈나라. -_-;

평소같으면 토요일 오전에 '남북의 창' 보다가, 영화채널 돌릴 시간인데

알바 스케줄이 그나마 멀지않은(?) 서울역에서 출발하여, 또다시 목적지가 동네 근처인 건수를 발견했다. 

타이밍으로 봐서는 2회차 다녀와서 가족들과 함께 아침밥을 먹으면 딱 좋을것 같았다. 

예약 성공하고, 미련없이 다시 서울역행 버스를 탔다.


서울역. 아!

클루 20살때, 진짜 그 옛날 드라마에서나 나오던 서울역 장면 연출했었지. 

지금 서울역은 그 옛날의 서울역이 아니니까.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는것 같은데. 그래봐야 20년 밖에 안됨. 

뭣모르는 시골촌놈이 대학가느라 상경하여 서울역 문을 열고 나갔는데, 

맞은편에 대우빌딩(現 서울스퀘어)이 떡하니 위용을 자랑하여 '서울은 이런 엄청난 곳이구나' 했었던 기억.ㅋ

옛 서울역을 보며 픽업지까지 걸어가는 동안 그런 감상을 할만도 한데, 감상은 개뿔.

(이게 영상이라면, 영화 <쇼생크탈출>의 '앤디'가 "피가로의 결혼"을 운동장에 크게 틀어주다가 교도소장과 교도관한테 제압당하고 나온 찌익- 효과음을 쓰고 싶다.) 

픽업지가 생각보다 숨어있어 길눈이 밝지않으면 단번에 찾기 어려울듯.

그러나 클루는 이제 서울역이 생활권이라 봐도 무방하기에 단박에 찾음.

역시나 아무도 없다. 눈치보이지 않아서 좋다. 광활한 주차장을 외로이 누비는것도 기분이 좋다. 

저깄다! 올뉴아반떼.

이름과 달리 로맨틱하지 않다. 황량한 느낌.

서울역은 일종의 근거지다. 

픽업도 많고, 반차도 많다. 

인증하고, 떨어지는 빗물에 와이퍼를 바쁘게 하는데 여기저기서 안보이던 바퀴벌레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누군가 서울역을 감싼 고층빌딩에서 나를 보고 있노라면 그런 장면으로 묘사했을수도 있다. 

안보이던 사람들이 어디 숨어있다가 제각기 살길 찾아 떠도는 모습이 먼발치 아래 시선을 두고 본다면, 

마치 불을 비추자 무규칙 주행으로 사라지는 흡사 바퀴벌레들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두터운 점퍼 차림의 내 또래 남성, 나름 차려입은 중후한 신사, 꼬질꼬질한 가방을 멘 희끗희끗한 아저씨. 

저마다 열심히 발걸음을 옮겨 각자 미션을 부여받은 차량에 승차한다.

그래, 우린 픽업맨들이다. 

아반떼를 몰고 주차장을 떠나는데, 뒤이어 큰 차들이 따라온다. 

은근 주눅심(?), 질투심(?)도 생긴다.  

그리고는 이내 자신의 미션에 충실히 임하며 서로 멀리 사라진다.


운행시간 약 8분. 집까지 걸어오는데는 10분. 

당연하게도 리워드는 주행거리에 비례할 것이다. 7,000원.

교통비 및 소득세 제외하면 수익 5,500원 남짓.

예약하고 귀가까지 약 50분.


문을 열고 들어오니, 이번엔 따뜻한 아침밥이 기다리고 있다.


3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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