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보다 인맥이 먼저라는 게 억울합니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라면, 전략적으로 접근하자

by 멈미

"저 사람은 대체 누구랑 친한 거야?"

이직 3개월 차, 회의실에서 나온 후 동료가 중얼거렸다.

방금 회의에서 유관부서 김 과장이 프로젝트 리더인 팀장님한테 "이번 프로젝트 일정 좀 당겨주실 수 있죠?" 하니까 그 팀장님이 웃으면서 "알았어, 한번 봐줄게"라고 했다는 거다.

같은 요청을 우리가 공식 메일로 보냈을 때는 "일정상 어렵습니다"라는 답변이 왔었는데....뭐지??!!


네트워킹이 중요한 이유

리멤버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프로젝트 하다가 마케팅팀 도움이 필요했는데, 아는 사람이 없어서 공식 메일로 요청했어요. 2주 걸렸습니다. 옆 팀 선배는 마케팅팀 아는 사람한테 슬랙으로 물어보니 하루 만에 해결되더라고요. 이게 네트워킹의 차이구나 싶었습니다."

회사가 개인을 선택할 때 살피는 두 가지가 있다. '신뢰성(Reliability)'과 '유능성(Competence)'이다.

물론 두 가지 요소는 모두 중요하지만, 회사와 개인 간에는 약간의 시각차가 있다. 회사는 신뢰성이 우선이다. 새로 온 사람이 적인지 아군인지를 판별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개인은 대체로 유능성을 강조한다. 그러다 보니 간혹 이직한 회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자신의 유능함을 과시하려는 경력직 분들이 있다. 이는 되려 회사 내 지지기반을 흔들어 자칫 조기 정착이 아닌 조기퇴직이라는 불행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회사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데이터가 필요하면 → 데이터팀에 요청해야 하고

디자인 리소스가 필요하면 → 디자인팀과 협의해야 하고

법무 검토가 필요하면 → 법무팀에 확인해야 하고

예산 승인이 필요하면 → 재경팀을 거쳐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아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속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2주가 걸릴 일이 하루 만에 해결되기도 한다.

MIT 벤저민 와버(Benjamin N. Waber)는 미국 대형 은행의 콜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매일 일정 시간 이상 직원 간 담소를 나누도록 하고, 3개월 후 그 효과를 측정했다.

그 결과 콜 처리 속도는 평균 8%가 증가했고 직원 만족도는 10% 이상 높아졌다. 근무 시간 내에 사소한 잡담이라도 직원들 간 정서적인 공감과 교류 활동이 이루어지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네트워킹의 세 가지 목적

단순히 웃고 떠들고 함께 어울리는 관계를 인맥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

사내에서의 인맥을 이렇게 정리해보자. '나의 경력개발에 도움을 주는 사람'.

1회에서 유관부서, 팀, 상사와 관계 맺는 '타이밍과 방법'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왜 네트워킹이 필요한지 세 가지 목적으로 나누고, 각 목적에 맞는 구체적인 전략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째, 업무수행을 위한 관계관리

업무수행에 도움이 되는 지식과 정보 그리고 자원을 얻기 위함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관계의 질'이다. 다수의 사람이 아닌 필요한 사람과 연결되어야 한다.

키맨을 찾아라

1회에서 유관부서 실무자와 언제,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 다뤘다. 이번에는 왜 그 사람들이 중요한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사내 인맥을 형성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키맨'을 찾는 것이다.

찾는 법은 어렵지 않다. 비즈니스 연결고리 상에서 나의 업무와 가장 유관한 부서에 있는 사람. 직급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협업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 키맨이다.

관계의 강도가 높을수록 더 양질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이 만나고 많이 대화하는 것이 최선

하지만 아쉽게도 지름길 혹은 왕도(王道)는 없다.

흥미로운 실험이 하나 있다. 대학생들에게 총 12장의 얼굴 사진들을 무작위로 여러 번 보여주고 호감도를 측정했다. 사진을 보여주는 횟수를 0회, 1회, 2회, 5회, 10회, 25회 등 6가지 조건으로 구분하고 호감도를 체크했는데, 사진을 보여주는 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호감도 역시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이 만나고 많이 대화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점심 혹은 동아리 활동

의도적인 만남을 계획

이메일 대신 전화 또는 대면

스킨십을 높일 수 있는 소통 방법 활용

작은 호의

업무 협조를 받은 경우, 간단한 감사 인사와 더불어 음료수 혹은 소소한 간식거리를 함께 건네는 것도 좋다

상대에게 약간의 심리적 부채 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

생일 챙기기 (일단 전화번호 저장하고 카톡 생일인 친구 리스트 잘 보자!)

기대하지 않았던 생일을 챙겨주는 것도 관계의 연결에 도움

간혹 그다지 친하지 않다고 느꼈던 사람들이 생일에 기프티콘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이 사람이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했나?"라는 놀라움과 더불어 상대에 대한 호감, 새로운 관계 형성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비용 개념

일정 기간은 내 시간과 월급의 10%는 관계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속 편할 수도...


가장 중요한 사람, 팀 리더

흔히 사내 인맥이라고 하면 타 부서 직원들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인맥의 출발점이 된다.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내 직장생활의 경력과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팀 리더'다.

조직 생활의 성패의 9할 이상은 팀 리더에게 달려있다.

업무 범위, 커리어패스, 평가와 보상, 조직적응, 조직생활의 만족감/행복감 등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좋은 사내 인맥이 있어도 팀 리더와의 관계가 좋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다. 또한 애초부터 팀 리더와의 관계가 좋지 못하면 사내 인맥 자체를 만들기도 어렵다. 앞서 언급한 키맨을 찾는 일도 팀 리더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


실전 도구: 색깔 코딩 전략

나의 지인이 이직한 회사에서 상사에게 가장 먼저 했던 질문은 상당히 직설적이었다.

"누구와 친해져야 하고, 누구와 거리를 두어야 합니까?"

고맙게도 그 상사는 조직도에 검은색, 빨간색, 초록색 세 가지 색을 활용하여 사내 네트워킹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주었다고 한다.

검은색: 업무 및 인간관계에 있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 가급적 거리를 두어야 할 그룹.

빨간색: 업무적으로는 도움이 되나, 협업 시 커뮤니케이션에 유의해야 할 그룹.

초록색: 업무적으로도 밀접한 관련이 있고, 나에게 호의적일 확률이 높으며, 조직에 정착하는 데 많은 지지와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되는 사람들.

덕분에 빠른 시간 안에 키맨들을 본인 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당신도 이직 후 조직도를 받으면, 상사에게 이렇게 물어보라. 그리고 스스로 색깔을 칠해보라.


팀 리더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

물리적, 정서적 접촉점 늘리기

만일 접촉점이 늘어났음에도 관계를 풀어나가기 어렵다면 최대한 상대의 장점에 집중해보자.

5개의 서로 맛이 다른 초콜릿이 놓여 있다고 가정해보자.

가장 맛없는 것부터 먹는다고 생각하면 결국 5개의 초콜릿은 순서만 다를 뿐 모두 맛없는 초콜릿이 되고 만다.

반면에 맛있는 순서대로 먹는다고 생각하면 5개의 초콜릿은 모두 맛있는 초콜릿이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장점부터 하나둘씩 찾아보면 장점이 많은 사람이 되고, 단점부터 짚어 내려가면 단점밖에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그 외에도:

상사를 불안하게 하지 않고 (일관성 유지)

나의 효용 가치를 지속 증명하며

불필요한 논쟁은 피하고

적절하게 칭찬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이것이 리더와의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된다.


도움을 요청하는 구체적 방법

많은 사람들이 "먼저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순서가 반대다.

먼저 도움을 받아라. 그리고 나중에 갚아라.

사람은 자신이 도와준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그 사람은 당신을 도와주면서 당신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이 한마디가 관계를 만든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연락을 유지하라. 3개월에 한 번씩 가벼운 메시지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관계는 유지된다.


둘째, 사내 평판을 위한 관계관리

아무리 좋은 씨앗도 토양(구성원의 지지와 관심)이 좋지 못하면 열매를 맺기 어렵다.

사내 평판은 개개인의 토양과도 같다.

사내 평판 관리를 한다는 것은 나의 인적 네트워킹 망을 보다 촘촘하게 만드는 것과도 같다. 1~3회에서 다룬 관계 맺기가 '1:1 연결'이었다면, 평판 관리는 '다수와의 인지도 구축'이다.

공식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라

모 기업 월례 조회에는 '3분 Speech' 코너가 있다. 대상도 주제도 자율이다. 주로 경력직원들이 많이 참여한다. 자신이 어떤 경험과 지식을 갖추었는지, 회사에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등을 발표한다.

경력직원 입장에서는 자신이 잘하는 것들을 Showing-off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직원들 입장에서는 새로 합류한 동료에 대해 이해할 기회가 되어 좋다.

만일 자기 PR을 할 공식적인 플랫폼 혹은 기회가 존재한다면 그 기회를 꼭 잡아야 한다.

단, 상대가 나의 능력을 과하게 확대 평가하는 일이 없도록 가급적 정량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나쁜 예: "기획업무에 강점이 있습니다."

좋은 예: "적정인력 산정 프로젝트에 두 번 정도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사내 공모를 진행하다 보면 누가 적합한지 고민스러울 때가 있다. 결국 기회는 평소 적절한 자기 PR을 해왔던 사람에게 돌아간다.


사내 강사 활동

사내 강사 활동 역시 평판 관리에 도움이 된다. 직무역량 혹은 '나'라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구성원들에게 홍보할 좋은 기회다. 아울러 주요 이해 관계자와도 끈끈한 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평판 관리의 핵심은 "저 사람 이런 것도 할 줄 아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1:1 관계에서는 한 명 한 명 설득해야 하지만, 평판 관리는 한 번에 여러 사람에게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셋째, 경력개발을 위한 관계관리

경력설계에 도움을 줄 멘토 1~2명을 만드는 것이 좋다.

이때 멘토는 반드시 직무에 대한 이해는 물론 심리적인 지지와 동기부여가 가능한 멘토여야 한다.

경력개발은 특정 점에 몰아서 하는 것이 아니다. 하루하루 꾸준히 관리하고 쌓아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옆에서 내가 처한 상황과 고민의 역사를 충분히 잘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조력자가 필요하다.

사내 멘토를 선택하라

사외 멘토의 한계:

아무래도 일반적인 수준의 조언과 도움을 줄 수밖에 없다

사내 멘토의 장점:

구체적이고 맥락적인 조언 가능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가까이에 있는 사람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의 경우, 철저하게 계획된 멘토링으로 멘토 Pool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개인 차원의 멘토링은 다르다. 선택의 폭이 넓다. 굳이 멘토가 되어 달라고 요청할 필요도 없다. 마음과 뜻이 맞는 사람을 선택하고 개인 고민 혹은 경력 관련한 조언을 구하면 될 일이다.


외부 네트워킹 4가지 방법

1. 동종업계 네트워킹 모임

보통은 업종별, 직무별로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모임이 있다. 만일 모임이 없다면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다.

동종업계 모임이 유익한 이유는 단순히 벤치마킹 정보를 얻는 데 있지 않다. 현재 내가 업계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 있는 사람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는 경력개발을 위한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


2. 대학원 진학

대학원 진학 역시도 좋은 인맥 관리 방법의 하나다. 인맥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동종업계 모임보다 더 나은 점도 있다. 여타의 인맥보다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학원 인맥을 통해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3. 비즈니스 플랫폼 활용

링크드인과 같은 비즈니스 관점의 경력관리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주기적으로 경력을 업데이트하고 관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용자로부터 경력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다. 직무 관련 인맥은 개인에 따라 인맥의 품질 차이가 발생하기 쉽다. 그러나 경력 관련 플랫폼을 잘 활용하면 누구나 동일한 품질의 정보 혹은 조언을 받을 수 있다.


4. 마당발을 활용하라

이도 저도 어렵다면, 양질의 네트워킹을 가진 사람(혹은 마당발)을 내 편으로 만들고, 그의 인맥을 공유받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인맥을 연결해준 이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관계 형성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내향인을 위한 팁

3회 "회식 끝나고 집 가면 사흘은 누워있어야 합니다"에서 내향인의 관계 맺기 전략을 상세히 다뤘다. (2~3명과 깊게, 1:1 중심, 준비된 질문, 에너지 관리 등)

이번 글에서 다룬 업무 네트워킹은 오히려 내향인에게 유리하다. 왜냐하면:

회식이나 술자리가 아니라 업무로 만나니까 덜 부담스럽다

형식적 대화가 아니라 진짜 필요한 내용을 나누니까 편하다

여러 명이 아니라 1:1로 만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블라인드에 이런 글이 있었다.

"저 완전 내향인인데요, 업무 네트워킹은 잘되더라고요. 필요한 일이 있으니까 말 걸기가 덜 부담스럽고, 업무로 만나니까 편해요. 오히려 술자리보다 훨씬 낫습니다."


마치며

업무 네트워킹은 술자리가 아니다. 골프 모임도 아니고, 인맥 과시도 아니다.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서로 도울 수 있는 관계다.

그 관계를 만드는 방법은 세 가지 목적에 따라 다르다:

1. 업무수행을 위한 관계관리

키맨 찾기 (협업 빈도가 높은 사람)

많이 만나고 많이 대화하기 (월급의 10%)

팀 리더 관계가 9할

도움 먼저 받고 나중에 갚기

색깔 코딩 전략 활용

2. 사내 평판을 위한 관계관리

공식 플랫폼 활용 (3분 Speech)

정량적 표현으로 자기 PR

사내 TFT, 사내 강사 활동

1:1이 아닌 다수와의 인지도 구축

3. 경력개발을 위한 관계관리

사내 멘토 1~2명

동종업계 네트워킹 모임

대학원, 링크드인

마당발 활용

많은 사람을 알 필요 없다. 꼭 필요한 5~10명과 좋은 관계를 맺어라.

그게 진짜 업무 네트워킹이다.


다음 글부터는 새로운 챕터, "업무 경계선 서바이벌"이 시작된다. 첫 번째 주제는 "내 업무가 아닌데 넘어온 일, 슬기롭게 거절하는 방법"이다. 이직 후 6개월쯤 지나면 만나게 되는 새로운 문제, 업무 경계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핵심 요약]

1. 네트워킹은 세 가지 목적이 있다: 업무수행, 사내 평판, 경력개발. 각 목적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

2. 조직 생활의 9할은 팀 리더에게 달려있다. 아무리 좋은 사내 인맥이 있어도 팀 리더와의 관계가 좋지 못하면 소용없다.

3. 많이 만나고 많이 대화하는 것이 최선이다. 월급의 10%는 관계 비용이라고 생각하라.

4. 사내 평판은 1:1 관계와 다르다. 공식 플랫폼을 활용해 다수에게 인지도를 구축하라.

5. 경력개발을 위해서는 사내 멘토와 외부 네트워킹을 균형 있게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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