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클라우드x도시작가 시즌 1 | SUNLAB 쉐어어스 커뮤니티공간
서울대입구 역을 내려 퇴근길 만원 버스에 끼여 10여분이 영원인 것처럼 느껴진 시간을 뒤로하고 버스에 내리자 어둑어둑해진 깜깜한 하늘 아래 급한 언덕길들이 보였다. 2015년 8월, 브롬튼을 타고 서울대입구역에서부터 라이딩을 해서 언덕 언덕 구비를 지나 달려왔었던 곳, 신림동의 언덕을 너무도 얕잡아봤었던 그때 이후로 거의 처음이었던 거 같다. 골목을 조금 거닐어 보니 그동안 변한 모습이 거의 없었다. 고시원들도 여전히 간판을 걸고 있었고, 조용하고 차분한 공기 또한 그대로였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며 만난 차분한 골목에서 마주한 익숙한 풍경, 신림동 고시촌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선랩을 알게 된 후 현승헌 대표를 처음 만난 자리는 2014년 여름 상도동에서 블랭크의 주관으로 진행한 마을학개론 첫 번째 시간으로 도시마을 건축사사무소와 함께 사례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게다가 동네 커뮤니티, 주거와 건축이라는 매우 관심 있는 주제의 프로젝트는 살아있는 공부였기 때문에 2014~2015년 무렵 한동안 열심히 강연을 찾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2014년 여름, 상도동 청춘플랫폼에서 마을학개론 첫 번째 시간으로 선랩과 도시마을 건축사사무소 사례를 들었다. 현승헌 대표가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4.07.04
만 3년이 지난 2018년 11월, 선랩은 쉐어어스 3호점까지 오픈하여 운영하고 있다. 신림동에서의 마지막 공간으로 옛 독서실 건물을 4호점으로 조성할 계획으로 서울시와 함께 준비하며 공사를 앞두고 있었다. 최근 쉐어어스 커뮤니티 공간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지역 주민들이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서림길 라운지, 호암로 스튜디오, 신림로 루프탑을 재정비하고 론칭을 앞두고 있었다. 전 호점 커뮤니티 공간 공간 투어와 루프탑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참가 신청했다.
오예! 루프탑 파티~
고시원으로 가득한 거리, 쉐어어스 에벤에셀 옥상에서 바라본 뷰, 2014.0814.
선랩 현승헌 대표는 건축사사무소를 한창 다니던 2006년부터 '해뜨는 집 관악동작지부’에 속하여 집수리 봉사활동을 진행해 오다가 독립해 2013년 선랩(SUNLAB) 모두행복한생활공간연구소를 함께 일하던 동료와 공동으로 설립했다. 창업 이후에도 집수리 봉사활동은 계속해서 이어 오며 취약계층을 위한 공간을 연구해 왔다. 경로당을 리모델링하는 작업으로 관악구청과 협력하고 어반하이브리드에서 운영했던 코워킹 스페이스 신림아지트를 설계 및 시공하는 등 주민 공동체를 위한 공간들을 만들어 왔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건축 현장에서 발생하는 폐자재를 선순환시켜 활용하고자 재분류, 보관하여 재활용하는 사업을 구상하다가, 2014년부터 신림동 고시원 연구를 진행하며 노후되고 운영하지 않는 고시원을 살기 좋은 환경으로 개선하는 셰어하우스 사업을 본격 매진하기 시작했다.
share us 첫 번째 오픈하우스 진행 슬라이드 중에서, 2015.08.14
노후되고 사용하지 않는 고시원을 활용하여 셰어하우스로 탈바꿈하는 선랩의 방법이 매우 동의되고 흥미로워 2015년 8월 쉐어어스 첫 번째 오픈하우스에 단번에 달려갔다. 당시, 입주 전 막바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는 모두 입주한 상태라 들어갈 수 없는 각각의 UNIT 주거 공간들도 모두 볼 수 있었다. 쉐어어스는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는 환경 가운데에서도 취향과 선호가 다른 개개인을 위해 다양한 UNIT으로 공간을 구성하였다. 1인을 위한, 3인이 함께 공유하는, 7인이 함께 공간을 공유하는 구조까지 만들었다. 당시 처음으로 구현하는 공간이다 보니 다소 도전적일 수 있는 시도들이라 생각했었다. 필자 역시 그때 당시에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었던 터라 당사자로서 더 감정이입이 되어 있었다. 입주민들과 깊이 대화하고 주거라는 것, 공유한다는 것에 대해서 더 심도 있게 고민해 볼 수밖에 없었다.
2015년 오픈하우스이자 입주설명회, 2015.08.14
INFO는 2018년 11월 현재 플라워 스튜디오 일상낭만으로 운영되고 있고, LOUNGE라 적힌 곳이 '서림길 라운지'로 재명명되었다. 선랩 사무실도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였다, 2015.08.14
1-1 UNIT : 각 1인실로 사용하되, 화장실을 공유하는 구조,
2 UNIT : 2인실로 사용하는 구조, 침실과 공부방(작업실)으로 구분
3 UNIT : 1인실로 개별 공간을 사용하며, 화장실과 작은 라운지를 공유하는 구조
7 UNIT : 7명 단위로 거실과 부엌을 함께 쓰는 구조로 설계했다.
(2015.08.14 입주설명회 자료 촬영)
신림동 지역 모형 / 검은색으로 칠한 부분이 Share Us(쉐어어스)이다. 오른쪽 아래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쉐어어스 에벤에셀(1호점), 쉐어어스 거성(2호점), 쉐어어스 4호점, 쉐어어스 청광(3호점)이다.
선랩은 신림동 고시촌에 자리를 잡으며 건축가로서 지역의 공동체의 흔적을 살펴보고자 했다. '에벤에셀 고시원’의 이름을 그대로 ‘쉐어어스 에벤에셀’로 남겨놓은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이다. 이어서 만들어진 2호점은 ‘쉐어어스 거성’에서, 3호점은 ‘쉐어어스 청광’ 또한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동네를 기억할 때 어떤 것을 떠올릴까? '저 건물에는 어떤 가게가 있었는데, 저 식당은 밥집에서 카페로 변했네?’ 정도로 기억하지 않을까? 사실 서울에 상경해서 살아가는 사람들 중 그 동네의 거리거리를 자세히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최소 2년에 한 번은 집을 옮겨야 하고, 직장에 가까이 집을 옮기는 등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동네를 가지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잠시 머무르다가 가는 신림동 고시촌이라는 특수한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고시생들에게 이 지역은 어떤 기억일까? 고시생활을 해 본 경험이 없기에 짧은 추측은 삼가는 게 좋을 거 같다.
쉐어어스는 짧게는 6개월에서 2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을 인생의 한 순간들을 지나는 고시생들에게(또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그들이 편하고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생활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 그래서 기존 고시원에서 방으로 활용하던 공간을 터서 지역 사람들과 함께 사용하고자 서림길 라운지 등 공유공간을 열었다. 하나의 공간만 있을 때에는 지역 사람들에게 생소하기도 하고, 서림길 라운지의 경우, 공간이 하나로 크게 오픈되어 있어 이용자들이 사용하기에 적합한 공간적 구조가 아니었다고 한다.
SHARE US(쉐어어스) 에벤에셀 입구(좌)와 서림길라운지입구(우)
최근 리뉴얼을 진행해 서림길 라운지를 재오픈했다. 가벽과 커튼을 설치해 공간을 나누어 (완벽하게 공간이 분리되진 않지만) 시야가 서로 차단되어 프라이빗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공간이 새롭게 되었다. 프라이빗 한 회의나 모임을 목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분들을 3층에 있는 회의실을 이용하면 된다. 라운지 안쪽에는 쉐어어스 운영팀의 사무실도 있으니 문의사항 등이 있으면 쉽게 해결도 가능하다. 평소에는 각각의 공간으로 4인 이하로 활용할 수 있도록 주로 공간이 세팅되어 있다면, 가변형 구조이니만큼 전체 공간을 하나로 만들어 파티나 세미나도 진행할 수 있다는 점 참고하기 바란다.
커튼과 천장에 매달린 가벽으로 따로따로 프라이빗하게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둘 또는 혼자서 작업하는 입식 테이블, 때로는 좌식 테이블에 앉아 벽에 편히 기대어 본다.
파티도 문제없을 조리도구가 가득한 키친도 덤으로 구비되어 있다.
일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각종 모임, 취미 클래스들도 적극 개설되고 있다. 물론, 제안도 가능, 대관도 가능
쉐어어스 공간 투어 전 설명회를 진해했던 공간, 서림길 모임실
6명~8명 모임 및 미팅이 가능하다.
골목길을 빠져나와 도림천이 흐르는 거리로 나서면 1층에 성황을 이루고 있는 횟집이 보인다. 이 건물 3층부터 루프탑까지가 쉐어어스 거성이다. 3층과 4층이 셰어하우스로 입주민들이 살고 있는 프라이빗 공간이고, 루프탑을 지역 사람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열었다. 이번에는 입주민들과 친구들, 쉐어어스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루프탑 파티에 필자도 참여했다. 시야를 다른 건물이 가리지 않아 도림천이 내려다보이고 신림동을 조망할 수 있는 뷰가 좋았다.
11월 첫 불금을 맞아 특별한 파티가 준비되고 있었다.
신림로 루프탑에서 열린 파티는 낭만과 재미가 가득했다. 쉐어어스 커뮤니티 공간들을 새롭게 재단장함을 알리는 자리이자 추운 계절이 오기 전 옥상의 시원함을 누려보는 시간!
막이 오르고, 스페셜 뮤지션이 축하공연을 시작했다. 신림동에서 살며 활동하고 있는 인디뮤지션!
화려하게 등장하여 깊어가는 가을밤의 수많은 별을 연상하게 한 음악이 흐르고..
선랩 디자이너들이 열혈 스태프이자 셰프로 수고해주셨다.
도림천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낮이면 신림동 동네를 조망할 수 있는 열린 전망
주거지와 상업지가 밀집한 골목의 번화가를 살짝 지나 위치한 쉐어어스 청광은 주거의 기능뿐만 아니라 청년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작당 장소이자 작업실로써 사무실, 메이커 스튜디오의 기능을 강화했다.
SHARE US(쉐어어스) 거성 + 호암로 스튜디오 입구(좌), 쉐어어스 거성의 층별 구성(우)
고층부는 주거로, 하층부는 호암로 스튜디오로 지역에서 활동하고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콤팩트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1층은 도로변에 접한 상업 시설이 그대로 입주해 있고, 지하 1층, 2,3,4층을 SHARE US(쉐어어스)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 중 지하 1층과 2층이 호암로 스튜디오, 3,4층은 주거공간이다. 주거공간은 각 2인실을 사용하며 화장실, 부엌 등의 시설을 공유하는 2 UNIT의 유형을 따르고 있다.
지하 1층은 공구들이 구비되어 있어 목공 등 메이커들을 위한 시설이 갖추어진 스튜디오이다. 공간을 2개로 분할했는데, 앉아서 작업할 수 있는 곳과 사이즈가 큰 작업들을 위해 큰 테이블이 마련된 곳이다.
각종 공구들이 구비되어 있는 작업실과 앉아서 작업하는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정기적으로 작업실의 공구 사용에 대한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목공 클래스 등 원데이 클래스, 워크샵도 진행할 예정이다.
2층은 쉐어어스의 7 UNIT 구조를 적용한 것으로 7개의 스튜디오로 활용한다.
호암로 스튜디오 공유 거실이자 키친
스튜디오 사용 예시 : 2018년 11월 현재 입주 모집 진행 중이다.
쉐어어스 거성과 도림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건물이 4호점으로 예정된 곳이다. 건물 전체가 독서실이었던 곳으로 고시원과 유사하면서도 또 다른 구조로 내부에 방문해보진 못했지만 셰어하우스로 변경하기 좋지 않을까 추측이 된다. 기획단계를 거쳐 시공을 앞두고 있는 이 곳은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질지 기대가 되었다. 서울시와 함께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조성되는 것으로 20년 장기간 임대라는 공공과 민간의 새로운 사례가 잘 만들어지길 바란다.
에벤에셀 고시원의 간판을 그대로 건물에 보존하고 있다. 하나의 기념비일까?
SHARE US(쉐어어스)는 고시원으로 사용되던 옛 이름을 각 호점의 명칭으로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예전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거, 이곳의 옛이야기들을, 지나간 사람들이 기억해주길 바라는 걸까? 동네의 장소성에 대해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인식하고 있을까? 길거리의 간판이나 건물 그 자체가 아닐까? 고시촌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된 신림동 그 골목에 가면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며 뜨거운 열정을 쏟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이 동네를 찾아온다. 그리고 그들의 현재를 조금이나마 편안하고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주거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선랩과 쉐어어스가 있다.
입주민들과 그들의 친구들, 쉐어어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신림로 루프탑에 모였다.
슬리퍼 신고 후줄근하게 옷을 입고 나갈 수 있는 공간이 심리적으로 가깝다고 느끼는 거리라고들 한다. 쉐어어스를 중심으로 가까운 거리를 반경으로 원을 그리고 또 다른 공간들에 점을 찍고 원을 그려보았다. 공간의 거리가 가까이 있는 만큼 서로의 거리도 조금은 가까워지는 것만 같다. 동네를 그려나가며 이렇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모여 앉았다. 커뮤니티란 특별한 게 아니다. 그저 함께 둘러앉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웃을 수 있는 그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작가
쉐어어스 에벤에셀 - 서림길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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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림길 응접실(라운지 전체 대관) 50,000원/1시간, 200,000원/1일
서림길 휴게실, 독서실, 모임실 1,000원/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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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어어스 거성 - 신림로 루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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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스페이스클라우드에서 진행하는 로컬 공간 기록 프로젝트, 도시작가 시즌1 프로그램을 통해 작성되었다.
도시작가 프로젝트의 취지는 아래와 같다. (스페이스클라우드의 글을 그대로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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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작가는 도시 곳곳의 로컬 공간들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크리에이터 그룹입니다. 주변 환경과 분위기, 사람이 서로 영향을 받으며 완성되어가는 특별한 공간에 주목합니다. 공간공유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가 특별한 장소들을 제대로 나누기 위해 '도시작가'와 함께 로컬공간 이야기를 수집합니다.
스페이스클라우드는 2016년부터 일주일에 하루, 직원들이 노트북을 들고 도심 속 다양한 공간으로 출근해 자유롭게 일하는 원데이노마드 캠페인을 실천해 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일상으로 환기할 수 있는 일&문화 챌린징 캠페인, 원데이노마드 서포터즈를 기획했습니다.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도시를 여행하듯 곳곳에 숨겨진 로컬공간을 오롯이 만끽한 작가의 생각을 응집력 있게 묶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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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사진 : 쉐어어스 에벤에셀 1층 서림길 라운지 입구, @181102, cloudo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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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최성우 | cloud.o.cloud
동네를 거닐며 공간과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역을 탐구하는 Urban Context Explo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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