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조각모음집 2024년 1월 무지와 무지베이스와 무지호텔과 04 산책
글&사진. 최성우
치바현 카모가와시에 위치한 숙소 '무지베이스'를 가보고자 떠난 일본행. 그렇다면 이번 테마는 무지무지? 잠깐 스치듯 머문 도쿄 숙소도 '무지호텔 긴자'로 정했다. 그렇게 5년 만의 해외여행에 시동을 거는 의미로 떠난 짧은 3박 4일 여행기
무지베이스가 있는 마을은 집들도 드문드문 떨어져 있는, 말그대로 시골 마을이었다. 대낮에도 지나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자동차도 지나는 걸 자주 보기 어려웠다. 그래서일까, 당연히(!) 마트나 슈퍼마켓도 없었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다가는 텃밭의 야채만 씹어야할지도 모르는 일! 그럴수는 없지. 동네 구경 겸 장보러 원정길에 올랐다. 최종 목적지는 체크인을 했던 민나미노사토, 무인양품 매장이 있는 곳. 차로는 15~17분 가량 되는 거리. J와 나는 걸어서 가기로 했다. 구경도 하며 가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은 1시간 정도로 넉넉히 잡았다.
J가 아침 러닝할 겸 장을 보는 수고를 해주어 브런치를 든든히 먹고 원정길에 오를 수 있었다. (브런치 메뉴는 전편 참고)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지만, 여느 시골이 그렇듯 배차 간격은 길었다.(40분, 1시간 10분, 2시간 20분 등 시간대에 따라 달랐고, 막차는 오후6시58분)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르지만,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보행자도로와 자동차도로의 구분이 잘 되어 있는 편이어서 위험하게 도로 갓길로 다니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시골길 따라 하늘보며 드넓은 벌판을 바라보며 날씨까지 운이 따라줘서 산책하며 가기 너무나 좋았다. 다만, 어떤 구간은 마주오는 사람을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좁은 보도도 있었다.
무지베이스가 고민가(일본 전통 가옥)를 수리해서 사용하고 있고, 인근에 또다른 고민가를 활용한 공간이 있다 하여 기대하며 언덕을 올랐다. J가 발견해 준 장소로 민나미노사토에 가는 길목에 있기도 하고, 농장에서 직접 운영하는 오가닉 마켓이 함께 열리는 곳으로 차 한잔과 디저트를 먹기에 딱! 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문 앞에 있는 "CLOSE" 사인이 있어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잘못 돌려 놓으신건가?' 설마설마를 속으로 연발하며 건물 앞에 섰는데,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하고 공구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사람들이 있었지만, 우리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카페 관계자는 아니고 공사하시는 업체 사람들이었나보다. 구글 지도를 다시(!) 확인해 보니 오늘은 휴무일이었다. 요일을 착각한 우리의 탓. 터덜터덜 언덕을 다시 내려올 수 밖에 방법은 없었다.
다른 카페를 들릴까 했으나, 찾아 두었던 곳은 전혀 반대 방향이었고, 가는 길에는 적당한 곳이 없었다. 술집, 식당들은 저녁시간이 되어야 오픈할 예정이었다. 무지 카페에서 파르페를 먹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고, 다시 20분을 걸어 가니 장보기 미션을 마무리할 장소, 민나미노사토에 도착했다. 1월이었건만 유채꽃이 가득 피어 있는 뒷마당과 저멀리 농작물들이 자라고 있을 비닐하우스가 보였다. 이곳은 지역 농부들이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농사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고 한다. 딸기 농장 체험이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성행하고 있단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일본에서도 유사한 활동들이 있나보다.
장보기 전에 카페에서 한 템포 쉬어가기로 했다. 디저트로 파르페는 이미 품절된 상태라 다른 걸 주문했다. 아이스크림인줄 알고 주문한 디저트는, 떡과 아이스크림의 중간인 상태라고 해야할까! 독특했다. 이것은 흑당과 콩가루가 들어간 미네오카 두부였다.
일본에 오기 전, 다큐멘터리에서 나가사키가 카스테라로 유명한 도시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었다. 스페인과의 무역이 시작되면서부터 그들로부터 들어온 음식인데, 나가사키 카스테라는 그로부터 100년이 넘은 전통을 가진 특산물이 되었다. 카모가와의 특산물은 아니지만, 민나미노사토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카스테라 공방은 그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저녁 거리와 카스테라와 기념품도 사고 돌아오는 길, 어느새 저녁의 기운이 도래하고 있었다. 붉은 보랏빛으로 물든 하늘과 눈앞으로 떨어질 것만 같이 커다란 달이 너무 아름다웠다. 해가 지고 나면, 가득할 별빛에 대한 기대감을 또한 가지고 숙소로 향했다. 오후 느즈막히 나선 길, 2박3일이라는 짧은 시간이 야속하게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