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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oudocloud Mar 10. 2024

26일 | 일본에서 처음 만난 바다

월간 조각모음집 2024년 1월 무지와 무지베이스와 무지호텔과 05

글&사진. 최성우

치바현 카모가와시에 위치한 숙소 '무지베이스'를 가보고자 떠난 일본행. 그렇다면 이번 테마는 무지무지? 잠깐 스치듯 머문 도쿄 숙소도 '무지호텔 긴자'로 정했다. 그렇게 5년 만의 해외여행에 시동을 거는 의미로 떠난 짧은 3박 4일 여행기


“숙소에서 40분만 뛰어가면 바다를 볼 수 있어요.”

카모가와 여행에 대한 계획을 세울 때, 지도를 보며 J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바다를 볼 수 있는 동네에요. 다만, 뛰어서(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뛰어서이다) 40분 걸린다며. 무지베이스에 머무는 중에는 결국 해변으로까지 나오지 못했다. 아와카모가와역까지 오는 길에 보았던 바다와 택시 기사님으로부터 “여기서 5분만 걸어가면 바다가 보여요.”라는 말이 전부였다. 그래서 다시 한번 계획을 세웠다. 조금 일찍 체크아웃을 하고 바다를 보러 가자고.

차량 18분, 자전거 56분 (출처 : 구글맵스 google.com/maps)


체크아웃과 바다

마지막 아침이 밝았고, J는 언제 일어났는지 아침 식사 준비까지 다 해둔 상태였다. 부랴부랴 일어나서 챙겨주신 아침을 먹고, 잊지 않고 커피 한 잔까지 한 뒤에 혹여 남기지 못한 게 있을까 구석구석 급하게 공간 사진을 찍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와 보니 남기지 못한 구도와 장면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아쉬움을 남겨야 했다. 


예약한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하신 택시 기사님. 준비도 끝난 김에 체크아웃에 대한 안내에 따라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택시에 올랐다. 순식간에 어제 걸었던 길을 지나 왔고, J와 기사님 간의 이런저런 대화가 이어졌다. (일본어 실력! 멋져!)


(왼쪽) 모닝커피 (오른쪽) 못생겼지만 맛있는 꼭다리 카스테라 ⓒ Sungwoo Choi
떠나는 택시 안, 교통카드 종류도 다양하다. ⓒ Sungwoo Choi

우선, 역에 들려 기차 시간표를 확인하고 티켓을 샀다. 도쿄까지 가는 데에도 두 장의 티켓을 발권해 주었다. 개찰구에 들어갈 때에는 한 장만 넣어도 된다고. 이러한 디테일들은 섬세한 J 덕분에 다 해결되었다. 라커에 짐을 보관하고, 동네 탐방하는 기분으로 바닷가로 향했다. 서핑이 유명하다더니 서핑 보드 렌탈샵으로 보이는 가게도 보였다. 특이했던 건물은 사우나! 바깥에 샤워기도 설치되어 있고, 중동 사막에 모래로 지은듯한 비쥬얼이 이국적이어서 흥미로웠다. 또다른 발견은 요양원과 맞은편 장례식장, 이날도 ‘상중’이었다.


티케팅 성공적! ⓒ Sungwoo Choi
30분 쓰기에 700엔이 아까웠지만, 유용했던 라커 ⓒ Sungwoo Choi
아와 카모가와역 전경 ⓒ Sungwoo Choi
역에서 정면으로 바다가 보인다. ⓒ Sungwoo Choi
흙집을 연상케 지은 사우나 ⓒ Sungwoo Choi
병원과 장례식장 ⓒ Sungwoo Choi
그 옆에는 어린이 놀이터 ⓒ Sungwoo Choi

1월이건만 유유히 보드를 들고 가는 서퍼와 산책하시는 황혼의 부부를 스쳐 지나 마주한 바닷가.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노부부 ⓒ Sungwoo Choi

모래사장에 발을 내딛자 다져진 땅과 같았다. 화산재로 만들어진 모래는 다른건가? 제주의 모래사장도 발이 푹푹 빠져서 고운 모래가 신발 속으로 가득 들어오는데, 그렇지 않은 점은 매우 좋았다. 태평양을 마주한 해변이라고 특별히 다르진 않았다. 이국적인 분위기도 아니었다. 그래도 바다여서 그저 좋았다. 해변을 이리저리 거닐기도 하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앉아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했지만, 기차 출발 시간에 맞춰 되돌아가야 했다.


마에바라 해변 Maebara Beach ⓒ Sungwoo Choi

대도시의 압박

여행 첫 날 카모가와로 들어오는 길은 한없이 길게만 느껴졌는데, 어느새 도쿄만으로 들어와 있었고 높고 큰 건물들이 줄지어 보이기 시작했다. 물류를 책임지는 거대한 창고, 세대들로 가득한 아파트의 풍경, 도쿄 대도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 카모가와에서 떠날 시간 ⓒ Sungwoo Choi



아직은 시골 ⓒ Sungwoo Choi
도쿄 인접! ⓒ Sungwoo Choi


도쿄역에 도착하자 갑자기 숨이 턱 막혔다. 불과 이틀동안 시골에 있었다고 도시가 어색하게 느껴지다니! 정면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의 무리, 하늘을 가르는 빌딩들 때문이리라. 지하철 플랫폼 지하도를 걷고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락내리락하며 긴자로 향했다. 도쿄역에서 무지호텔긴자가 있는 곳까지는 도보 8분으로 먼 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순간 이동으로 딱 호텔에 도착하면 좋겠다는 바람뿐이었다. 사람들 피하는 게 제일 힘든 미션이었다. 


도쿄 도착, 이 흔들림은 그때의 감상을 전달한다고 할까  ⓒ Sungwoo Choi


최종 목적지 무지호텔 긴자에 도착했다. 생활용품 전품목을 취급하는 이마트와 같은 5개 층의 무인양품 매장 위에 호텔이 위치해 있다. 호텔 공간에 대해서는 별도의 꼭지로 나누어 더 자세히 이야기하기로 하겠다.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짐을 맡겼다. J의 방은 준비가 완료되어 있어 먼저 들어갔고, 나는 방 정리가 마무리되는 동안 같은층에서 진행되고 있는 어떤 지역 전통 기술에 대한 전시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무지호텔 긴자 & 무인양품 플래그십스토어 ⓒ Sungwoo Choi
긴자 거리의 라이더들 ⓒ Sungwoo Choi
미츠코시 백화점 긴자 ⓒ Sungwoo Choi
긴자 거리 ⓒ Sungwoo Choi

도쿄 야간 산책

체크인을 하고 숙소 방에 앉으니 몸을 움직이기가 싫어졌다. 게다가 떠오르는 장소도 없었다. 어느새 여섯시 가량 되었을까. 일본도 마찬가지로 이 시간은 퇴근 시간.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기에는 위험한 시간이다. 지도에서 '국립근대미술관'이 보여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걸어서 40분 거리. 그러나 저녁이 되자 생각보다 추웠다. 바닷바람인지 대형 빌딩 사이에 부는 돌풍인지 바람도 거세게 불어왔다. 


퇴근시간 지하철역 ⓒ Sungwoo Choi


걷다보니 수십차례 왔던 방문했던 때에 보지 못했던 장면들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기억에 남는 곳 중 하나는 바로 도쿄역 옛 역사. 일제 시대에 지어진 서울역사(현. 문화역서울284)와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규모는 최소 5배는 되어 보였다. 길게 이어진 건물의 메인 파사드가 어딘지 찾아볼 정도로 규모가 컸다. 역사 앞 광장에서는 아마도 관광객으로 예상되는 많은 인파가 각자의 순간을 사진에 담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보니 본래 서울역 앞에 크게 펼쳐져 있던 광장이 사라진 것이 너무 아쉬웠다. 고속철 공사가 마무리되면, 버스 환승정류장과 함께 정비가 되면 좋겠다. 


도쿄역사 ⓒ Sungwoo Choi
도쿄역사 ⓒ Sungwoo Choi

또한, 겉에서만 보아도 놀라운 규모의 도쿄 국제 포럼 Tokyo International Forum도 인상적이었다. 세계적인 건축가 라파엘 비뇰리Rafael Vinoly의 작업이다. 평가가 엇갈리지만, 서울에는 종로타워가 그의 작업이기도 하다. 유명한 브랜드 Apple Store, Beams 등 매장이 보이고 오피스와 상업시설이 함께 있는 복합 건물 단지를 지나 황거외원, 황거 둘레에 해자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둘레길을 1/4쯤 돌면 본래 가고자 했던 근대미술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황거, 즉 일왕의 거주구역이다. 우리나라로 보자면, 경복궁이다. 물론, 경복궁, 창덕궁 등의 궁궐에서 현재 살고 있는 황실 종친은 없다.(대한제국으로 마감했기 때문에 황실이라 칭함.) 도쿄를 오가면서 그들의 역사, 문화적인 공간에 방문한 적이 드물었다. 카페 투어, SCAJ 박람회 관람, 커피페스티벌, 커피콜렉션 등 팝업 참가와 같은 커피 행사로만 왔었다.(나는 커피업계 종사자는 아니다.) 



도쿄국제포럼 중정 ⓒ Sungwoo Choi


오피스 단지의 거리 ⓒ Sungwoo Choi

이런 생각을 하며 다음번에는 뮤지엄 투어를 계획하고 다시 도쿄에 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공간과 콘텐츠가 있는 박물관, 미술관을 추천해 주시면 좋겠다.) 황거외원(일왕 거처지 바깥 정원이라는 뜻)을 걷는데, 제법 러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J가 도쿄에서의 계획을 이야기하면서 말했던 지명이 바로 '황거외원'이었구나. 대화할 당시에는 제대로 지명을 알아듣지 못했었다. 그게 생각나지 지나가는 사람 중에 그가 있는지 살펴보게 되었다. 나중에 들으니 뛰지 않았다고 했다. 



황거외원 거리 ⓒ Sungwoo Choi
러너들의 성지 ⓒ Sungwoo Choi

항거외원 오른편을 지나 히비야공원에서 신바시역을 거쳐 다시 긴자로 돌아왔다. 도쿄에 오니, 가보고 싶은 곳이 넘 많아져서 오히려 아무것도 안 해버렸다. 다음날 오전 시간을 활용해야지 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점심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도심에서 빨리 출발해야 해서 긴자에서 다른 지역으로 가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도쿄에서의 밤이 저물어 갔다. 

히비야 공원 분수 ⓒ Sungwoo Choi
신바시역 인근 육교 ⓒ Sungwoo Choi
무지호텔 긴자 인근에 있는 거의 노상 바 ⓒ Sungwoo Choi
긴자역 사거리 ⓒ Sungwoo Choi
그만 쉬자 ⓒ Sungwoo Choi


다음편에서는 무지호텔 긴자 객실과 여행의 마지막을 정리하며 카모가와와 도쿄에서 만난 무지 이야기가 일단락될 예정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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