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부부의 데이트

결혼의 환상 연애

by 비단구름

결혼해도 데이트라는 것을 한다.


주말엔 서울 근교로 드라이브를 간다.


한껏 멋을 부리고는

맛집을 찾아가고

맛있는 식사를 하고

근사한 카페를 간다.


운동화 대신 특별한 날만 신는 구두를 신고 영화관에도 간다.


한껏 치장해도 아무도 우리를 파릇파릇한 연인이라고 보지 않는다.


누가 봐도 부부의 냄새를 폴폴 풍긴다.


그것도 아주 오래된 부부 티가 팍팍 나는


푸른곰팡이 꽃처럼 핀 치즈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취하는 와인처럼,

골마지 펴도 이상 없는 묵은지처럼,

냄새 고약해도 몸에 좋은 청국장처럼,

머리 아파도 시름을 잊게 해주는 막걸리처럼 발효된 오래된 부부


가끔은 주중에도 데이트를 한다.


연애할 때와 완연히 달라진 점은 없다.


굳이 찾자면 데이트 끝나고 같이 집으로 들어가는 것 정도.


데이트를 마치고 헤어지기 싫어

세상 다 잃은 얼굴을 하고선

밤새도록 같이 있고 싶다, 고 한 소원을 이룬 셈이다.


오작교 다리 위의 견우직녀처럼

서글프게 헤어졌던 연인은


별빛이 쏟아지는 밤이 되면

한 침대에서 꼭 붙어 자고


까치가 창문 두드리는 아침이 되면

마주 보며 눈을 뜬다.


둘이 하던 데이트는 아이 한 명이 늘어 셋이서 했다가

아이 한 명이 또 늘어 넷이서 하게 되었다.


우린 지금 데이트 중인가, 육아 중인가,

함박스테이크가 입으로 들어가는 중인가, 코로 들어가는 중인가.


밥 먹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 하는 아가를 누가 화장실로 데려갈 것인가,


함박스테이크 위에 얹어 있던 계란프라이는 누가 먹었지?


넷이 하는 데이트는 징글징글하게 낭만적이었다.






요즘 우리는 다시 둘이 데이트를 한다.


이런 날이 이렇게 빨리 도래할 줄 진즉에 알았더라면


더 웃었을 텐데.


힘들다고 투정할 시간에


더 행복해했을 텐데.


징징거릴 시간에


꿈결 같은 순간들을 주심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나날에


더 감사했을 텐데.


시간 정말 순삭이다.


7오래된부부의본문.jpg 라플란드 LAPLAND, 파주, photo by 비단구름

카페 라플란드LAPLAND

https://naver.me/5gir6ZTn


이전 06화어느 토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