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사랑해

결혼의 환상 연애

by 비단구름

결혼은 마법을 부린다.


그와 함께 티브이를 보며 깔깔거리는

부스스한 모습으로 밥을 먹어도 아무렇지 않은

신기한 일상


잠옷을 입은 생판 남인 그와 함께

베개를 베고 누워있을 때면,

옆에 누워 곤히 자고 있는 그를 보면,


이 사람이 뭐라고.


대체 너가 뭔데?

이 사람과 함께 있고

뭐든지 함께하고

같이 밥을 먹으며 좋아하는 걸까?



결혼은 마법을 부린다.

사랑했던 연인을 원수보다 미워하게 만드는 심술 맞은 마법

이별 직전의 연인을 둘도 없는 연인으로 돌려놓는 기적의 마법


마법의 주문을 외운다.


그 사람을 좋아해.

그 사람도 내가 좋대.

얼마나 다행인지.


같이 살고 싶을 만큼 좋대.

얼마나 감사한지.

그래서 결혼했어.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다니

얼마나 행운이야.


그러니 잘해줘야지. 평생.

있는 모습 그대로

좋아하는 사람 만나놓고

자꾸 바라면 어떡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으면

내가 잘해줘야지.


받으려고 하기보다

내가 줘야지.


아낌없이 주고

남는 것도 모두 줘야지.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결혼하고 하는 데이트는 할 말이 없다.

우리는 논 뷰가 근사한 카페에서

가장 논이 잘 보이는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각자 딴생각을 하며

아무 말하지 않는 날도 있다.


서로만 바라보았는데.


맞은편에 앉은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할까,

무엇을 좋아할까,

어떤 거에 관심 있을까,

모든 신경이 온통 그에게 향했었는데


시간의 적막을 깨고 가끔 내뱉는 말은 “이렇게 나오니까 좋다”


누군가 '좋다' 말하면

다른 누군가도 쿵작 잘 맞는 추임새처럼 '좋다'를 연발한다.


그리고 또 침묵.


래도 좋다.

바라만 봐도 좋다.

함께 있는 이 순간이 좋다.

바람 쐬러 나와 그저 좋다.

아무 말 않고 멍하니 논 뷰만 바라보고 있어도 불편하지 않다.


나와 있는 것이 지루할까 봐 안절부절못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알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

사랑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사랑하니까 서로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느끼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랑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랑을 느끼고 있어서

말없이도 편안하다.


207FEET, 파주, photo by 비단구름

카페 207FEET

https://naver.me/xD63JO5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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