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토요일 아침

결혼의 환상 연애

by 비단구름

어느 토요일 아침

그는 일찍 일어났다.


“더 자.”


불러보았지만,


급한 일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출근하는 사람처럼 그는 일어났다.


“더 누워 있어.”


다정한 말을 건네고

단정하게 티셔츠와 바지를 입는 그


흐트러짐 없는 단정한 그는 신성한 의식이라도 치르듯

세면대에 물을 받아 세수를 하고 두 손을 씻는다.


고기가 너무 많은가?


들기름 어딨어?


국간장 없나?


마늘은 이게 다인가?


시금치가 너무 많은 거 같은데 어떡하지?


집에 채칼 있나?


느타리 남은 거 어디다 두지?


표고는 그냥 넣으면 되나?


당면은 삶는 거야, 볶는 거야?


얼마나 걸리지?


우리 집에 식용유 있나?


후추 있지?



더 자라더니.


끊임없이 나를 찾는다.


그가 찾을 때마다 더 자보려던 나는 일어나 그에게 달려간다.

대체 왜 저러는 거지?


일부러 저러는 거야?


몰라서 저러는 거야?


일부러라도 문제,

몰라서라도 문제긴 하지만





오늘은 내 생일



그는 미역국에 밥 말아먹는 나를 위해

미역국을 한 솥 끓였고


잡채는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말에

다음 생일까지 먹을 만큼 잡채를 해주었다.

냉동실에 소분해 두고두고 먹어야지.

아낌없이 주고 싶은 마음

아낌없이 줘도 하나도 안 아까운 마음

설명으로 다 잡을 수 없는 마음


꽁꽁 언 잡채를 해동할 때마다


서운한 마음,

속상한 마음,

아낌없이 주는 그의 마음을 먹기만 하면서

만족을 모르는 배고픈 어린아이 같은 마음 사르르 녹겠지.

내년 생일에도 우리는 함께 있겠지.


역시 다른 거 다 필요 없는 거였어.


너만 있으면 되는 거였어.


B&G COFFEE, 고양시, photo by 비단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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