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환상 연애
20대 우리는 바라만 봐도 예쁜 꽃
30대 우리는 아름다운 미의 여신
오늘 우리는 뿌리 다른 나무 서로 엉킨 연리지
아, 찢어지고 싶다.
갈라서고 싶다, 아무리 외쳐도
아무리 싸워도,
아무리 미워도,
오래된 부부는 찢어지지 않는다.
이제 그만 남이 되고 싶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어느 게 내 팔이고 어느 게 그의 팔인지
어느 게 내 다리고 어느 게 그의 다리인지
오랜 시간 엉키고 설킨 오래된 나무 같은 기이한 형태를 하고선
똘똘하게 분리해내질 못한다.
억지로 떼어냈다간 시름시름 앓을 것 같아
가슴엔 똑같은 크기의 상처가 있어
진물 뚝뚝 떨어지는 서로의 벗겨진 피부 곪은 상처는
내 상처보다 쓰릴 것 같아
그냥 이렇게 괴상한 모양새로 붙어 있는 편이 나은 것 같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은 얼마나 구질구질한지.
결혼은 구질구질한 감정을 안고 간다.
용서하지 못했는데 웃고 있고,
쿨하게 털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용서가 안되고
미운 순간에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미끄덩거리는 가래를 삼키는 질척거리는 사랑
뱉어내지도 못하는 찜찜한 사랑
결혼의 감정은 단일하게 정의 내릴 수 없다. 복잡하다. 징그럽다.
모든 게 씁쓸하다.
“우리 좀 못생겼지?”
서로의 못생김에 웃음이 난다.
웃는데 말간 눈물이 흐른다.
못생긴 나무 아래 뽀시래기가 돋아난다.
예전에 우리도 뽀얀 뽀시래기였다는 걸 증명해 주는 초록의 뽀시래기
연약한 입사귀에 흉터 하나 없이 자랄 수 있도록
한 몸같이 엉겨 붙은 기이한 형태로 아이들의 커다란 그늘이 되어주기로 한다.
그가 떠나는 날
화내고 소리 지른 내 모습이 마지막이 되지 않길 바라
그를 더욱 꼭 끌어안는다.
그의 마지막에 사랑받지 못한 기억을 가지고 가지 않길 바라
더 바짝 당겨 안아준다.
세상의 아이로 태어난 그가
흘러넘치는 사랑을 받았던 기억을 품고 가길 바라
더 깊이 사랑한다.
그가 없는 세상이라니
그 사람 없는 백 년 삶이 무슨 소용
배배 꼬인 뒤틀린 몸뚱이 쓰러지지 않게 꽉 잡아준다.
빙글빙글 감싸고선 서로의 그늘이 되어준다.
그깟 미움,
사랑 앞에 다 필요 없다.
오랜 시간 삶에 가스라이팅 당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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