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는 그의 심장이 더는 뛰지 않는다.

부부의 환상 연애

by 비단구름

그를 만나고서

사람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처음 들어보았다.



그의 곁에 가까이 서 있을 때,


손을 잡고 나란히 서서 걸을 때,


그와 가까이 앉아 있을 때면


둥 둥 둥,


그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



큰북을 울려라 둥 둥 둥


작은북을 울려라 동 동 동



풍요를 기원하는 농악무의 소박한 북소리


풍요에 감사하며 울리는 신명 나는 북소리


주변이 조용하면 북소리는 더 크게 울렸다.


그의 귀에도 자신의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한 자동차 안에 그의 심장 소리가 울려 퍼지면

내 심장도 우당탕탕 뛰었다. 이래서 천생연분인가 보았다.



고요한 공기를 타고 진동하는 심장소리


민망한 기운에 사고 칠 거 같아


음악의 볼륨을 높였다.


아무 말이나 했다.


말을 하기보단 듣고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의 심장소리를 듣고 야릇하게 미치느니


억지로라도 수다쟁이가 되는 편이 나았다.


그는 주저리주저리 종알종알 말하는 내가


밝아서 더 좋았다고 했다. 사람 잘못 본 줄도 모르고. 이래서 천생연분인가 보았다.





이십 년이 지났다.


그의 심장은 더는 뛰지 않는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심장이 뛰지 않아도 사랑이 식은 것은 아니다.

사랑이 죽은 것도 아니다.



우리는 단지, 생각이 늘었다.

둥둥거리던 순수한 심장 대신


냉철하고 단단해진 심장이


어떻게 하면 오늘을 잘 버틸지,


예측되는 불안한 미래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내가 무얼 더 해야 하는지 고심하는 중이다.

이런 마음도 죽어가는 심장을 뛰게 하는

사랑의 일종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더는 뛰지 않는 그의 짠한 심장에


서운해 하기보다 미안해하고 있다.


승리를 알리는 개선장군의 템포 빠른 큰 북소리 같던


그의 위풍당당한 심장 소리를 기억하기에


사그라드는 그를 보며 안쓰러워하고 있다.


보드니아 로스터리 커피하우스, 속초, photo by 비단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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